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정책>

해양관리공단의 설립배경 및 특성

글·임송학|해양수산부 해양환경발전팀 사무관

Ⅰ. 특수법인

현대 사회복지국가 이념하에서 국가가 국민의 생활영역에 관여하는 폭이 넓어짐에 따라 “공법인” 또는 “사법인”이 아닌 중간 형태의 “특수법인”이 늘어가고 있다. “특수법인”은 민법 또는 상법이 아닌 개별 법률(행정법)에 근거를 두어 설립되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받아 공익사업을 수행한다.

그리고 특수법인의 명칭은 설립 근거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 공단, 정부투자기관, 조합, 협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워 지고 있다.

이러한 특수법인은 설립목적, 수행업무 및 활동 유형에 비추어 “공법인”성과 “사법인”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기본권 주체로서의 법적 지위의 권능을 결정하여야 하나 일반적으로 “공법인”적 성격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것은 개별법에 의하여 설립되는 특수법인이 통·폐합되거나 명칭 변경시 기본권의 주체로서 권리능력을 공법인 또는 사법인의 측면에서 어떻게 인정하며, 그 범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이다.

“특수법인”은 설립목적 및 사업 등 활동기능을 중심으로 “공법인”성과 “사법인”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기본권 주체로서 권능을 결정하여야 하나 일반적으로 “공법인”적 성격이 우선되어 “사법인”보다 기본권이 상대적으로 제한된다. 이에 대한 실체적 판단기준으로서 농지개량조합을 “공법인”이라고 판단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사건의 판결례는 특수법인의 통·폐합 또는 법인의 명칭 변경(농지개량조합의 농업기반공사 전환)시 권리능력의 포괄승계를 통해 동일성이 유지된다고 판결한 것으로 방제조합을 공단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할 것으로 그 시사점이 크다 할 것이다.

Ⅱ. 방제조합의 법인 성격

한국해양오염방제조합(이하 “방제조합”이라 함)은 지난 1995년 7월 여수 소리도 앞바다의 시프린스(Sea Prince)호 유류오염사고를 계기로 1997년 11월 해양오염방지법 제52조의 2의 규정에 의한 민간전문 방제기관으로 설립되어 방제선등의 배치  의무가 있는 방제조합원사(정유사 등)의 법정 분담금(자재·약제증서 발급 수수료 포함)과 자체수익사업(예선 및 기중기사업)을 통해 영리추구와 함께 공익사업(해양환경 분야 정부위탁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공법인으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특수법인이라 할 것이다.

방제조합을 공법인으로 볼 수 있는 이유로 해양오염방지법의 관련규정을 들 수 있는 바, ①총톤수 500톤 이상의 유조선 소유자 및 용량 1만㎘이상의 기름저장시설의 소유자, 1만톤 이상의 일반선박 소유자는 방제선등의 배치의무자로서 조합원으로 자동 가입되는 점(법 제49조의2제1항, 영 제27조), ②방제선등을 배치하여야 할 해역을 운항하는 총톤수 1만톤 이상의 선박(유조선 제외)의 소유자는 방제대행자를 지정하거나 조합의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원이 되도록 한 점(법 제52조의 2), ③조합원은 기름등 폐기물의 방제, 기타 관련사업의 수행에 필요한 분담금을 부담하고 있으나 그 분담금은 오염원인자 부담원칙에 의한 부담금으로서 부담금관리법 별표 제95호에 의한 부담금으로 규율하고 있는 점(법 제52조의 4), ④조합의 재원은 분담금·수익금·정부지원금으로 구성되어 있고, 조합재산은 조합원의 준총유가 아니라 조합에 귀속되어 그 운영자금으로 사용되고, 조합원은 의사결정기구(운영위원회)를 통해 그 운영에만 관여한다는 점(법 제52조의 5), ⑤조합의 정관 변경시 해양수산부장관의 인가를 받거나 매년도 사업계획, 예산운영계획 및 결산서를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예산회계법을 준용하는 등 조합의 회계 및 사업에 대해 많은 제한 규정(법 제52조의 7)을 두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조합은 조합원간의 특수계약관계로서 민법상 사단법인 규정이 적용된다. 그러나 방제조합은 개별법에 의해 설립되어 민법상 결사가 아니라 할 것이고 그 운영 및 사업은 설립 근거 법에 의해 정해진다고 할 것이다. 다만, 근거 법에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민법상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게 하여 법적 분쟁 발생시 법인의 기본권 주체로서의 지위를 보장해 주고 있다. 따라서 방제조합이 민법상 사단법인이라면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이사회 및 운영위원회가 아닌 조합원 총회가 구성되어야 하고, 분담금 및 정부지원금 등 각종 재원은 방제조합에 귀속되지 아니하고, 조합원의 준총유로서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Ⅲ. 방제조합의 공단 전환시 고려사항

1. 조합원사의 법적 지위

조합 및 공단은 특별법(개별법)에 설립되는 특수법인으로 조합 및 공단은 그 명칭에 관계없이 법령에 정한 목적에 따라 사업을 수행하고, 법령에서 정하지 아니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민법의 비영리법인(사단법인 또는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어 조합과 공단은 그 법적 지위에 차이점이 없다 할 것이다.

