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석유산업의 미래발전전략에 관한 소고(小考)
가. 최근의 국제석유시장 변화가 주는 시사점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 |
지난2년 동안 국제석유시장은 유례없는 장기간의 지속적 강세를 보였다. 이제 국제유가 수준은 한 단계 상향조정된 상태에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전문기관의 전망에 의하면 WTI 기준 60달러 내외라는 현 가격수준이 향후 상당 기간 지속되고, 일부에서는 수년 내 50달러 수준으로 하향될 가능성은 적다는 구체적 전망도 있다.
이러한 시장동향은 속칭 “1 - 2차 산품 불평등 교환체계”의 종식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원유와 같은 1차산품은 품질이나 성능 개선에 한계가 있다. 이에 반해 공산품 등 2차 산품은 활발한 기술혁신과 제품혁신과정을 통해 소비자 만족도 개선이 가능하다. 따라서 2차 산품 가격이 1차 산품보다는 지속적인 고율의 가격상승이 가능하다. 그러나 1-2차 산품 가격 상승률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는 경우 1차 산품 생산투자 부진 등 단기 가격 급등요인을 유발한다. 석유파동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를 에너지경제학에서는 생산되지 않은 상태에 있는 고갈성자원의 미래 기대수익의 단기급변으로 해석한다. 석유파동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를 에너지경제학에서는 생산되지 않은 상태에 있는 고갈성자원의 미래 기대수익의 단기급변으로 해석한다. 아직도 완전히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현 고유가사태는 당연히 올 것이 온 것이며, 장기적 관점에서는 고갈성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 한 것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고유가시대가 정착되었다는 명제 하에서 국익과 에너지기업이윤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 모색만이 남아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난 2년 동안 국제석유시장 변화가 우리의 미래전략 형성을 위해 주는 시사점을 정리하여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2년간의 국제석유시장의 변화는 지정학적 불안정 요인이 초기단계 유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여 고유가시대를 정착시켰으며, 결과적으로 국제패권주의가 부활한 불안정의 시기라고 요약할 수 있다.이러한 시대적 특성이 형성되는 가운데 특기할 만한 사항은 OPEC의 약화와 국영석유회사 영향력의 증대현상이다.
최근 고유가추세에 따라 자원보유국들이 생산능력 확충을 기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석유자원에 대한 국가통제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이에 고유가 추세에 부응하여 고도의 기술능력을 보유한 일부 민간 석유기업만이 Frontier지역 등 개발여건이 열악한 지역이나 정치적 혼란 등으로 개발이 극히 부진했던 아프리카 등에서 석유자원개발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제는 석유개발의 주도권은 석유주권의 확장, 유지를 위한 기존 산유국들의 국영석유회사들과 국가의 전략적 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신규 수요 증가주도국들의 국영석유회사들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 즉 OPEC, Major석유회사1), 국영석유회사2), 독립계석유회사라는 4대 석유산업 주체 중 현 시점에서 석유시장 변화와 산업구조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산유국과 소비국들의 국영석유회사들이다. 반면 OPEC의 석유시장에서 지배력은 사우디의 Swing-Producer 역할(공급과잉 시장에서의 시장변화 흡수능력)에 근거를 두고 있었으며, 이 역할이 더 이상 발휘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지배력의 점진적 상실은 당연한 결과이다.
또한 고유가시대를 맞이하여 세계 모든 국가들이 범세계적 개방과 경쟁의 진전과 함께 미국식 기준의 범세계화 추세 속에서 자칫하면 에너지 안보 개념이 소멸될 수 있는 위험을 깊이 인식하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에 대처하여 각국은 장기 국가전략 차원에서 에너지산업의 대형화를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뒷받침할 기술 및 투자 자금 확보의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더욱이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에너지문제와 사회문제의 융합을 거치면서 단기적으로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석유/가스 등 청정연료 확보의 경쟁으로 귀결되고 있다.
결국 고유가시대를 맞이하여 국익을 우선하는 에너지전략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과 에너지기술의 결합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신 에너지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국가간 경쟁은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IT혁명 이후 일시적으로 느슨해졌던 에너지와 경제의 Coupling 추세의 강화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나. 우리 석유산업 발전을 위해 고려해야 할 국제석유정세 변화요인
위에서 언급한 세계석유시장의 질서개편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석유산업의 발전을 위해 놓치지 않아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세계 석유수요 증가의 절반 이상이 동북아 지역으로부터 유발되고 있어 지역 내 석유확보 경쟁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진전될 가능성에 조속히 대처해야 한다.
