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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단상] 유가, 환율 그리고 등잔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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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환율 그리고 등잔불


- 정 해 근 대우증권 OTC파생상품 영업본부장 -

"등잔불…. 주먹만한 하얀 사기용기의 까만 점 위에서 손톱만한 크기로 하늘거리며 어둠을 밀어내고 방안 가득이 아슴푸레한 안광을 채워주던 투명한 노란 불꽃….

꺼질 듯 말 듯 너무도 약한 불빛이 답답하여 등잔뚜껑을 뒤집어 성냥개비로 심지를 밀어 올려 불꽃을 키워 밝게 하려면 어김없이 기름 많이 쓴다고 불호령과 함께 뚜껑을 탁탁 들었다 놨다 하며 심지를 내려놓으시던 할아버지에 대한 서운했던 감정. 그 와중에도 뜨거워진 등잔꼭지를 잘도 잡았다 놓는다고 혼자 생각하던 그 때의 기억들이 함께 어우러집니다. 그렇게 어렸을 적 석유에 대한 기억은 등잔불처럼 아슴프레하고 여리며 궁색합니다. 그 한방울 석유조차 아끼며 등잔 심지를 내리시던 할아버지의 마음씀씀이를 생각합니다."



고유가뿐만 아니라 석유확보가 과제

국제원유가격은 2002년부터 20달러벽을 뚫고 30달러를 훌쩍 넘어 이제는 배럴당 70달러(WTI 기준)를 지지선으로 한 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갑론을박하던 전세계 추정 원유매장량 및 가채량에 대한 분석논란은 이미 고전이 되었습니다. 중국, 인도 등 거대 소비시장의 확대로 인한 에너지 수요급증은 원유매장량 문제를 떠나서 확보가 급선무가 되었고, 지속가능 발전을 담보하기 위한 에너지 확보는 이제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 정부는 석유를 포함한 화석원료의 부족에 대비하여 수력, 원자력에 이어 풍력, 조력, 태양광에 이르기까지 각종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경제성 등에서 석유를 대체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석유수요 급증으로 석유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얼마전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해 국제 원유가격이 1분기 평균 배럴당 58달러 수준(두바이유 기준)으로부터 연 평균 68달러 수준으로 높아져서 2년 전에 비해 거의 2배 높은 수준에서 고공비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국제적인 일부의 분석자료는 실질실효가격수준을 운운하며 향후 100불대의 원유가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원유가격을 선두로 금, 구리, 아연, 알루미늄 등의 상품가격까지 작년 하반기이후 폭등세를 보이고 있어 자원확보에 대한 각국의 이해는 어느 때보다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전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에 기초한 부동산 및 주식 가격의 앙등은 총체적인 자산가격의 상승을 넘어 자산버블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키며, 급격한 가격상승의 위험과 함께 급작스런 거품붕괴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20세기말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전세계적인 과잉생산설비의 문제는 과도한 원가경쟁에 이어 설비투자의 부진이란 디플레이션을 경험하게 하였습니다. 과잉생산에서 살아 남기 위한 원가경쟁은 생산활동이 선진국에서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로 이전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나아가 국제적인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 현상을 심화 시켜왔습니다. 특히 국제적인 저축의 불균형, 소비의 불균형은 국제수지의 불균형을 심화시켜 미국의 경상적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였고, 디플레이션 해소를 위한 저금리정책과 재정적자정책과 함께 경제대국인 미국의 고질병이 돼 왔습니다.
미국은 최근 2년간 저금리 정책에 따른 자산가격의 앙등과 완만한 경기호전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리인상과 병행하여 약달러정책을 지속하였으나 원유 등 상품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국제적 정치불안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로 지속적인 금리인상에 대한 전망은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급격한 원화절상이 더 큰 부담

그러한 가운데 국제적인 정책수단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는 것이 환율입니다. 미국의 약달러 정책을 통한 수입물가의 하락과 수출기업의 혜택 증가라는 결국 경상수지개선이란 목표를 위하여 유로화 및 엔화에 대한 압력뿐 아니라 중국 위안화에 대한 공격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사이에 끼인 우리나라 원화의 상대적인 가치상승은 빈약한 우리나라 외환시장 상황과 최근까지의 주식시장의 활황과 어우러져 올 들어서만 7%가 오르는 급격한 원화절상을 초래하여 우리나라 경제를 힘겹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원유가격의 상승분을 일부 원화의 절상을 통하여 상쇄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전년말 대비 달러기준으로 21.6%나 상승한 원유(두바이산 기준)가격이 원화 기준으로는 13.6% 상승하였으니 원유가격 상승부담을 완충하여 주는 듯도 생각됩니다. 하지만 원유가격은 이미 작년(2005년)에 폭등한 상태에서 유지하는 반면, 원화 환율은 올 들어 갑자기 절상속도가 빨라지는 시차로 인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달리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전반에 미치는 환율 영향이 원유가격의 영향보다 훨씬 커서 작년도에 피부로 느끼던 경제 현실감각보다 올해 느끼고 있는 경제에 관한 고통감각이 더욱 큰 것입니다.
환율이란 궁극적으로 한나라와 다른 나라간의 경제력 또는 구매력의 차이를 비교한 것으로 나타내겠지만 이는 이론적인 수치에 불과하고, 시시각각 상대통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란 시장변수에 따라 오르내립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외환시장에서조차 수출입기업 및 국내금융기관들에 의한 원화의 수급보다는 외국투자가들을 중심으로 투기적 거래가 주도되고 있어 핫머니 성의 자금들에 의한 교란요인이 많은 상황입니다. 이는 원화의 국제화가 미진하여 해외에서의 원화에 대한 결제 및 사용이 제한적인 탓도 있겠습니다. 더구나 최근의 원화절상은 중국 위안화의 절상 기대가 어우러진 가운데 소규모 수입기업들의 외환매입에 대한 지연(lagging)현상과 분산매도가 일부의 거대수출기업들의 조기 선물환매도(leading) 등 적극적인 외환매도를 이겨내지 못한 사유가 큽니다.
향후에도 전세계적인 약달러 기조하에 중국 위안화의 절상압력이 계속되는 한 원화강세는 상당기간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여 수출기업들에 대한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가 진행되며, 해외투자를 통한 외환유출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원화의 절상은 어느 정도 속도를 줄일 가능성도 있어 완만한 환율조정(smoothing operation)을 통한 경제체질의 강화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국제원유가격의 앙등과 원화절상이란 서로 상쇄되는 효과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둘 다 우리나라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오히려 바라건대는 국제원유가격의 하락과 원화의 완만한 절하가 국가경제로나 서민들 살아가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겠지만 오직 신만이 알 것입니다.

원유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원화환율 또한 들판의 망아지처럼 뛰는데 그 옛날 할아버지께서 버럭 꾸지람하시며 심지를 줄여 밝기를 낮추시던 등잔불 생각이 겹쳐집니다. 어둠 속에서 자그마한 등잔불꽃을 하염없이 바라보시며 매캐한 담배연기를 뻐끔뻐끔 내뿜으시던 할아버지께선 그때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어쩌면 등잔 심지를 키우면 기름이 많이 소모될 것이라는 현실감보다는 한들거리는 노란 불꽃과 하얀 담배연기 속에서 무념무상의 세월을 보내시지는 않았을까 생각하며 어수선한 국제시장의 한가운데 앉아 속절없이 부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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