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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바이오연료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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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연료 성공하려면


- 이 규 진 서울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



바이오디젤 - 1년8개월의 법조기자를 마치고 지난해 10월 정유업계에 와보니 낯익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2001년쯤으로 기억되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중소기업 사장의 고교 동창분인 C씨가 바이오디젤 사업을 한다며 나를 찾아왔다.
그 분은 프랑스에서 바이오디젤 기술을 연마한 모 박사와 함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했다. ‘바이오디젤이 석유 한방울 안나는 우리 실정에 너무나 절실한 대체 연료이자 환경오염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재생에너지’라는 C씨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하여 그때 코스닥기업 사장 등 돈푼깨나 있어 보이는 인사 두어명을 소개시켜 준 기억이 난다.
그러곤 한 2년여가 지난뒤 C씨는 어엿한 사장님이 돼서 나를 찾았다. 한달여쯤 지나서 나는 차를 몰고 평택항 인근 C사장이 운영하는 바이오디젤 공장을 구경했다. 그때 둘러본 하늘로 쭉 뻗은 연료탱크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당시 그 회사 이름은 신한에너지, 지금의 가야에너지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바이오디젤은 다시 2년뒤 정유업계 출입기자가 된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정유업계 기사를 쓰기 시작한지 두 달 남짓 됐을까, 바이오디젤 때문에 정유사들이 디젤 시장 일부를 잃게 될까봐 고민에 빠졌다는 기사를 쓰곤 여러 곳으로부터 ‘현실을 잘 모른다’는 원망을 들었다.
나는 당시 정유사들이 시장을 뺏길까봐 품질이 어떠니, 유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느니 하며 비난을 한다고 느꼈다. 당연히 그 말들은 그냥 흘려 버렸다. 그보다는 수년전에 C사장이 했던 말들을 신뢰했다.
“정유사들이 시장을 지키려고 산업자원부는 물론 언론에 온갖 로비를 합니다. 그래서 이 바이오디젤 시장이 쉽게 열리지 않고 있어요”
실제로 바이오디젤, 즉 식물성 기름에서 추출한 연료가 널리 사용될수록 석유에서 나온 디젤 사용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대체재 관계인 바이오디젤과 일반 디젤 사이에서는 서로 화합할 수 없는 벽이 가로 놓여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때 바이오디젤의 지지자였던 나는 첫 관련기사를 쓴지 불과 한달이 안돼 철저히 전향(?)을 하게 됐다. 왜냐고? 너무나 좋은 명분을 갖고 있는 바이오연료 정책이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디젤은 석유와 같다 - 이런 부정적인 판단을 하게 된 것은 바이오디젤이 석유와 다를바 없다는 걸 확인한 데서 출발한다. 도대체 바이오디젤이 석유와 같다니? 바보 같은 말로 들리는게 당연하다.
식물성 기름과 화석연료, 다시 말해 이산화탄소와 황을 내뿜는 화석연료와 어떻게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친환경 식물성 기름을 똑같다고 말할 수 있냐고 반박한다는 것 잘 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석유 연료를 대체하려는 이유를 따지다 보면 바이오디젤이나 석유나 ‘오십보 백보’라는 진실을 아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둘의 공통점은 바로 ‘원료 자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바이오디젤의 원료는 콩기름(대두유), 팜유(야자유), 유채유, 폐식용유다. 그런데 대두든 유채든 팜이든 모두 한반도 남쪽에서 풍족하게 나오지 않는다. 식량이기도 한 이것들을 우리 대한민국은 거의 대부분을 수입해다 먹고 쓰고 있다.
관광특구인 제주도의 유채꽃밭은 아름답다. 하지만 이 유채꽃 농사를 지어서 석유를 완전 대체할 분량의 유채유를 만들려면 우리 농민들이 오직 유채꽃만 길러도 모자란다. 콩도 그렇다. 야자는 아예 우리나라에서 기르기 힘들다.