2)세계 석유시장 주도자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시장주도자는 1970년대까지 메이저급 다국적 기업에서 석유파동 이후 OPEC으로, 그후 90년대 중반 이후 다시 국영석유회사로 변화되고 있다. 참고로 현 석유시장의 새로운 주도자는 사우디 Aramco, BP(영국), Shell(영·네덜란드), Total(프랑스), ENI(이태리), 중국 3대 국영석유회사 등이라고 포춘(Fortune)지가 선정하고 있으며 이들은 세계 10대 석유회사 중 7개가 점유하고 있다.3)
3)국영석유회사를 앞세운 해외석유자원 확보를 위한 국제경쟁 증가세가 증대하고 있다. 이는 향후 상당기간 세계 주종 에너지는 화석연료 특히 석유·가스라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최근 미국 DOE International Energy Outlook 2005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비중이 8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또한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청정에너지(석유·가스 위주) 확보경쟁의 심화 가능성에 대처할 필요성도 이러한 추세의 강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4)석유산업의 상류부문 진출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산업 등 하류부문 산업구조를 개편하여 상·하류(Up & Down Streams) 통합형 기술위주 석유회사 육성이 국가적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원유 안정확보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세계 메이저급 석유회사는 석유개발에서 이윤의 80% 이상을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타당성이 입증된다.4) 이와 함께 장기 수익 극대화를 위해 석유와 천연가스의 병행 개발·생산 추세도 확대되고 있다.
5)결론적으로 국제석유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 석유산업을 Swing Producer(시장조절기능을 수행하는 과점 공급자) 논리에 의거하여 재편하해야 한다. 물론 산유국의 경우 주로 국영석유회사인 Swing Producer를 활용한 석유판매 수익 극대화 전략을 추구하겠지만 우리와 같은 수입국의 경우도 해외 원유개발 경쟁력 확보와 국내 석유시장 안정화 전략 수행자로서 Swing Producer 기능 도입이 필요하다. 우리의 경우 Swing Producer는 민간기업을 포함한 국내 석유산업 전체의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고, 정유부문 중심의 국내 석유산업 구조를 상-하류 통합형으로 개편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다. 우리나라 석유산업의 미래 발전전략
세계 석유소비 7위를 뒷받침하는 우리나라의 석유산업은 주로 정유부문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다. 우리 정제능력은 2,735천b/d 로서 세계 5위 수준이다. 이러한 정제능력은 남북분단이라는 지정학적 특성에 따른 “섬”과 같은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구조에서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현지 정제주의”라는 정책에 부응한 결과이다. 특히 이번 고유가사태의 원인 중 하나인 세계적인 정유시설 부족사태에 우리나라가 비껴간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안보에 미친 순기능은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석유산업의 현 경영구조는 장기적인 지속성장을 보장하지 못 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정유부문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수익 극대화가 가능한 상류부문 진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2년간은 고유가사태로 정유산업의 수익구조가 눈에 뛰게 개선되고 있으나 구조적인 측면에서 이의 지속 가능성은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990년 86% 수준이었던 내수 대비 공급능력 비중이 2000년에는 123%까지 확대하였다. 이 결과 이번 고유가 기간 중 수출확대를 통한 수익창출이 가능하였다. 지난 해 100억불을 넘었고 올해는 150억불에 달해 우리나라 수출품목 중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단가 역시 금년의 경우 45% 정도 상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중국, 인도의 경제성장과 범세계적인 정유시설 부족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유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수익 구조는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예컨대 우리 정유산업의 경상이익률은 1998년 4.1%로 제조업 전체보다 높았으나 2000년에는 -0.1%를 기록하였다.
또한 산업 구조적 측면에서 1) 석유제품의 국내 수요신장세가 둔화되고 2)국내시장에서의 경쟁구도가 심화되고 있으며 3) 정유산업 구조적 특성에 따라 고유가 지속 시 수익구조 악화는 세계적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국내 제품수요 신장세는 2002년 이후 정체상태에 있다. 아마 당분간 이 상태를 지속할 것이다. 국내 제품시장에서의 경쟁도는 정부정책과 외국자본 유입 등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더구나 고유가 지속 시 LNG, 석탄 등 타 에너지원과의 경쟁에 따라 제품수요 부진이 고착될 수도 있다. 또한 정유산업은 그 매출액 중 재료비를 포함한 매출원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국제상승분의 절반 정도가 원가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산업연관분석의 결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석유산업은 상기 제반 요인들과 중국, 인도 등과 동남아 국가들의 정유산업 진입확대 등을 고려할 때 수출시장 개척을 통한 과잉생산 해소, 기술개발을 통한 원가절감, 구조조정 등을 통한 경영합리화, 세계적 M&A추세에의 대응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필자는 이러한 대책은 오랫동안 논의되어온 통상적인 것들로서 세계적 석유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석유문제가 모든 국가들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인 지금 이 정도 수준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나라가 있을까? 따라서 필자는 이 참에 오랫동안 학계나 업계 내부에서만 검토되어온 우리나라 석유산업 국제경쟁력 강화전략을 공론화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내용은 1) 정부의 해외 석유개발 활성화 정책 추진 및 자원개발 전문기업 육성시책에 부합하는 석유산업 구조의 개편, 2)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조달 방안으로 에너지 관련 기금의 지출용도 변경과 석유 관련세제의 근본적 변화로 요약된다.
