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휘발유 가격의 강세 배경 및 전망
대한석유협회 산업홍보본부
최근 국내 휘발유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국내 휘발유가격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작년 7월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작년 말(’08년 12월 5주) 1,290원까지 하락하였으나 올해 들어 다시 상승하여 1,500원을 넘어선 상태이다.
하지만 일반국민의 입장에서는 올해 초 국내 휘발유가격의 상승은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올해 3월부터는 원유가가 상승하고 있으나 1~2월에는 원유가가 떨어졌다는 언론의 기사를 종종 접했는데 국내 휘발유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 글은 국내 휘발유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며, 올해 초 국내 휘발유가격의 상승은 과연 적정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함이다.
□ 국내 휘발유가격 결정방식
국내 석유제품가격 책정방식은 정부정책, 외부 이해관계자의 요구 및 국내 시장상황 등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변화하여 왔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정유사들은 국제 원유가격을 기준으로 국내 석유제품가격을 책정하였다. 그러나 2001년 중반 이후부터는 수입제품의 급격한 유입 및 국회 등의 요구에 따라 국제 원유가격 기준의 가격 책정방식을 국제 석유제품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가격 책정방식으로 변경하였다. 현재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 석유제품가격, 환율, 세금, 국내 유통 관련 제반 비용 및 국내 시장여건 등이 반영되어 결정되며, 대리점 및 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구매한 가격과 세금, 국내 시장상황을 고려하여 마진을 붙여 개별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국내 석유제품가격을 국제 원유가격이 아닌 국제 석유제품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국내 석유시장은 수출입이 자유로운 시장으로 실제 수출비중이 50% 이상인 상황에서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이 상이한 경우 수출입을 통해 국내 제품의 가격이 조정되므로 국제가격에 연동하여 국내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국내가격 > 국제가격 → 수입발생 → 국내가격 하락
국내가격 < 국제가격 → 수출발생 → 국내가격 상승
이와 같이 석유제품은 원유에서 생산되나 원유시장과 별개로 국제제품시장에서 거래되며, 개별 석유제품의 거래가격은 각 제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국제 석유제품가격 기준의 가격 책정방식은 불가피하다. 이렇게 국제 석유제품가격에 연동한 가격 결정방식은 세계적인 추세로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 역시 국제 석유제품가격에 연동하여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 올해 초 국내 휘발유가격의 상승 이유
그렇다면 과연 작년 말 국내 휘발유가격이 저점을 찍은 이후, 올해 2월말까지 국제유가가 상승하지 않았음에도 국내 휘발유가격은 왜 상승하였을까?
이는 바로 위에서 설명했듯 국내 휘발유가격은 기본적으로 국제 원유가격이 아닌 국제 휘발유가격에 연동하여 책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5주 대비 올해 2월 4주 원유가는 큰 변동없이 비슷한 수준이나, 동 기간 국제 휘발유가격은 38$/B에서 52$/B로 약 37%(원화기준 약 123원)나 상승하였음을 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국내 휘발유가격은 단순히 달러 기준의 국제 휘발유가격에 연동되는 것이 아닌 환율을 감안한 국제 휘발유가격에 연동된다.(이는 원재료가 수입품인 대부분의 산업 및 물품에 적용되는 공통사항이다.) 역시 동 기간의 환율을 살펴보면 1,270원에서 1,506원으로 약 18%(원화기준 약 67원)나 상승하였다.
게다가 국내 휘발유가격에는 관세,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등 세금이 부과되는데, 작년 3월10일부터 작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었던 유류세 10% 인하조치가 올해 1월1일부로 종료되면서 휘발유 유류세가 약 83원 상승한 바 있다. 또한 원유도입시 부과되는 관세 역시 1%에서 2월부터 2%, 3월부터는 3%로 인상된 바 동 기간 관세가 1%(원화기준 약 5원) 상승하였다.
결국 작년 말 대비 올해 2월말 국내 휘발유가격은 국제 휘발유가격의 상승, 환율의 상승, 세금 인상으로 총 약 278원의 상승요인이 있었다. 그러나 국내 석유제품가격은 동 기간 229원 상승해 최근 국내 휘발유가격의 상승이 과다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게 올랐음을 알 수 있다.
구 분 | ’08.12월 5주 | ’09.2월 4주 | 리터당 상승폭 |
국내 휘발유가 | 1,290 원/ℓ | 1,519 원/ℓ | + 229 원/ℓ |
상승요인 계 | 1,290 원/ℓ | 1,519 원/ℓ | + 278 원/ℓ |
- 국제 휘발유가 | 38 $/B | 52 $/B | + 123 원/ℓ |
- 환율 | 1,270 원/$ | 1,506 원/$ | + 67 원/ℓ |
- 유류세 | 737 원/ℓ | 820 원/ℓ | + 83 원/ℓ |
- 관세 | 5 원/ℓ | 10 원/ℓ | + 5 원/ℓ |
최근 국제 휘발유가격이 상승은 일시적 수급악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호주 및 아시아 남부지역의 휘발유 수요가 증가한 반면, 사우디 및 인도의 정유공장 정기보수에 따른 가동 중단으로 공급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향후 국제 휘발유가격을 전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나, 2월까지 상승하였던 국제 휘발유가격이 3월 들어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사우디 및 인도의 정유공장 재가동시 수급이 다소 여유로워져 국내 휘발유가격의 하향 안정세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호주,베트남,인도 등 국가의 수요 증가와 미국의 휘발유 재고감소, OPEC의 추가 감산 가능성이 여전히 국제 휘발유가격의 하락을 견제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 기타 석유제품 관련 오해와 진실
석유제품은 워낙 국가경제과 국민생황에 밀접한 품목이다 보니 위와 같이 국제유가 대비 국내 석유제품가격의 상승이 과하다는 이야기 뿐 아니라 각종 논란이 많다.
일례로 국내 휘발유가격이 외국보다 비싸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세금을 제외한 국내 석유제품가격(세전가격)은 외국의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석유협회 및 지난 2월 머니투데이 기사에 따르면 2월 9일 기준 국내 휘발유 세전가격은 570원으로 조사대상 30개국 중 22위를 차지했으며, 이웃국가인 일본은 3위에 랭크되었다.
이처럼 국내 휘발유 세전가격이 600원에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이 1,500원 수준인 것은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등 각종 세금이 더해져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 우리나라 휘발유가격에는 세금이 반을 훌쩍 뛰어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정유업계가 폭리를 취한다는 의혹도 많다. 하지만 이는 정유사의 경영실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07년의 경우 정유사의 정유부문 영업이익율은 3% 남짓으로 상장제조업체 영업이익율인 6~7%에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며, 정유부문 영업이익을 석유제품 판매물량으로 나눈 리터당 영업이익은 고작 16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국내 석유제품가격이 최고점을 찍은 2008년 경영실적을 보더라도 GS칼텍스는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하였으며 현대오일뱅크도 실적이 아직 공시되지 않았지만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