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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책]기후변화협약은 득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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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책>


기후변화협약은 득인가? 실인가?


글·조영신|산업자원부 기후변화대책팀장



1. 서론 : 교토의정서 발효의 의미


화석연료인 석탄, 석유·가스는 우리생활에 필수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들 석탄, 석유·가스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재앙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는 결국 이들 화석연료의 사용을 억제하는 기후변화협약을 1992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금년 2월 16일 발효한 교토의정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EU, 일본 등 선진국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제1차 이행기간 동안 1990년도에 이들 나라가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을 기준으로 평균 5.2%를 감축하는 의무부담을 이행하여야 한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필요하고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에너지의 사용을 감축해야 한다는 것은 경제활동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돌아가고 있는 공장의 기계를 멈춰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협약은 경제협약이고, 교토의정서의 발효는 바로 경제전쟁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후변화협약 및 교토의정서 체결시 우리나라는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아 금번 교토의정서 발효에 따른 직접적인 의무부담은 없다. 그러나 OECD국이며 2008년에 1인당 GNP가 2만불이 넘어서고, 현재 온실가스 배출이 세계9위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에 대한 의무부담 동참 압력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우리의 위상을 제고하고,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국제무역의 확대 및 국제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미 글로벌화된 경제환경에서 우리 기업의 세계화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서도 국제사회의 조류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3년간 2012년이후의 제2차 이행기간 동안의 의무부담에 대한 협상이 시작된다. 현재, 세계 제1위 배출국인 미국은 자국의 경제적 비용을 이유로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비준국인 영국, 독일 등을 중심으로 한 EU국가는 미국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주요개도국은 역사적 책임성을 들어 우선적으로 선진국의 책임 있는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나라가 각국의 입장에서 국익을 위해 첨예하게 대립, 때로는 협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입장·태도가 향후 우리의 협상력과 관련 중요한 관건이다. 현재, 미국은 주요 배출 개도국인 중국·인도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며, 선진국의 절대량 감축을 목표로 단기대책에 불과한 교토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가져오는 획기적인 기술의 개발·보급을 목표로 한 국제협력을 강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협력 방식이든, 현재의 교토방식이든, 일인당 배출량 또는 국민소득 대비 배출량(집약도) 방식이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국제적 노력은 지속될 것이고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은 거역할 수 없다. 우리가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2. 정부의 기본 대응방안


정부는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 발효가 갖는 의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먼저, 가장 확실한 대응은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산업의 구조를 에너지 절약형인 IT·BT·NT등 첨단성장산업으로 전환해 나가고, 에너지저소비형, 고부가가치 산업인 컨설팅, e-비즈니스, 유통, 디자인 등 지식서비스산업을 육성하여 전체 산업구조를 선진국형으로 전환해나가야 한다.

이와 병행하여 금년부터 2007년까지 에너지 원단위 개선 3개년 계획을 수립, 향후 3년 동안 8.2% 효율을 개선하는 에너지 이용합리화 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배출가스 절감기술 등 R&D투자를 지속 확대해 나감으로써 에너지사용 증가율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둘째,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개발·보급을 확대하여, 2011년까지 이들 에너지가 제1차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2.3%에서 5%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청정에너지 공급과 관련하여 일본·미국·프랑스·중국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 국가는 원자력발전을 중요한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으로, 우리나라도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장기전원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리고 수소경제 시대의 도래에 대비하여 종합 마스터 플랜을 금년내에 확정할 계획이다.

셋째, 2005년 하반기에 시작될 협상에 대비하여 교토체제 안에서의 의무부담정도, 부담시기 등 시나리오별 분석을 수행하고, 국제적으로 논의된 40여개의 기후변화 대응방식에 대한 장단점 분석을 토대로 우리에게 어떤 방식이 유리한가를 정하는 작업을 조만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리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상의 협상대책을 수립하는 등 협상에 만전의 준비를 다 할 계획이다.

넷째, 현재 교토체제에서 인정되고 있는 비용효과적인 온실가스 저감방안인 배출권거래제를 국내 기업간 실시하는 시범사업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시장메카니즘을 활용하는 경제적 절감방안으로서, 올해 EU에서 시행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 등 향후 국가간 거래와의 연계시 적응력을 강화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다섯째, 기업별, 업종별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 및 저감 잠재량에 대한 분석을 조속히 마무리하여 이를 토대로 장기 국가목표를 국민에게 제시할 계획이다. 정부의 장기목표와 수단을 종합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기업과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금번 교토의정서 발효로 정부와 기업인, 국민들 모두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제와 환경에 대한 새로운 마음가짐이 요청된다.

