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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에너지안보체계 구축하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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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신년권두언】

에너지안보체계 구축하는 해

- 석유확보를 위한 국가적 노력 기울여야 -

진념/前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image닭의 해인 을유(乙酉)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닭은 예로부터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고 암흑과 혼돈에서 신새벽을 열어주는 길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작년 한해는 말할 것도 없고 지난 수년 여동안 경제적 어려움과 고통을 겪었습니다. 바라건대 올해가 기나긴 어둠을 박차고 우렁찬 천황닭이 힘차게 홰를 쳐서 악귀를 몰아내고 복을 부르며 희망의 먼동이 트는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돌이켜보면 2004년은 우리나라에게 뜻 깊은 해였습니다. 외형적으로 사상 처음 수출 2,000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연간 실적으로 2,500억 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GDP 세계10위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라설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세안 국가중 5%를 밑도는 낮은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투자가 위축되고 민간소비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내수 침체가 심화된데다가 정치·사회 불안이 겹쳐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인 위축이 지속된 것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수출과 내수의 극단적 불균형을 바로잡고 성장동력을 어떻게 회복하는가 여부가 올해의 현안이 될 것입니다. 새해 벽두에서 우리가 다짐해야 할 2005년의 의미는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하고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인가, 아니면 산적한 문제들에 파묻혀 장기침체 · 저성장구조로 전락할 것 인가를 판가름 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해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해입니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으로 나라를 빼앗긴 지 100년이 되고, 해방의 기쁨을 맛본 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한 세기는 실로 우리 민족에겐 좌절과 시련을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환희와 영광를 안겨준 격동의 세월이었습니다. 일제강점과 해방, 그리고 동족상잔의 비극과 석유위기, IMF위기 등 크고 작은 환란(患亂)을 극복하면서 올림픽과 월드컵을 훌륭히 치러내고 오늘날 우리는 전쟁의 폐허위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GDP규모 세계 10위에 우뚝 설 만큼 괄목할 만한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실로 단기간에 이룩한 엄청난 한민족의 저력을 세계만방에 보여준 것입니다. 반만년의 장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민족이 굶주림에서 벗어난 것이 불과 20여년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기적 같은 오늘을 일구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서로 북돋아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난 세기보다는 앞으로 닥칠 우리의 100년을 생각해봅니다. 국제사회에서 2005년 우리의 모습은 구한말과 너무도 흡사합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은 여전히 한반도를 놓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초기지로 여기고 있습니다. 상호존중과 교린의 국제질서는 간곳없고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제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듯 합니다. 국제경쟁에서 군림하고 살아남기 위한 힘의 원천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고 전쟁까지 불사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전쟁에 이어 작년의 사상유례없는 고유가 행진은 이와 다름이 아닐 것입니다. 최근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동력은 무엇보다도 「석유」를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세기 세계를 지배했던 강대국은 석유를 손에 넣은 나라였습니다. 석유를 이용하여 산업을 일구어 경쟁력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자국의 이익과 삶의 질을 극대화한 것이 현대경제사요 현대문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현대문명을 석유문명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세대 이후 상당기간 계속될 것입니다. 석유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가 없는 상황에서 석유 없이는 자국의 성장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경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 등 기존의 강대국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석유를 독점하려고 하고, 중국 등 신흥개발국은 석유를 많이 사용하여 경쟁력을 획득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도처에 벌어지고 있는 석유확보경쟁은 국가의 사활을 걸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세계의 지형과 국제정치·경제를 좌우하는 핵심은 석유에 달려있다고 해도 허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석유는 유한자원인데다가 갈수록 공급이 달리고 있습니다. 더욱 석유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내부를 살펴보면 암담하기까지 합니다. 우리나라는 1차에너지소비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최종에너지소비중 석유류의 비중이 약 60%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유자급율은 4.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에너지효율성마저 대표적으로 낮은 나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 동안 정부 역시 에너지전담부처를 폐지하는 등 에너지부문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해온 것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향후 석유를 둘러싼 국제환경변화가 우리나라의 에너지안보에 심대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응한 종합적인 대응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최근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노무현대통령께서 러시아 카자흐스탄 남미 등을 순방하고 많은 성과를 거둔것으로 전해진데 이어 작년말 국가에너지위원회 설치가 핵심인 에너지기본법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에너지자원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과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며 후속조치가 신속히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의 처지에서 정상간의 자원외교야 말로 효율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일 것입니다.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체계적으로 입안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자원에너지분야 대통령 정책보좌관을 두어 대통령이 직접 에너지안보를 챙기는 것과 에너지부문을 전담할 독립적인 정부조직 신설이 그것입니다. 최근 산자부내에 에너지자원담당 차관제를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만 우리의 상황과 국제환경변화를 고려할 때 에너지전담부처 신설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대응은 원유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동해유전에서 가스를 발견하여 산유국의 대열에 들어선 것은 경축해야 할 일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영토내에서 명실상부한 산유국의 꿈이 실현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주개발율은 아직도 4%를 갓 넘고 있는 수준입니다. 더욱 자주개발원유 확대를 위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우리보다 멀찍이 앞서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초대형 메이저를 앞세워 세계 곳곳의 유전개발을 선점하고 있고,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일본 중국 등도 정부와 민간이 합심하여 에너지확보를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에 변변한 에너지기업 하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최근 정부도 원유 자주개발율을 2008년에 10%선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정부의 능력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민간부문의 대폭적인 투자가 반드시 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민간의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유인책과 정책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미비한 법령과 제도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관련 예산과 정책적인 지원을 대폭 확충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프랑스의 토탈(TOTAL) 그룹과 같은 세계적인 석유회사가 육성되기를 기대합니다.

석유는 이제 단순한 산업이 아닙니다. 「국가에너지안보와 21세기 국가재도약의 필수요건」이라는 국민적 컨센서스(consensus)가 확산되어야 합니다. 정부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석유공급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시스템을 확고히 구축하고 국민을 비롯한 민간부문에서도 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무장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7,80년대에 제1,2차 석유위기를 겪었고 작년에도 그에 못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매번 되풀이 될 때마다 여러가지 대책이 나오지만 유가가 내려갈 때까지 기다리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지금 세계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정치, 경제의 중심에서 석유는 과거보다 오히려 그 영향력과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철저한 반성과 대응책을 세워 잘못된 부분을 고쳐 나가면서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국제경쟁에서 우리는 낙오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에너지 특히 석유확보 여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되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중차대한 석유산업에 종사하시는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따뜻하고 심심한 감사와 격려를 보냅니다. 우리나라의 명운과 장도가 여러분의 어깨에 걸려 있음을 잊지마시고 주역으로서 더욱 분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05년 새해에도 창립25주년을 맞은 석유협회 임직원 여러분과 석유업계 종사자 그리고 독자 여러분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항상 함께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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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념 전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은 1940년 全北 扶安에서 출생.

    全州高, 서울大, 워싱턴大대학원, 경제학박사(한양大), 명예철학박사(전북大), 행시,

    동자부장관, 노동부장관, 기획예산처장관, 재정경제부장관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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