방제조합이 공익목적의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외형상 조합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고 그 설립 근거 법에 조합운영에 대한 명문의 규정을 정하지 아니한 관계로 의사결정기구를 운영위원회로 하여 분담금 납부회원사의 일정 참여지분을 보장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연유로 방제조합 이사회는 형식적 기구로서 등기이사로만 기능하게 된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방제조합이 공단으로 전환되는 경우 공단 운영에 필요한 의사결정기구로서 일반 공단과 동일하게 이사회를 설치하게 되고 종전 민법상 조합의 의사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는 당연 소멸되므로 조합회원사로서 운영위원회 참여라는 법적 지위는 상실된다 할 것이다.

한편, 조합회원사의 분담금 납부는 방제조합 운영비가 아니라 오염원인자책임원칙에 따른 금전적 부담으로서 조합이 이를 징수하여 일정비용은 운영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공익목적사업에 충당한다고 하여 회원사에서는 분담금 납부를 방제조합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권한으로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2. 분담금

분담금(부담금)이란 특정 공익사업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에 대하여 그 사업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시키기 위하여 과하는 공법상의 금전 납부의무를 말한다.

현재 방제조합회원사는 분담금납부로 인한 방제증서(자재·약제증서 포함)비치 의무를 면제하고 있고, 조합회원사가 아닌 일정 톤수 이상의 선박소유자 등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징수하여 방제증서(자재·약제증서 포함)를 발급하고 있는 바, 분담금납부 회원사외에 관련 이해관계자에 대해서도 사실상 분담금과 동일한 성격의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다. 즉, 분담금은 방제조합을 구성하는 조합원에게만 부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할 것이다.

따라서 방제조합이 부과하는 분담금은 개정 해양오염방지법(법제명 변경 :해양환경관리법)에 의해 설립되는 해양관리공단이 방제조합의 동질성을 유지하면서 권리의무를 포괄승계 하므로 당연히 분담금의 부과주체가 될 수 있다 할 것이다.

한편, 방제조합의 경우 조합원을 대상으로 분담금을 부과하였으므로 공단으로 전환하였을 경우 조합원이 존재하지 않게 되어 결국 분담금을 부과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으나 그러하지 아니하다. 왜냐하면 분담금(부담금)이란 특정 공익사업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에 대하여 그 사업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시키는 것으로 특정 공익사업과의 관련성이 존재하면 되고, 이해관계인이 조합원이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분담금은 조합회원사의 지위에서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염원인자책임원칙에 의하여 법률에 의하여 부과되는 부담금으로서 공단으로 전환되어 조합원의 신분이 상실된다고 하여 법정분담금의 납부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3. 조합재산의 공단 포괄승계 및 조합원의 잔여재산 분배청구

개정 해양오염방지법(해양환경관리법) 부칙 규정에 의하면 방제조합 재산에 대해 공단에로의 포괄승계를 규정하고 있고, 운영위원회에서 공단에 대해 분담금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할 수 있도록 공단이사장에게 요청하고 공단 이사장이 이를 승인한 경우 공단이 승계하는 것으로 경과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개정 법률의 포괄승계 규정에 의해 방제조합 정관에 의한 방제조합 재산처분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지 여부에 대해 살펴보면 조합회원사가 방제조합에 납부하는 분담금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방제조합에 대한 출자금이 아니고 조세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납부의무의 이행에 불과하여 방제조합 해산시 잔여재산의 반환 또는 분배를 청구할 수 없는 것이라 할 것이다.

Ⅳ. 맺는 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방제조합이 공단으로 전환되는 경우 특수법인으로서 법인형태만 바뀌고 그 법률적 지위는 특수법인으로서 권리의무를 포괄 승계하게 되고 분담금 징수의무 및 조합회원사의 분담금에 관한 권리의무 역시 그대로 승계되어 인정된다는 것은 농지개량조합의 농업기반공사 전환에 따른 헌법재판소 판결로서 확인한 바 있다.

다만, 방제조합이 공단으로 전환하는 경우 조합회원사는 회원사로서의 신분을 상실하게 된다 할 것이나 이는 법인형태 전환에 따른 의사결정기구의 변화와 함께 불가피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공익기능을 수행하는 공단의 의사결정기구는 일반적으로 이사회로서 국내법상 특수한 형태의 의사결정기구를 설치하는 입법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외국입법례에서도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한편, 방제조합이 공단으로 전환되는 경우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 기능을 이사회가 수행함에 따라 공단임원(등기이사)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비중은 늘어나고 정유사 등 분담금 납부기관은 종전과 달리 그 참여 비중이 줄어드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래서 방제조합이 공단으로 전환되더라도 정유사 등이 분담금 납부 등 방제조합의 설립·운영에 많은 기여를 한 점, 방제조합의 방제업무 관련 의사결정에 계속해서 직접 참여한 점, 그리고 공단 전환시에도 주요 고객이 정유사 등인 점을 고려하여 공단의 의사결정기구가 이사회가 되더라도 방제사업에 대해 정유사 등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공단의 정관에 가칭 방제실무위원회의 구성을 명문화하고, 그 운영에 있어 조합회원사의 참여를 배려하는 것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