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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LPG 하이브리드차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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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 하이브리드차의 허와 실

박인혜 | 매일경제 산업부 자동차담당기자

 최근 한국은 `하이브리드'라는 단어의 마법에 사로잡혀있다. 하이브리드란 원래 이종결합을 뜻하는 용어로 비단 자동차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터와 내연기관엔진을 동시에 구동시킨다는 자동차 용어로 굳어졌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프리우스가 전세계적인 히트상품으로 부각되면서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단어는 한국에도 마침내 상륙, 소비자와 정부, 기업을 모두 매료시키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이런 하이브리드의 마법에서 나온 차가 현대기아차의 아반떼/포르테 LPI하이브리드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목말라하던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초 LPG연료를 활용한 하이브리드'라고 선언하며 내놓은 야심작이다. 하지만 실제 아반떼와 포르테의 LPI하이브리드가 출시되면서 오히려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단 하이브리드라는 용어와 그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앞서 설명한대로 `이종결합'의 의미를 지닌 하이브리드차의 궁극적인 히트 원인은 바로 친환경성에 있었다. 기존에 가솔린이나 디젤 등으로만 차를 움직이던 것을 모터의 힘으로도 움직이게 하고, 멈춰있을 때나 저속 주행시에는 연료를 소비하기보단 모터힘으로 가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식으로 해 화석연료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결국 화석연료를 적게 사용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는 친환경적이라는 것이고, 또 소비자 입장에서도 연료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이득이다.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현대기아차의 LPI하이브리드는 정말 친환경적일까? 일단 연비를 보자. 현대기아차 LPI하이브리드의 공인연비는 17.8km/ℓ. 이 대목에서부터 다소 실망스럽다. 도요타의 프리우스 3세대 모델의 연비는 국내 기준으로 아직 산정되진 않았지만 리터당 25km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혼다 인사이트 역시 리터당 20km는 훌쩍 뛰어넘는다. 하이브리드를 볼 것도 없다. 유럽 디젤차 중에서 아반떼/포르테 LPI하이브리드를 뛰어넘는 연비를 기록하는 차는 그야말로 `눈에 차이고 넘치는' 수준이다. 아우디폭스바겐 그룹은 이미 연비가 리터당 30km 이상인 소형디젤차 출시를 거의 완료한 상태다. 20km대는 폭스바겐 폴로나 아우디 A3 TDI, 푸조 308 등으로도 가능하다.

 수치적 측면에서 뒤지는 것은 현대기아차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일종의 꾀를 낸 것이 `가솔린 환산 연비'. LPG라는 것이 가스의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부피 등과 LPG 가격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환산하면 연비가 리터당 30km가 넘는다는 아주 희한한 논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초기에 이런 식으로 홍보하다가 소비자들의 반발과 전문가들의 제언으로 일단 중단했다는 것. 대신에 LPG의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절대 연비는 떨어져도 소비자 지갑에서 나가는 돈은 적다고 홍보 중이다.

 일단 이 경제 논리는 맞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LPG값이 지금 수준으로 저렴해야 한다는 전제다. 그리고 정부가 꾸준히 LPG에 매기는 세금을 적게 매긴다는 논리 하에서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의 LPG가격 변화 추이를 보면 상당히 불안하다. 한동안 LPG가격이 1000원을 넘어 1200원대까지 가지 않았던가. 그 상황이 다시금 재현된다면 현대기아차의 LPG기반 하이브리드차의 매력은 모두 사라진다. 비싼 차 값과 떨어지는 동력성능 등 단점만 부각될 뿐이다.

 한가지만 더 지적하면 본인을 포함해 실제 시승한 많은 기자들은 결코 이 LPI하이브리드차의 연비가 17.8km/ℓ가 실현되지 않는다는 데 같은 목소리를 냈다. 공인연비가 실제 연비로 연결되지 않는 건 소비자도 안다. 문제는 `차이나는 정도'. 한 전문가는 "리터당 17.8km는커녕 10km나 나올지 의문이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런 취약점을 역시 기업도 안다. 그래서 일반 아반떼나 포르테에 멀쩡히 붙어있던 연비 측정 트립 컴퓨터 등이 기능을 아반떼와 포르테 LPI하이브리드에선 싹 빼버렸다. 대신 연비가 좋으면 `활짝 피어오른다'는 예쁜 꽃 하나만 남긴채.

