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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황금돼지띠 ''바이러스'' 골고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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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돼지띠 ‘바이러스’ 골고루 혜택 돌아갔으면...

이 재 호 내일신문 산업팀 기자

 새해의 태양이 어김없이 떠오르고, 거스름 없이 꼬박꼬박 날수를 채워가고 있다. 지난 연말쯤 나는 대단하고도 역사적인 시대에 걸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 세기도 아닌 천년을 뛰어넘었고, 지난해는 200년만에 온다는 쌍춘년, 올해는 600년만에 온다는 정해년 황금돼지띠해라니 숨이 가쁠 정도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100년을 넘지 않으니 ‘타임머신’을 타는 기분이 이런 걸까 싶다.

돼지는 죽어서도 웃는다

“돼지띠는 어떤 띠와도 순탄하게 잘 맞는 띠다. 특히 밥 때 태어난 돼지띠는 재물 복이 있지” 결혼당시 장모께서 돼지띠인 아내자랑을 은근 슬쩍하신 말씀이다.

이렇듯 동양에서는 돼지를 재물과 복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무엇이든 잘 먹으니 식복이 있고,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다.
예전 못 먹고 못살던 시절 헐벗지 않고, 많은 자손이 번창하는 것만큼 우리 조상들에게 중요한 것이 있었을까?
돼지꿈을 꾸면 으레 복권을 사고, 지금은 보기 드물어지긴 했지만 고사 지낼 때는 반드시 돼지머리를 올려 복과 재물을 기원했다.
‘돼지는 죽어서도 웃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고사상에 올릴 웃는 돼지머리를 구하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기도 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60년 만이니, 600년 만이니 말도 많았던 정해년(丁亥年) 황금돼지해.
중국에서 유래한 음양오행에 따르면 정(丁)은 음이자 화(火)로 곧 붉은색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붉은색을 재물과 복을 가져다주는 최고의 색으로 중요시 여긴다.

정해년은 옥상토(屋上土)를, 오행에서 토(土)는 노란색을 의미하니 정해년을 황금돼지 해라고 보는 것이다.

3명중 2명은 경제적 안정 원해

하지만 황금돼지 해의 속설을 믿는 사람들은 고작 22.9%뿐, 나머지 60.6%가 장사꾼의 상술이라 믿지 않는다는 설문조사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럼에도 엠파스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상반된 기대심리를 읽을 수 있다.

‘2007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이것만은 꼭 이루고 싶다’라는 물음에 총 참여자 3361명중 72%(2422명)가 ‘돈벼락을 맞고 싶다’라고 답했다. 이어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가 9%(302명)로 2위, ‘솔로탈출’이 3위(152명)를 차지했다.

또 인터넷 쇼핑몰 G마켓에서 네티즌 1만39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10명중 4명꼴로 사주나 토정비결을 경함한 적이 있고, 이중 절반이상(50.9%)이 ‘재물운’에 가장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견이 분분하긴 해도 600년만에 돌아온다는 황금돼지해를 맞아 경제적 안정을 가장 큰 희망사항으로 꼽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가 황금돼지해라서 이기보다 매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금전적인 안정이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복과 풍요를 상징하는 그자체인 황금돼지 이다보니 어려운 경기 속에 그 소망은 더욱 간절하게 느껴진다.

1+1=2, 나눔의 행복

돼지를 빗대어 사용하는 말 대부분은 그 의미가 별로 좋지 않다. 가장 원초적인 ‘돼지같다’가 그렇고, 그중 ‘돼지처럼 먹는다’는 말은 복스럽기보다 흉하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그러나 돼지는 정작 ‘돼지처럼 먹지 않는다’고 한다. 배불리 먹었다 싶으면 100%로 물러설 줄 아는 것이 돼지라는 것.
오히려 있어도 늘 모자란 것 같은 욕구불만에 시달리는 인간보다 더 나은 면모를 지닌 동물인 것 같다.
현재 지구촌은 지난해 연말기준 7명당 1명이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또 매일 2만 4000여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와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반면 하루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정확히 측정이 안될 만큼 엄청나다.

좀 엉뚱한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해 여름쯤 보았던 한 광고가 생각난다.
한참 전력사용량이 많을 때라 전기절약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5%의 전기사용량을 줄이면 몇 십 만명의 결식아동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어릴 적만 해도 양초는 집안에 비상식량처럼 구비돼 있었다. 그때만 해도 전기나 물, 석유는 늘 소중하고 아껴야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너무 ‘펑펑’ 쓰는 게 아닌가 싶다.
그만큼 삶의 질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집안의 쓰지 않는 코드는 뽑아놓는 등 조금의 생활상식만 발휘해도 결식아동의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지 않는가.

