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난호 보기
협회보 바로보기 협회보 다운로드 전체 목차보기

[석유시론]바이오연료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ICON ICON

바이오연료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유병선_경향신문 논설위원

루돌프 디젤이 1900년 첫선을 보인 자동차용 디젤엔진의 연료는 땅콩기름이었다. 헨리 포드가 1908년 설계한 T형 포드도 옥수수 에탄올로 가는 자동차였다. 석유를 태워 움직이기 전만해도 자동차는 땅콩이나 옥수수 등 식물 연료로 굴러갔던 것이다. 1백년의 세월을 돌아 다시금 바이오 연료가 자동차를 굴리는 환경친화적인 대체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한정된 자원인 석유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날로 늘어나면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자동차의 연료를 환경친화적인 것으로 대체하는 문제는 지구촌의 현안이 됐다. 최근 고유가와 기후변화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액세서리 연료’로 치부되던 바이오 연료가 에너지와 환경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바이오 연료는 미래 에너지의 대안인 것일까?

모든 열풍이 그러하듯, 최근의 바이오 연료 열풍도 비이성적인 쏠림이 우려되고 있다. 나중에 바이오 연료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다면 모를까, 적어도 현재의 바이오 연료 붐은 신화로 덮여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바이오 연료 상업화만해도 그렇다. 기르는 에너지인 바이오 연료는 석유시대를 접고, 재생에너지 시대를 열 수 있게 해주는 최적의 대체연료라는 게 상업화의 논리다. 고갈될 염려가 없으며,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지구 온난화를 줄여주며, 농촌 경제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2020년까지 자동차 10대에 1대는 바이오 연료로 굴리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도 2010년까지 바이오 디젤의 보급량을 2%로 높일 계획이다. 돈도 몰리고 있다. 2004~2007년 바이오 연료 개발과 관련된 전 세계 투자 규모는 8배로 늘었다.

바이오 연료라기 보다‘먹거리 태우기’이다

하지만 요즘의 바이오 연료는 바이오란 말을 붙이기가 민망하다. 옥수수, 사탕수수, 사탕무, 콩, 심지어 쌀과 밀에 이르기까지 식량을 원료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바이오 연료가 아니라 ‘식량 연료’ 혹은 ‘먹거리 태우기’라는 표현이 더 적확하다. 그런데도 바이오 연료라고 부르는 이유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신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그 신화들이 자동차의 연료로 쓰기 위해 먹거리를 연료로 쓰는 것이 과연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가로막는다. 선진국의 운전자들이 석유시대에 길들여진 소비행태를 지속하기 위해 식량을 자동차 연료 탱크에 집어넣겠다고 하는 바람에 지구촌의 곡물 값이 치솟고, 지구촌 굶주림의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의 바이오 연료로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4륜구동 자동차 한 대의 연료통을 바이오 에탄올로 가득 채우려면 옥수수 200㎏이 필요하다. 서울서 부산까지 자동차로 내려가는데 한 사람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옥수수를 태워야 한다는 얘기다.

바이오 연료로 전체 자동차 연료의 10%를 채우려면 유럽의 경우 전체 농경지의 70%를, 미국은 생산된 옥수수와 콩을 모두 원료로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 연료 개발붐이 일면서 옥수수와 밀, 콩 등 국제 곡물가격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미국 바이오 에탄올의 주원료인 옥수수는 지난 1년 새 90%가까이 폭등했다. 밀 값도 지난 두 달 새 40%나 오르며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옥수수 밭 투기 바람으로 1년 새 땅값이 35%나 급등했다. 멕시코에선 옥수수로 만든 주식인 또띠야 값이 뛰면서 식량폭동이 우려될 정도다. 사료 값이 오르면서 우유·치즈 값을 올려놓고, 비료와 농약 값 인상의 불똥은 다른 작물 가격에도 튀고 있다. 심지어 맥주 값도 들먹여 세계의 주당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농산물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가 덩달아 뛰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agriculture+inflation)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0년 내 곡물 파동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바이오연료가 과연 청정에너지인가?

바이오 연료가 과연 청정에너지인지도 의문이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그것을 연료로 만들면 화석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 과정을 살펴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예컨대 야자로 바이오 디젤 1톤을 생산하는 과정에 이산화탄소가 33톤이나 배출되는데, 석유 1톤을 생산할 때보다 무려 10배의 온실가스가 나온다는 얘기다.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 브라질의 열대림을 없앨 경우, 그렇게 만들어진 에탄올은 같은 양의 휘발유를 사용했을 때보다 50%나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것과 같다. 더구나 에탄올의 연료효율은 휘발유의 4분의 3에 불과하다. 같은 거리를 운행하는데 에탄올을 더 태워야 한다는 뜻이다. 비료 생산, 농기구 작동, 에탄올 정제과정 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까지 포함한다면, 유럽연합 보고서도 밝혔듯이 바이오 연료는 결코 깨끗하지도, 값이 싸지도 않은 대안인 셈이다.

