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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야기]낮은 경제성장, 당신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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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야기>

낮은 경제성장, 당신에겐 ‘일테크’만 남아

정성진_조선일보 기자

화가 날 때 왜 화가 나는지도 모르면 정말 화난다. 이유를 알면 화는 나도 참기는 약간이나마 쉬워진다. 이 글에서도 짜증나는 결론을 내기 위해 약간 복잡한 얘기를 해야겠다. 짜증을 내더라도, 이유는 알자는 취지다.

최근 1사분기(1~3)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았다고 난리가 났다. 경제성장률이든 뭐든 직장인들은 별로 관심을 안 쏟을지 모른다. “그냥 그렇겠지, 뭐”“정부에 비판적인 신문 기자 애들은 원래 그렇게 쓰잖아”, “바쁘다. 그런 거 신경 쓸 시간 없다” 등등. 미안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낮다는 것은 직접적으로 직장인, 바로 당신의 주머니가 가벼워짐을 의미한다.

왜 그럴까.

재테크 전문가, 금융 종사자들은 ‘72법칙’이라는 얘기를 한다. 무식하게 표현하면, 자산이 두 배가 되려면 72를 금리, 즉 수익률로 나눠서 나오는 숫자만큼의 연수가 지나야 한다는 법칙이다.

예를 들면, 1,000만원을 3.3%의 정기예금에 넣어놓고 두 배인 2,000만원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알아보자. 72 3.3으로 나누면 21.8이 나온다. , 1,000만원을 금리 3.3% 21.8년짜리 정기예금에 넣으면 2,000만원이 된다. 세금 15.4%는 고려하지 않았다.

예금 금리는 경제성장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제성장이 없으면, 죽었다가 부활하는 재주가 있어도 금리는 높아질 수 없다(물론 비정상적으로 사회가 파탄 나는 악성 인플레이션의 상황은 예외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돈을 대출 받아 쓰려는 수요가 돈의 공급보다 많음을 뜻한다. 이런 상황이 아니면, 은행은 예금 고객에게 높은 금리를 도저히 줄 수 없다.

돈을 빌려 쓰려는 수요는 지난 2~3년 전처럼 주택을 사려고 대출 받으려는 사람,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 대출 받으려는 사람이 많아도 늘어난다. 그러나 이 같은 개인 부문의 수요는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

과거에는 이런 개인 부문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활동 때문에 금리가 높았다. , 기업이 돈을 빌려 투자를 하려는 수요가 많았고, 기업의 자금은 개인 부문보다 규모가 훨씬 컸다. 기업들이 장사를 하기 위해 투자를 해야 했고, 막대한 돈을 빌려야 했다. 자연스럽게 금리는 높았다. 높은 경제성장이 고금리의 배경이었다.

당시 예금 금리는 10%를 넘었다. 앞서 든 예에서 금리를 12%로 바꾸면, 1,000만원은 단 6년 만에 두 배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대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은행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당시 3억원의 현금을 가진 자산가들은 별 다른 직업이 없어도 매년 나오는 이자로 자식을 해외에서 유학시키고 자신들도 여유롭게 살았다고 한다. 재테크는 별 의미가 없었다. 은행에만 넣어두면 됐으니까. 지금은? 매년 나오는 이자 990만원에 이자 세금 15.4%를 내고 나서도 여유롭게 살기는 아무래도 힘들다. 해외 유학은 커녕 해외 여행 비행기 값도 내기 어렵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다시 고공행진을 할 가능성은 있을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경제 구조 자체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5%를 넘었던 것은 7%가 기록된 2002년이 마지막이다. 기억을 되살려보면, 2002년엔 자정 근처에 서울 시내에서 택시를 잡을 수 없었다. 어느 술집, 어느 음식점도 사람이 많은 때다. 미국은 9.11 테러의 충격을 받아 휘청거렸을 때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무슨 돈으로? 신용카드로. 다시 말해서, 거품이 일어나서 얻을 수 있었던 경제성장률이 7%였다는 점은, 그만큼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따라서 다시 5% 이상의 경제성장이 일어나려면, 경제 구조 자체가 완전히 바뀌지 않는 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현재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해서든 높여보려고 하고 있지만, 가능성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만약, 정부 정책이 부양을 넘어 거품이 되면, 미래는 지옥으로 변한다. 2002년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2003년엔 3.1%의 경제성장률이 기록됐다.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를 기록한 수출의 호조로 인해 전년에 비해 무려 130%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 경제성장률은 4.6%에 불과했다. 거품 붕괴의 충격이 얼마나 내수를 악화했는지 알려준다.

또 중국처럼 자본주의 경제를 꽃피우는 단계도 아니고, 새로운 미지의 시장이 확 열리고 있지도 않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길거리에서 나눠준 신용카드가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정부가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한 올해 경제성장률이 5%. 그것도 하반기에 7~8%의 경제 성장을 해야 가능하다. 그렇게 말은 하는데, 정부가 뾰족한 수를 갖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다시 말하지만, 신용카드 거품이 한창일 때도 경제성장률은 7%였다.

예금을 예로 들기는 했지만, 저성장 상황에서는 다른 상품 역시 가격이 오를 수 있는 범위는 축소된다. 경제 활동이 적어지는데 부동산만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도 무리고, 아무리 탄탄한 회사라도 전체 주가가 떨어지는데 홀로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2005 5, 직장인들은 정말 한치 앞이 안 보인다.

그러면 도대체 대안은 없을까? 글 서두에 말한 대로 짜증나는 결론을 시작하겠다.

필자에게 한 재테크 전문가가 해준 이야기다.

“정기자한테 하는 말은 남는 돈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데, 진짜는 따로 있어요. 뭐냐. 내가 만나는 거액 자산가들이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 알아요? 부동산? 주식? 채권? 아니에요. 부자가 부자가 된 이유 중 가장 많은 건 ‘일테크’야, 일테크.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 받은 월급을 모아 부자가 된 사람이 제일 많다는 거지.

이 전문가의 말은 과거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월급 받은 돈 잘 저축해서 정기예금에만 넣어도 자산이 불어나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의미에서 ‘일테크’가 중요하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의 자산가치는 현재 은행 정기예금 평균인 3.3%를 적용할 때, 15억원이다. 현금 15억원을 모은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이정도의 자산을 한국에서 찾기는 정말 쉽지 않다는 점만 확실히 하자.

결국,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투자처는 직장인, 당신 자체다. 바꿔서 얘기하면, 직장에서 잘리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재테크라는 점은 2005 5월 한국에 사는 직장인들에게 진리다. 우울하다고? 우울하면, 아직 취직하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외국어 학원을 다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것 같다. 직장인 팔자, 참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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