석유업계에도 뚜렷해진 양극화

이같은 양극화 현상은 석유업계에서도 드러난다. 업체간 규모 차이는 물론 석유사업과 비석유사업의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실례로 SK(주)의 경우 지난해 매출 23조6500억원에 영업이익 1조168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전년과 비교할 때 매출은 7.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연초 목표로 제시했던 1조4100억원의 83%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특히 SK(주) 매출의 70%쯤을 차지하는 석유사업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8% 하락했고, 지난 4분기에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석유개발사업 분야에서는 지난해 영업이익 6635억원을 달성, 석유사업(3314억원)의 두배가 넘었다.

화학 산업과 윤활유 사업의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각각 14%, 32% 증가했다. 업계에서 석유개발 사업 투자확대와 경질유 탈황시설 등 설비 투자가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빨간 돼지저금통의 진실

공룡을 너무나 좋아해 ‘공룡박사’라 불리는 아들 녀석에게 아내가 지난해 생일선물로 공룡저금통을 선물했다. 크기도 큼직하려니와 동전을 넣으면 기쁨의 웃음소리가 난다.

처음엔 갖가지 심부름으로 얻은 동전으로 공룡웃음소리를 듣더니, 그것도 시들해졌는지 한 번씩 뚜껑을 열어 바닥에 쏟아 붓고는 동전을 ‘재활용’한다.

얼마 전 아내가 아들 저금통을 열어 돈을 챙기기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쳐다봤더니 아내가 씩씩거리며 하는 말.
슈퍼에 갔다가 예정에 없는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기에 안된다 했더니 아들 왈 “지금 사주고 집에 가서 자기 저금통에서 돈을 꺼내 주겠다”고 했다는 것.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돈이 없다고 말하면 “카드 있잖아요”한다더니 이쯤이면 애교 수준 정도인 걸까 싶다.
내가 어릴 적엔 저금통이 펑퍼짐하게 누운 빨간 돼지저금통이었다.
저금통이 가득 차야한 뜯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줄만큼 저금통 바닥에는 구멍하나 없이 반듯했다. 어쩌다 동전을 넣는 구멍으로 다시 동전을 꺼내야 할 때는 아쉬움과 죄의식까지 느꼈다. 그렇게 모아 오래도록 소원했던 것을 사기도 하고, 보태기도 했으며, 통장에 저금했다.

얼마큼이나 모았을까 들어서 무게도 가늠해 보고, 창가에서 저금통속 동전의 잔영을 확인해 보기도 했다. 근데 요즘 세상엔 도통 ‘과정’이라는 것이 없다.
횡재도 기분 좋을 만큼도 아닌 남들이 입이 벌어질 만큼은 되어야 명함이라도 내민다.
올해는 IMF 구제 금융을 받은 지 10년째 되는 해이면서, 대선이 있는 해이기도 하다.
올해에도 세계 경기하강, 원화절상 등 많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우리 민족이 위기 앞에서 오히려 밝고, 단단한 도전정신으로 임했던 것을 기억하자.
LG경제연구원은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증권업계도 올해 코스피지수 1600선 돌파를 예고하고 있다. 내수경기도 2분기부터는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좋은 것과 새로움만을 분출하고 있는 이 연초에 과거 빨간 돼지저금통처럼 미래를 대비한 인내와 아쉬움의 절약을 발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울러 양극화가 최소화된 사회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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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에 대한 오해? … 사실은

-돼지는 지저분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OH~~ NO!'다. 돼지는 땀샘이 없기 때문에 진흙탕에 뒹굴면서 체온을 식히거나, 대량으로 사육하는 습한 환경으로 인해 불결하다는 편견이 생긴 것일 뿐.
돼지농장을 경영하는 농장주의 말에 따르면 노는 곳, 자는 곳, 먹는 곳, 배설하는 곳등 정확히 분별할 줄 아는 동물이 돼지라고 한다. 실제로 넓은 공간에서는 오히려 부지런하고 깔끔한 것이 돼지라고 한다.

-돼지는 ‘돼지처럼’ 많이 먹는다?

돼지는 정해진 양 이외에는 더 이상 과식을 하지 않는다. 먹을 것이 거르지 않고 안정적으로 주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오히려 먹을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새끼돼지도 자신에게 주어진 어미 젖외에 다른 것을 넘보지 않으며, 어미도 새끼 모두가 젖을 물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젖을 내보낸다고 한다.
이즈음이면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돼지는 머리가 나쁘다?

사람이 사람보다 더 아끼는 애완견의 IQ가 30인데 반해 돼지는 50으로 가축가운데 가장 높다.

-돼지는 둔하다?

감각이 예민해 오히려 소음같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동물이다.

이외에도 돼지는 수영실력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최고 시속 48Km로 뛸 수 있다. 또한 다른 동물과 달리 돼지는 자신이 위험할 때만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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