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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보다 부업에서 수익 올린 정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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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보다 부업에서 수익 올린 정유업계


최 용 규 서울신문 기자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던 기름값은 다행히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가 상승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러진 것은 아니다. 국제정세 불안시 유가는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뒤돌아보면 해마다 국제유가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까마득한 수준까지 올랐다. 4년 동안 이어진 고유가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생활과 국민경제는 더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반면 정유사의 경영실적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해묵은 담합과 폭리의혹도 되풀이 되고 있다. 유가는 계속 상승하는데 정유업계는 이익을 내고 있으니 서민의 입장에서 곱지않은 시선을 가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정유업계가 억울하다고 볼멘 소리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정유사가 올린 전체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2.2% 상승한 33조 5,239억원 이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조8,227억원(+11.2%)과 1조8,663억원(+15.6%)을 기록하였다.
고유가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호전된 것은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정유업계는 석유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석유화학, 석유개발, 윤활유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전자를 정유부문, 후자를 비정유부문이라 한다. 올 상반기 경영실적을 분석하면 정유부문과 비정유부문 매출액 비율은 각각 27조4,066억원과 6조1,173억원으로 8:2이지만, 영업이익은 9,604억원과 8,623억원으로 5:5로 나타나고 있다. 순이익에서는 정유부문이 8,615억원, 비정유부문이 1조48억원으로 비정유부문이 오히려 정유부문을 앞질렀다. 정유부문의 매출이 월등하지만, 정작 이익은 비정유에서 거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타산업과의 비교에서도 정유부문의 수익률은 낮게 나타난다. 올 상반기 정유사의 법인 기준 매출액 순이익률은 5.6%이지만 정유부문은 3.1%린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한전, 가스공사의 6.9%, 3.4%보다도 낮다. 포스코의 14.9%와 비교하면 국내 정유사의 정유부문이 매우 열악한 영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비정유부문에서 정유부문보다 더욱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이유는 석유화학제품 가격의 상승으로 석유화학에서 많은 이익을 거두었으며 또한 석유개발과 윤활유 판매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본업보다 부업이 더 돈벌이가 된 셈이다.

살펴보면 본업보다 부업으로 돈버는 업종이 있다.
극장들은 영화판매보다 팝콘판매로 더 많은 수익을 거둔다고 한다. 맥도널드는 햄버거 판매보다 부동산 사업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부 호텔은 객실판매보다 베이커리 사업의 수익이 더 높다. 말이 좋아 사업다각화, 수익원 다양화이지 본업은 재미없다는 얘기다. 이제 이러한 ‘본업보다 부업이 돈되는’ 업종들 가운데 정유업이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정유업종, 즉 본업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된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석유 내수시장은 이미 ‘레드오션’ 이다. 고유가와 갈수록 강화되는 석유에 대한 환경규제와 다양한 석유대체연료의 개발로 석유는 날이 갈수록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IMF 직전인 ’97년 대비 ’05년 휘발유소비는 17% 감소했고, 등유는 반토막 난 실정이다. 1차에너지원중 석유의존도도 ’97년의 60%에서 지난해 44%로 줄었다. 전망도 불투명하다. 2020년까지 전체 석유제품 연평균 증가율은 0.6%로 향후 석유소비는 정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수시장은 이미 31% 공급과잉인 상태이며,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을 거두기 힘든 구조이다. 이런 시장에서 어떻게 담합을 할 수 있느냐고 정유업계는 반문한다.

그러면 정유부문은 ‘계륵’과 같은 존재인가? 그렇지는 않다. 다행이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국제정제마진이 좋고, 그동안 설비투자로 고품질의 석유제품 생산능력이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석유제품수출은 작년에 154억달러를 기록해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중 5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05년 정유업계의 매출 62조중 49%가 수출로 기록한 것이며 올해는 이 수치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정유업계가 시나브로 수출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유업계는 유가안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한다. 국제휘발유가격이 3년간 120% 올랐으나 국내휘발유 세전공장도 가격은 40% 올린 데 그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간의 폭리의혹에 따른 곱지 않은 시선은 ‘고유가 시기의 속죄양’에서 비롯된 것일 수가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정유사의 기름판매와 관련된 영업이익률은 2∼3%라는 초라한 수준이고, 이익 증가는 해외자원개발 및 화학제품 수출 호조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분식회계가 아닌 이상 재무제표 상에서는 정유사들이 석유 내수시장에서 폭리를 취한 근거를 찾기가 힘들다.

남들이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돈을 벌고 있으니 일단 곱게 봐줄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는 것은 ‘옥쇄’하자는 것 아닌가?
정유사의 폭리가 보도되면 소비자들의 심리는 ‘그러면 그렇지’ 혹은 ‘내 그럴줄 알았어’라고 일시적으로 동요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근거가 동반되지 않은 불명확한 정보는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뿐만 아니라 업계이미지에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
한번 손해난 이익은 다음에 회복할 수 있지만 실추된 이미지는 여간해서 회복하기 힘들다. 정확한 사실과 근거에 입각해 보도해야하는 이유이다.
정유업계를 출입하는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작금의 사태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업계사정을 국민들에게 속시원히 털어놓아야 할 의무감 마저 든다.

걱정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유업계가 앞으로도 유가안정과 수급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주문해 본다. 업계 차원에서도 고통분담에 나서면서 정당한 평가를 받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고유가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며 버텨나가는 기업과 국민앞에 떳떳히 나설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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