개발성장시대의 선성장, 후환경이라는 경제우선의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성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인식하면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환경에 대한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더 큰 성장을 약속하는 튼튼한 밑거름이 된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노력과 산업경쟁력을 결정할 기업의 청정기술개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 유도하는 정책을 펴나갈 계획이다.


3. 온실가스 감축실적 등록제도 시행 준비 중


자원 빈약국이고 작년 한해 전체 수입액의 4분에 1에 달하는 489억불어치의 에너지를 수입한 우리나라는 특히 지금과 같은 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를 공고히하고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도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을 위한 노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이미 기업 스스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상당수준의 에너지 절약 및 효율향상 투자를 해 나가고 있다.

1999년부터 시행한 정부와 기업간 에너지절약 및 효율개선을 위한 자발적 협약(VA)사업은 그동안 에너지 절약 정책의 근간을 이루어 왔고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는 금년에도 투자 지원자금 규모를 1,280억원으로 확대하고 융자자금 이자율도 3%대로 낮추는 등의 지속적인 지원 강화를 통해 협약체결 참여 기업의 수가 현재 1,021개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교토의정서의 발효와 포스트 교토 협상에 대비한 온실가스 감축노력의 일환으로 그동안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한 에너지 절약 및 효율개선 투자를 더욱 촉진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실가스 감축노력은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인류공동의 노력에도 동참하는 길이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지원방안의 하나로 자발적 감축실적에 대한 등록제도를 빠르면 금년 말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향후 우리나라가 의무부담국으로 결정되고 기업에게 강제적인 감축부담을 할당하는 정책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에 조기 감축노력을 한 기업이 상대적으로 불리하지 않겠냐는 기업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즉, 미래에 협상결과에 따라 기업에게 의무적인 감축부담을 할당하게 되는 경우 정부에 등록된 기업의 조기 감축실적을 평가하여 감축부담 할당시 조기감축 기업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약속을 통해 기업의 조기감축 행동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감축노력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듦으로써 우리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관리공단에 금년 7월중 “온실가스 감축실적 등록소”를 개소하고 등록대상사업의 규모, 등록에 필요한 사업평가 기준·평가방법 등의 연구를 통해 금년말까지 세부시행방안을 확정, 고시할 계획이다. 또한 기업의 자발적 등록 참여 촉진을 위해 등록관련 사업계획서 작성 등 소요비용의 일부를 예산범위 내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항인 보상과 관련하여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의무이행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하여 우리나라 의무부담 내용과 시기가 확정된 이후 국내대책 수립과 연계하여 구체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동 제도는 현재 교토의정서에 따른 감축의무가 없는 국가에서는 최초로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서 현 수준에서 고려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라 생각한다.

이외에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정부정책으로 EU 등 감축의무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배출권할당에 따른 배출권거래제 또는 석탄·석유등 에너지원에 부과하는 탄소세 방안 등이 있다. 동 제도는 직접적으로 기업의 원가비용을 상승시키는 정책으로서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우리나라와 같이 감축의무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본격적으로 도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시범사업을 거쳐, 향후 우리나라의 감축의무 부담 방식, 시기 등이 국제협상에 의해 결정된 이후시점에서 구체적 시행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4. 결어 :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현재, 선진국만이 참여하는 국가별 절대량 감축방식인 교토방식은 선·후진국 기업간 경쟁력에 왜곡을 초래한다는 문제점을 이유로 국가별 감축목표보다는 업종별로 감축방안을 강구하자는 부문별 접근방식(Sectoral Approach)이 EU기업들의 주장에 의해 국제적으로 논의를 시작하였고 향후 동 방식에 의한 국제적 합의를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기업단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준비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기후변화협약이 초래하는 미래의 경영위험을 인식하고 환경경영이 새로운 기업경영의 키워드가 되도록 관심과 적극적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경영환경변화를 전망하고 성장잠재력이 큰 친환경 제품인 청정연료버스, 태양열 이용 시설, 연료전지차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기술력을 축적하는 앞선 경영이 필요하다.

또한 국민 모두는 에너지 절약의 생활화로 국가적 환경관리에 동참해 주시고, 환경친화적 상품의 소비를 통해 기업의 생산방식 개선에 개입하는 주인의식을 발휘해 나가야 한다.

우리 국민은 위기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이를 성취해 나가는 특유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이에 동참하는 자세로 차분히 미래를 준비해 나감으로써, 금번 교토의정서 발효가 우리 경제의 위기가 아닌 경쟁력을 제고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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