곡물 메이저만 배불리는 꼴

연료 식물 재배로 개도국의 농촌 지역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열대지역에 100헥타르의 농경지가 있다고 치자. 이 땅이 만들 수 있는 일자리는 자영농들이 농사를 짓는다면 35개인데 반해, 야자유나 사탕수수 대농장이라면 10개, 콩 재배 농장이라면 1.5개가 고작이다. 바이오 연료 붐은 기존의 농업 구조를 대규모 단일 재배로 재편해 소규모 자영농의 설자리를 잃게 만들 위험성이 다분하다. 최근 석유와 곡물 및 유전공학 메이저들이 거대 자본을 쏟아 부으며 식량 연료의 수급을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다. 곡물 메이저 카길과 AMD는 전세계 곡물 거래의 65%를 장악한다. 몬산토와 신젠타는 6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유전자조작농산물 산업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지금처럼 곡물을 원료로 하는 한 곡물 메이저들의 배만 불릴 공산이 크다.

잉여 곡물을 연료로 쓰는 것이어서 기아와 무관하다는 것도 신화에 불과하다. FAO의 계산에 따르면, 세계 식량 생산량은 지구촌의 모든 사람에게 곡물과 과일, 야채, 육류, 유제품 등을 부족하지 않게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8억여 명이 굶주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잉여 농산물을 부자나라의 자동차 연료로 태운다면 2025년의 세계 기아인구는 12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신화는 ‘2세대 바이오 연료’가 실용화되면 모든 곡물을 연료로 쓰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가까운 미래에 옥수수 대나 밀짚, 목재 부산물 등에 풍부한 셀룰로오스를 에탄올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돼 진정한 의미의 바이오 연료 시대가 열릴 때까지 먹거리를 태우는 부작용을 감수하자는 논리다. 그러나 셀룰로오스에서 에탄올을 효과적으로 추출하는 기술이 언젠가는 개발된다고 치더라도, 이러한 논리는 수급 조절의 탄력성이 낮은 농업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다. 지금처럼 연료용 곡물 재배가 확대되면 2세대 바이오 연료 시대가 다가왔을 때 늘어난 경지와 곡물의 공급 과잉, 생산농가 보조금 등의 난제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향후 23년간 1억4천7백만 톤의 바이오 연료가 생산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해마다 1억3천6백만 톤씩 늘어날 석유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바이오 연료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이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가 배출되고, 토양은 침식될 것이며, 20억 톤 이상의 폐수가 발생한다는 점을 모른 척 하더라도 에너지 문제 해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이오연료 열풍은 만들어진 신화

바이오 연료 열풍의 에너지는 바로 이러한 신화들이다. 그리고 고유가와 기후변화의 압박이 커지면서 농업과 자동차 산업, 정치가의 이해가 교묘하게 맞물린 지점에서 그 신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농민들은 연료 작물 수요가 늘면서 더 많은 소득을 기대한다. 더구나 연료용 곡물은 식량용 곡물과 달리 농업보조금도 받아도 국제통상 규제를 받지 않는다. 에탄올 정제업체들도 정부의 대체에너지 보조금을 받아가며 사업을 확장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특히 몬산토 등 곡물 메이저들은 식량공급 뿐 아니라 에너지 공급에 대한 지배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업계도 연료전지 차량이 실용화될 때까지 과도기의 틈새시장으로 바이오 연료차량을 활용하려 한다. 특히 고유가 시대에 적합하지 않게 덩치 크고, 연비가 나쁜 차를 만들어내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바이오 연료 차량을 점증하는 환경압박의 회피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최대 이해집단인 농업과 자동차 산업의 지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미국과 유럽 정치인들이 잇달아 바이오 연료 정책을 내놓는 가장 큰 이유다. 이들을 표를 얻을 수 있는데다, 환경 보호자라는 이미지도 굳힐 수 있으니 그들에게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해들이 뒤엉킨 먹거리 태우기 열풍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동차 소비자들의 이중적 심리를 현혹시킨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동차 운행이 지구 온난화를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미 익숙해진 자동차 문화에서 선뜻 발을 빼지도 못한다. 이렇게 딜레마에 빠진 소비자들은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준다는 바이오 연료 신화에서 위안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바이오 연료 신화의 가장 큰 부작용일 것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시대정신을 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바이오 연료 신화의 실체는 덩치 큰 자동차를 더 많이 굴리기 위해 식량을 태우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재생에너지 개발 노력과 제2세대 바이오 연료 연구마저 마저 왜곡시킬 수 있다. 열대 우림을 밀어내고 생산된 외국산 바이오 디젤을 수입하는 것보다는, 비록 양은 적더라도 국내의 폐식용유나 음식물 쓰레기를 바이오 디젤로 재활용하는 것이 바이오 연료의 취지에 더 잘 맞는다. 식량을 연료로 쓰는 것은 결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식량과 연료 생산 체계를 희생시켜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바이오 연료 실용화 노력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식량 체계를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환경친화적인 대체에너지를 모색해야 마땅하다. 남들이 한다고 덩달아 식량을 태우는데 헛돈을 쓰느니, 당장이라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대체에너지 개발을 지원하는 편이 현실적이고 생태적인 발상일 수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