이러한 근본적 변화 요구는 위에서 언급한 국제석유시장의 변화의 시사점이 주는 다급함이다. 석유는 적어도 2030년 까지는 주종 에너지이다. 우리는 석유의 역할의 축소 가능성을 너무 성급하게 예측하는 무책임함을 반성해야 한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술혁신 효과를 반영하는 에너지 Mix구조 변화 가능성을 지금의 국제 에너지 여건에서는 재검토해야 한다. 석유 의존도를 축소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진행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 특히 석유 주도시대에의 대응전략(Contingency Plan)이 전무한 실정이다. 향후 30년의 석유주도시대는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너무 중요한 시기이고 너무 긴 시기이다. 한 가지 사례로 우리나라의 현재 석유 자주 공급률은 석유 3.8%(86천 배럴), 가스 4%(2400톤)로서 변화된 석유시장 구조에서는 근본적 변화가 요구된다. 이에 정부는 2008년 자주개발 목표를 10%로 설정하고 있으나 이의 달성전략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참고로 정부계획에 의거하면 석유자주개발 요구량이 2008년까지는 연평균 44%씩 증가가 필요하나 이의 구체적 달성수단은 분명하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석유공사 등 공기업과 함께 민간 석유산업 전체를 국가전략 목표 달성에 투입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민간 석유기업에도 잠정적인 공적기능 수행 책무를 부여하고 이에 대응하는 보상체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중국 3대 국영석유회사(CNPC, CNOOC, SINOPEC)의 동북아 시장선도에 한시 바삐 대응해야 한다. 프랑스·이태리·스페인 등의 성공사례와 일본의 한계노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전략수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각종 에너지기금과 석유 관련 세금 수입이 이 부분에 우선 투자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세제는 이러한 전략목표 추진에 저해요소로 등장할 사회적 수용 가능성과 연료 간 대체도 증진을 위한 시장 메커니즘의 특성을 고려하여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여러 의견이 혼재하는 전략적 선택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줄이기로 한다
이제 필자는 우리 정유회사들과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석유산업 가운데 동북아 지역 선도 석유회사로의 발전전략 제시를 가장 잘 하는 기업을 선정하는 경쟁구도 설립을 결론으로 제의하고자 한다. 한 마디로 세계적 경쟁구도에서 국내 석유산업을 이끌 Swing Producer를 조속히 선정하자는 것이다. 이 선도 회사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국제경쟁력과 협상력을 가져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중국 국영석유회사 대비 경쟁력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국내외 에너지 시장변화와 무관한 해외 석유개발능력과 협상력 그리고 국내 에너지시장 구조변화 선도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들은 적어도 석유관련 세금만은 이 계획에 투입되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 투자부진이 현 세계에너지시장 불안의 근본원인이라는 점만은 망각하지 않기를 빈다.
각국은 장기 국가전략 차원에서 에너지산업의 대형화를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뒷받침할 기술 및 투자 자금 확보의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우리나라 석유산업의 현 경영구조는 장기적인 지속성장을 보장하지 못 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정유부문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수익 극대화가 가능한 상류부문 진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계획에 의거하면 석유자주개발 요구량이 2008년까지는 연평균 44%씩 증가가 필요하나
이의 구체적 달성수단은 분명하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석유공사 등 공기업과 함께
민간 석유산업 전체를 국가전략 목표 달성에 투입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1) 미국계 3개사(Exxon-Mobil, Texaco-Chevron, Conoco-Phillips)와 유럽계 3개사(BP, Royal Dutch/Shell, Total)로 구성 2) 대표적인 경우로 산유국의 Saudi Aramco, 인도네시아 Pertamina, 베네주엘라 PDVSA 등과 수입국의 경우로 중국의 CNPC, Sinopec, 인도 ONGC 등을 들 수 있음 3) 세계 원유생산비중(2003년 현재) : 메이저 석유회사들 17%, 국영석유회사들 50%, 기타 37% 4) EXXON-MOBIL 67.5%, BP 84.9%를 상류부분에서 이윤창출 : 대한석유협회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