한마디로 식물성 기름은 우리나라가 완전 자급이 불가능하다. 석유를 두고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아까운 외화를 써서 원유를 사들여 온다’며 바이오디젤의 필요성을 목놓아 외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면 바이오디젤도 아까운 외화를 들여 해외에서 수입해야 된다는 걸 왜 모르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특히 바이오디젤은 바로 먹는 식량과 원료가 똑같다. 소위 환경론자, 인권론자들은 이런 인과관계를 아는지 모르겠다. 제3세계 인민들이 먹어야될 식량들이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기 위해 대량으로 한국으로 수입되고, 그래서 콩값과 야자값이 올라 그 인민들이 심각한 생활고를 겪어야 할 지도 모른다는 걸 말이다.

경제성 제로, 바이오디젤 - 바이오디젤이 석유처럼 원료 대부분을 수입해 써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에 혹자는 이렇게 반론을 필 것이다. ‘그러면 어떠랴? 어차피 수입해 쓰는 건데 그래도 석유를 대체할 수 있으면, 그 건방진 중동의 입김이 그만큼 줄어드니 에너지 안보상 바이오디젤의 존재 가치가 분명한 것 아니냐’고.
맞는 말처럼 들린다. 석유 고갈도 예정돼 있고, 지금 당장 유가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으니 에너지 포트폴리오상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게 뭐 잘못된 것인가 하고 주장할 만하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는 한가지 중요한 결함이 있다. 불행히도 이들은 ‘경제성’이란 개념을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이다.
수년전 벤처 붐이 한창일 때 필자는 아주 많은 자칭 ‘획기적 기술’들을 소개받았다. 그중 하나가 ‘공기로 가는 자동차’다. 또 ‘물로 가는 자동차’에 대한 보도자료와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
이런 회사를 가면 기자들에게 거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소위 ‘촌지’를 준다고들 한다. 난 한번도 가지 않았지만 갔다온 다른 기자들의 전언이 그렇다. 그들이 그 촌지를 받았는지는 잘 모른다. 내가 가지 않은 이유는 촌지를 줄까봐서가 아니다. 그들이 거의 대부분 사기꾼이기 때문이다.
공기로 차가 갈 수 있을까? 맹물로 자동차가 굴러가는게 가능한가? 이론적으로 ‘예스’다. 실제 파일럿(시험)장비는 물이나 공기만으로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작동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석유를 대체할 대단한, 온 인류의 역사를 바꿀 천지개벽할 발명이 아닌가 하고 흥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보 아닌가?
그러나 이 같은 물과 공기로 가는 엔진은 눈속임이다. 어마어마한 에너지, 석유나 전기와 같은 기존 에너지원을 사용해 쥐꼬리만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바보엔진’이다.
물로 에너지를 만들려면 수소를 분리해야 한다. 그런데 이 물에서 수소를 떼어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다른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구체적 수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예를 들면 물로 가는 엔진으로 100미터를 가기 위해서 수천미터를 움직일 수 있는 석유나 전기를 투입해야 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그냥 석유를 쓰면 될 일이지 왜 엄청난 비용을 들여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는지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한마디로 경제성이 제로인 것이다.
바이오디젤을 이처럼 사기극에 비유한 것은 좀 심한 비유일 수 있다. 그렇게까지 경제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특히 최근 들어 유가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대두유, 팜유와 경유의 가격차가 좁혀졌다. 하지만 시장원리대로 놔둘 경우 바이오디젤의 설 자리는 없다.
우선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대두유와 팜유의 리터당 수입가를 보자. 대두유는 리터당 900~1,000원, 팜유는 600~700원 선이다. 세금을 제외한 디젤의 공장도가는 리터당 600원대다. 대두유는 확실히 비싸고, 팜유는 엇비슷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맞지 않는다고 한다.
남는 건 유채유와 대두유다. 이중 유채유는 유럽에서 많이 쓰지만 대두유보다 더 비싸다. 그래서 국내 바이오디젤 업체들은 주로 수입 대두유를 쓴다.
