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사회복지시설 안전개선을 책임진다
이경호 | 한국에너지재단 차장
101,565 2008년 발표 보건복지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사회복지시설은 장애인·아동 등 9개 유형에 총 101,565개소에 이른다. 여기에는 사회복지관, 아동양육시설 등 고유의 의미의 사회복지시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어린이집과 같은 민간보육시설, 그리고 마을마다 있는 경로당과 같은 노인여가시설까지 포함된 광의의 사회복지시설이 포함된 수이다. 2007년과 2008년의 경우, 이러한 사회복지시설에서 87건의 가스 또는 전기안전 사고가 발생, 2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하는 등 크고 작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가스·전기 사고 발생의 대부분이 노후화된 안전설비를 방치한 결과로 인하여 발생하였고 간단한 개선조치만으로도 예방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안타까운 마음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안전 불감증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아동·장애인·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이용하는 장소에서 발생하여 더 큰 피해가 초래된 것 같아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2,500,000,000 이러한 때,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4개 정유사가 에너지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 특별기금을 조성하고,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화하는 일에도 동참하기로 했다는 결정은 참신하고도 고마운 소식이었다.
지난해 12월말, 정부(지식경제부)는 향후 3년간('09~'11) 전국의 사회복지시설 10만여 개소 전부에 대하여 전기·가스시설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부적합 시설에 대해서는 시설개선을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정유4사는 사회공헌기금 25억원을 2009년 시설개선 사업비로 지원하기로 발표한 것이다. 여기에, 한국에너지재단은 정유4사(석유협회) 및 가스·전기안전공사와의 업무협약을 체결, 부적합 사회복지시설에 대해 안전 개선공사를 시행하고 기금을 관리·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형식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재단 입장에서는 기존 에너지복지 업무의 외연을 저소득가구 에너지부담 절감에서 사회복지시설 생활안전으로까지 확대하게 된 것이다.
1,126 2009년에는 장애인·아동 수용시설, 미인가 복지시설 등 32,000여 개소에 대해 우선적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수용인력의 정신적·육체적 상태를 고려할 때 사고 발생시 인명피해가 클 것이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사업진행 프로세스를 보면, 가스안전공사·전기안전공사가 시설 안전점검을 하고, 경미한 부적합 사항에 대해서는 양 공사 점검 담당자가 현장에서 직접 개선활동을 하지만, 이 범주를 넘는 개선공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에너지재단에 개선공사 요청을 한다.
재단은 요청받은 시설에 대해 1개월내에 지역 시공업체를 통해 개선공사를 시행하고 공사완료 시설 내역을 다시 양 공사에 통보하여 최초 점검자의 확인·검수를 거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시공업체에 공사비가 지급되는 절차이다. 사업 진행상황 및 기금 집행실적은 재단에서 매월 석유협회와 지식경제부에 제출한다. 이제까지의 진행상황을 보면, 점검은 지난 4월말 기준으로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가 금년 점검물량 대비 각각 21%와 30%의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점검결과 9.2%와 10.5%의 사회복지시설들에서 안전관련 부적합 사항이 발견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중에서 개선공사가 필요하다고 재단에 요청된 1,202건의 시설 중에서 1,126개에 대해서는 가스 또는 전기관련 개선공사가 완료되었다.(5월말 현재 기준)
4,500 사회복지시설 점검시 가스 부분은 가스누설 여부, 배관·호스 설치상태, LPG 용기의 압력조정기·기화기의 노후화 여부, 용기보관실 등 설치상태, 퓨즈콕 및 가스누출자동차단장치 설치·작동상태를 중점적으로 점검하며, 전기 분야는 절연저항, 인입구 배선상태, 누전차단기, 옥내배선, 접지상태 등을 체크한다. 이처럼 점검은 안전확보에 필수적인 중요사항에 대해 이뤄지지만, 부적합 내용이 비교적 단순하고 새로운 설비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선공사비 또한 그리 많이 소요되지는 않는다.
연초에 지식경제부 등 관련 주체와 사업내용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시설개선에 필요한 공사비는 기금의 한정성 및 형평성을 고려하여 전기·가스 각 시설당 100만원 한도내에서 집행하되, 초과 경비에 대해서는 시설운영주체 등 제3자가 추가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공사가 가능하도록 하였다(1백만원을 초과하는 공사비를 기금에서 부득이 부담하여야 하는 경우는 기금의 집행상황을 감안, ‘09.11월 대한석유협회, 에너지재단, 지식경제부가 협의하여 부담여부를 결정). 현재까지의 평균 소요공사비와 부적합률 추세를 감안한다면, 연말까지 약 4,500여 개소에 대한 시설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5,100,000 지금까지 사회복지시설 가스·전기안전 개선사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주체들의 다양한 반응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초기에 어느 시골지역 어린이집 원장님은 재단에 전화를 주셔서 공사업자가 공사를 하려 하는데, 정말 무료로 해주는 거 맞느냐, 왜 정유사가 어린이집 가스공사비까지 대주느냐, 내용을 공문으로 시행해 달라는 등 사업의 진정성을 확인해 보고자 하는 문의가 많았다. 또한, 어느 장애인 시설 관계자는 왜 잘 쓰고 있는 가스기구를 이전하려고 하느냐, 공짜로 해준다고 해도 필요없다며 거부해 가스공사 지사 관계자와 함께 설득에 애를 먹기도 했다.
어느 지역 시공업체는 공사를 마친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왜 공사비를 주지 않느냐며 항의해 와, 전기안전공사에 그 건에 대한 확인검수만이라도 서둘러 달라고 급히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 요즘에는 사회복지시설 간에도 소문이 퍼졌는지, 우리 시설은 언제 점검하러 오느냐, 가스랜지가 낡았는데 같이 교체해 줬으면 좋겠다 는 등 오히려 수용하기 힘든 적극적인 요구가 많은 편이다. 한편, 매월 양 공사로부터 점검결과를 받고 월 300여건 안팎의 부적합시설 개선공사를 발주하며 느끼는 점은,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의 열악한 재정상황과 안전의식 부재 및 관리소홀, 그로 인한 안전사고의 가능성에 큰 우려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유사 사회공헌기금을 재원으로 한 이 사업이 중요성을 더하는 이유는 우리사회 10만 사회복지시설과 그 시설을 이용하는 510만 취약계층의 안전확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겠다.
끝으로, 본 사업을 진행하는 재단 실무자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부대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두 세번씩 시설을 방문 점검하며 수고를 아끼지 않는 전국의 전기안전공사·가스안전공사 점검 담당자들과, 사회공헌사업의 취지를 감안하여 저렴하게 개선공사를 진행해 준 지역 시공업체들, 무엇보다도 이 사업을 가능하게 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준 정유사 관계자들께도 감사드린다. 이 모든 관여자의 뜻처럼 이 사업을 계기로 앞으로 최소한 사회복지시설에서만큼은 가스·전기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