클린디젤차가 한국의 그린카로 적합한 이유
전광민 | 연세대 교수
1. 배경2008년 8월 15일 대통령의 축사에서 제시된 후 그린성장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인간의 욕망은 항상 좀 더 편안함을 찾고 세계 환경은 점점 악화되어 가는 현실에서 이 둘의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은 성장은 하되 환경에는 더 이상 부담을 안 주고 오히려 부담을 줄이는 것이 그린성장이라고 생각한다.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열렸다. 세계 193개국 대표들이 모여 지구의 미래를 위해 지구온난화가스(GHG : Greenhouse gases)를 감축하는 방안을 논의하였다. 각국의 이해관계들로 인하여 참가국들은 구속력 있는 감축안을 마련하는 데에는 실패하였지만 지구의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안정화시킨다는 '코펜하겐 합의(Copenhagen Accord)'를 채택하였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 상승폭을 2℃ 이하로 막기 위해서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2) 농도를 450ppm 이하로 안정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 1990년의 배출량에 대비하여 2050년까지는 선진국은 80%, 전 지구적으로는 50%를 감축해야 한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수송 분야의 비율은 17% 정도이며 그 중 육상이 11%, 해상이 3%, 항공이 3%를 차지한다. 지구온난화가스의 저감을 위한 각국의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2010년 1월에 제출하기로 하였고 한국 정부는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 Business As Usual)대비 30%, 2005년 대비는 4% 감축하겠다고 이미 발표하였다. 수송 분야에서 어떻게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정부는 수송 분야에서 연비기준과 이산화탄소 배출규제를 강화하여 주어진 감축목표를 달성하도록 할 것이다. 녹색성장위원회에서는 이미 승용차 전체의 평균 목표 연비는 2012년 연비 12.3 km/L, 2015년 연비 17 km/L를 공표하여 그린카 보급에 시동을 걸었다. 그린카란 환경친화적인 차를 말하는데 과거에 환경친화적인 차량은 대기오염이 적은 차량을 의미했지만 최근에 지구온난화 문제가 지구전체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적은 차를 의미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그린카 개발에 많은 힘을 쏟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차량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클린디젤자동차이며 최근 전기자동차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은 도요타와 혼다가 앞장서서 프리우스와 인사이트 등 하이브리드자동차를 개발하여 세계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도요타는 작년 초에 3세대 Prius를 내놓아 일본 시장의 베스트셀러카로 떠오르면서 다시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엔진은 1.8liter로 커지고 연비가 50mpg(1mpg는 0.425km/liter)으로 좋아졌으나 배터리는 계속 NiMH 배터리를 사용하였다. Prius의 CO2 배출도 연료생산과 공급과정까지 포함할 경우 전기차와 유사하며 93~97g/km 정도이다. 혼다의 Insight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데 1.3-liter 엔진과 CVT를 장착하고 5세대 IMA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하여 41mpg를 달성하였다.
미국은 최근 plug-in hybrid, extended-range plug-in hybrid(E-REV)와 전기자동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GM의 Chevy Volt같은 E-REV는 series-hybrid로 전기차와 유사하며 배터리로 가다가 충전량이 너무 낮으면 엔진이 구동되어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Liter당 거의 100km에 이르고 일 년 에너지 소비량이 2500kWh 밖에 안 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유럽은 클린디젤자동차에 앞장서 있으며 최근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자동차개발에도 뛰어들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입장은 어떠한가?
2. 왜 클린디젤자동차가 한국의 그린카로 적합한가?
클린디젤자동차란 최근의 디젤엔진을 장착하여 과거의 대기오염원으로 인식되던 디젤자동차의 이미지를 벗어난 자동차로서 정확히 정의되어 있지는 않지만 유럽의 규제인 Euro5 규제를 만족하는 자동차부터 클린디젤자동차로 볼 수 있으며 좀 더 엄격히 얘기하면 Euro5 이상의 규제를 만족하며 배기의 입자상물질(PM:Particulate Matter라 함)을 제거하는 필터를 장착한 차량을 말한다.