 게다가 LPG인프라 자체가 한국 외엔 그렇게 활성화된 곳이 없어 수출이 안 된다는 점도 `세계 최초'타이틀을 붙인 차로서는 상당한 굴욕이다. 국내 내수용으로 과연 얼마만큼 친환경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현대기아차도 이런 문제에 대해 잘 안다. 그래서 현대기아차 역시 `본격적 친환경차 경쟁은 내년 가솔린 하이브리드부터'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LPG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의 매력'에 빠져 구매할 것이다. 이미 출시 1달도 안된 아반떼 LPI하이브리드의 계약대수는 3000대를 향해 가고 있다. 분명 이들은 연비가 좋아 차 값이 다소 비싸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믿을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결국 친환경차의 방향성은 중기적 차원에선 클린디젤이나 디젤/가솔린 하이브리드, 장기적 차원에선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로 잡아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가 선포한 친환경자동차 관련 규제안을 보면 2012년까지 연비는 리터당 17km이상,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km 140g 이하를 만족시켜야 패널티를 받지 않는다. 현재 내수시장에 깔려있는 차 중 95% 이상이 자동변속기인 것을 감안해 자동변속기 모델로 이 기준에 부합하는 차를 살펴보니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차는 기아차 모닝 1.0 가솔린 모델이 유일했다. 그나마 연비조건 하나라도 만족시키는 차도 현대차 베르나 1.5 디젤(18.3km/ℓ)과 최근 출시한 현대차 아반떼/기아차 포르테 LPI하이브리드 정도였다.

이 조건은 정말 까다로운 조건이다. 결국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대안은 클린 디젤이다. 가솔린 엔진 연비가 좋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디젤에 미치지 못하고, 막히는 시내에서 주행할 때는 연비 차이가 더 난다. 기존 디젤은 NOX와 미세먼지를 더 많이 내뿜는다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청정 클린디젤엔진이 나오며 친환경성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활발한 홍보를 하고 있는 디젤 R엔진 등이 좋은 대안이고 방향성이 될 것 같다. R엔진은 현재 쏘렌토와 싼타페 등에 장착되는 디젤엔진으로, 연비나 파워 측면에서 수입 디젤엔진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현재 R엔진은 2.0 2.2 버전으로 나오는데, 소형차로까지 확대하면 충분히 연비규제도 맞추고 하이브리드보다 차값도 더 싸게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아직까지 안전성이나 내구성 측면에서 충분히 테스트되지 않은 배터리 문제 등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하이브리드의 방향성도 현재의 LPG 보다는 가솔린이나 디젤로 가야 옳다. 연비나 파워 측면에서도 그렇고, 수출을 염두에 둔다면 더더욱 그렇다. 내수시장용이라는 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업이나 국가의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내수시장과 해외시장에서 모두 통하는 차가 더 좋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현재 도요타가 독점하다시피 한 가솔린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브랜드 이미지 차원에서도 그렇고, 판매 측면에서도 여러가지로 유리한 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젤 하이브리드의 경우 무게나 모터, 배터리 등과의 조합 문제 등으로 아직까지 상용화된 사례가 없다. 몇몇 업체가 기술 측면에선 만족시켰다고 하지만 가격과 내구성, 안전성 등 여러 가지를 만족시켜야 하는 시장성 부분에서 미진한 면이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어떤 기업이 먼저 맞춰 상용화하느냐가 결국 관건이다. 도요타의 사례에서도 입증됐듯, 차라는 것은 먼저 시장을 선점하는 곳이 승리하게 되어있다. 하이브리드차를 가장 먼저 개발한 곳은 도요타가 아니라 미국의 GM이었다. 하지만 양산에 먼저 성공한 곳은 도요타였고, 현재 도요타는 친환경차의 제왕으로, GM은 정반대의 이미지로 몰락했다. GM은 이 같은 실패를 교훈삼아 전기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역시 미쓰비시가 출시한 전기차 i-MiEV보단 늦었지만 시장성을 폭넓게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과거의 사례에서 보듯, 디젤 하이브리드 역시 먼저 상용화시키는 곳이 승자가 될 것이 자명하다. 현대기아차 역시 이 전쟁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더 장기적으로는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등으로 가야 하지만 그렇게 멀리 내다보기 위해선 일단 현재의 상황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중기적 대안이 필요한 법이다. 현재 LPG하이브리드는 상품성보다는 마케팅과 홍보에 치우친 측면이 있다. 내년부터 현대기아차도 가솔린 하이브리드와 클린디젤, 전기차 등을 쏟아내며 친환경차 메이커로서의 위상을 다지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내년까진 1년이 남았다. 1 1초에도 시시각각 바뀌는 자동차 전쟁에서 1년은 긴 시간이다. 한국의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기아차가 너무 늦지 않게 친환경차 선두그룹에 합류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 이제까지 시장을 따라왔다면, 앞으로는 선도하는 능력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일류기업과 이류기업의 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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