앞에서 말했듯 이 대두유가 경유 공장도가보다 1.5배 비싸다. 그렇다면 경유차 운전자들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환경 좋다. 석유대체 좋다. 그런데 왜 내가 1.5배 비싼 연료를 넣어야 하지? 내가 뭐 자선사업가냐? 가뜩이나 기름값 올라 죽갔는데 이건 또 뭐야!”
그래서 정부는 세금이란 고무줄로 가격조정을 했다. 일반 경유에 매기는 600원이 넘는 세금을 바이오디젤에게는 완전 면제해준 것이다. 그래서 900원대에 들여온 대두유를 정제하고 거기다 바이오디젤 업체 마진 붙이고 마지막으로 세금 안 붙이고 해서 바이오디젤은 경유 소비자가와 비슷해졌다. 경우에 따라 바이오디젤이 아주 조금 싸다고도 한다.
정리하면 한국의 바이오디젤은 면세 덕에 일반 경유와 가격이 비슷해진 것이다. 지금처럼 고유가가 됐으니 그나마 가격이 도토리 키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지, 그 전에는 세금을 전부 빼줘도 일반 경유보다 훨씬 비쌌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이 ‘면세’란 요술방망이가 2년이 지나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슨 얘기냐면 2년 시한으로 면세혜택을 준 것이지 2008년부터는 면세가 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년 면세를 해준 재정경제부는 세수 축소를 우려해 바이오디젤에 대해 똑같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결국 세금지원이 없으면 자생력이 없는 비운의 숙명을 안고 있는 셈이다.


바이오연료가 성공하려면 - 바이오연료가 원료자급도 안되고, 경제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만 둬야 할까?
그건 아닌거 같다. 에너지 정책은 백년대계를 짜듯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치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의 바이오디젤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이지, 바이오연료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건 아니다.
바이오연료를 권장하는 정부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바이오디젤 등 식물성 연료의 운명은 ‘태풍앞의 촛불’처럼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우선 일본처럼 해외에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바이오연료 보급 순서를 원료 자급 위한 해외농장 다수 확보 쭭 단계적 보급으로 잡았다.
두번째 한국의 정유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듯 바이오디젤 역시 대규모 자본과 첨단 기술을 집중 투입,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성이 확보된다.
거듭 말하지만 유가가 오르면 식물성 기름값도 오른다. 왜냐고? 농사짓는데 석유가 에너지원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유가가 더 오르면 되지 않냐고, 그러면 경제성이 확실히 생기는 것 아니냐며 감 떨어지기 기다리는 안일무사한 태도는 하루 빨리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다음으로 바이오디젤에 대한 환상을 버리도록 해야 손실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바이오디젤은 현재 기술수준이나 시장여건상 지극히 보조적인 대체에너지원일 뿐이다. 황금알을 낳는 사업도 아니고, 석유위기를 극복할 진정한 솔루션이 아니다.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떠드는 일부 관련기업, 환경론자, 증시 주변의 작전꾼의 속셈을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
이미 카길 등 곡물메이저들은 바이오연료 수요가 늘자 대두유 등의 가격을 올렸다. 대두유 가격이 지금보다 더 많이 오르면 경유차를 모는 국민들은 어쩌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지 모른다. 대두유 가격이 더 오른만큼 정부가 보조금을 줘야 가격이 일반 경유와 맞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보조금을 주기 위해 경유 세금을 더 올릴지 모른다.
바이오디젤 가격이 급등하고 있음에도 불구, 환경과 에너지대체를 위해 더욱 더 많이 바이오디젤을 쓴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국민들은 외국 농민, 정확히 말하면 다국적 곡물메이저에게 점점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또 바이오디젤 업체의 생존과 공무원들의 치적을 위해 세금을 더욱 더 많이 내는 일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게 말이 안되다면 차라리 바이오디젤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버리고 냉정하게 진짜 제대로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데 ‘올인’하는게 우리나라와 국민을 위해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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