한국의 자동차회사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는 늦게 출발했지만 클린디젤자동차 분야에서는 이미 유럽의 자동차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성능이 우수하고 Euro5를 만족하는 차량들을 개발하였으며 Euro6 차량개발에 힘쓰고 있다. 디젤자동차 배기의 오염물질이었던 입자상물질(검댕이라고도 부름)은 과거 차량의 1% 이하로 줄어들었고 질소산화물도 아직은 가솔린차량보다 높지만 2014년 시행되는 Euro6에서는 디젤이 0.08g/km이고 가솔린이 0.06g/km로 거의 비슷하고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는 더 우수하다.
그러면 클린디젤자동차의 장점은 무엇일까? 클린디젤자동차는 토오크와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적다. 토오크는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차량대비 50% 이상 높고 연비는 30%정도 높다. 국내의 소형승용차량들의 평균연비를 보면 가솔린A/T 차량이 13.2km/liter이고 디젤A/T차량이 17.4km/liter이다. 가솔린 차량대비 30%이상 연비가 좋다. CO2를 비교해보아도 가솔린A/T차량이 177g/km이고 디젤차량이 154g/km이다. 한국자동차공학회의 “2030년 수송산업과 IT산업의 융합” 보고서는 2030년 디젤자동차의 연비는 30km/liter, CO2 배출은 90g/km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디젤자동차가 현재도 국내의 그린카로서 적합하고 또 미래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물론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량인 프리우스는 연비가 29.2km/liter이고 CO2 배출은 80g/km로 디젤자동차에 비해서도 두 배 가까이 효율이 높음을 알 수 있지만 가격이 높고 복잡하며 아직은 국내 완성차업체의 경쟁력이 낮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완성차업체만이 아니라 관련 부품업체들이 경쟁력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아직 기술력과 양산 규모면에서 불리하다.
이와 같이 우수한 디젤자동차가 국내승용차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가격이 높아서이다. 중형승용의 경우 가솔린자동차에 비해 300만원 가까이 비싸서 소비자가 외면하고 있다. 둘째로 나쁜 이미지이다. 과거의 대기오염주범이라는 인식과 소음이 크다는 인상이 남아 있고 아직도 존재하는 환경부담금 등에 의해 소비자들은 클린디젤이 친환경차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셋째로 연료가격 때문이다. 과거에는 가솔린대비 75% 정도였던 것이 85%이상으로 올랐고 LPG 대비 훨씬 고가이기 때문이다. 디젤승용차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완성차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기술개발이 덜 활발하고 부품업체들도 미래가 불확실하여 투자를 꺼리고 있다.
3. 필요한 대책
자동차는 한 번 구매하면 10년 이상 운행된다. 미래의 환경을 위해 서둘러 그린카 보급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일반소비자는 친환경보다 편리함과 경제성을 우선한다. 환경을 위해서는 무게가 작은 차를 선호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차를 구매하여야 하나 소비자들은 편안하고 안전할 차를 선호하여 대형차량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친환경적인 차를 보급하려면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렵다. 유럽, 일본, 미국도 모두 친환경차를 보급하기 위해 보조금과 세금이라는 당근과 채찍의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배출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클린디젤자동차의 보급이다. 유럽처럼 클린디젤승용차가 50%로 올라가면 신차의 연비개선효과가 15%에 이를 것이고 이산화탄소도 10%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클린디젤자동차에 대해 세금과 보조금을 통해 지원하면 2020년 국가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 년의 연료비를 비교해 보면 가솔린차량의 경우 1660원/liter x 15000km / 9(km/liter)= 270만원이고 디젤차량의 경우 1440원/liter x 15000km / 12(km/liter)=180만원이어서 그 차이가 90만원이다. 가솔린과 디젤자동차 가격의 차이가 차량 당 약 200만원 정도면 약 2년이 좀 지나면 상쇄된다. 100만원의 지원이 있으면 동급 가솔린차량과의 가격 차이를 약 2-3년 만에 연비개선에 의해 상쇄할 수 있으므로 많은 소비자들이 클린디젤자동차를 선택할 것이다.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과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