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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론]석유위기 강력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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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배병휴|월간경제풍월 발행인

내외 경제동향을 유심히 관찰하면 실로 긴급상황이고 비상이다. 세계경제 회복기를 맞아 국내경제가 고질적 몸살을 앓는 것도 중대상황이다.

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이 대통령 선거전에 돌입하고 우리나라 총선정국이 요동을 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국내정세가 세계와 미국정세와 너무나 밀접한 동반관계라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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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의 거침없는 폭등은 미리 준비된 시나리오 일런지도 모른다. 세계경제가 회복되면 당연히 올라가야 한다고 산유국들은 믿고 있었던 모양이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거대 경제권이 성장세를 보이자 각종 원자재 값이 오르는 것도 당연한 수순으로 인식된다. 특히 중국경제가 기세 높게 성장하면서 원유, 고철 등 주요 원료의 장기도입이 추진되고 국제시세가 급등하는 것도 예정된 수순이 아닐 수 없다.

지구의 기상악화에 따른 곡물류 가격 상승을 비롯하여 조류독감과 광우병 사태 등 인위적으로 어쩔 수 없는 재난도 국가의 안보상황으로 취급돼야 하는 시점이다. 여기에다 국내적으로는 기본적인 경제활동 능력을 상실한 신용불량자가 시시각각 불어나고 청년실업자 대책이 난감할 때 정치상황 마저 최악이니 얼마나 심각한가. 앞으로 총선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최종 결론이 날는지 예측할 수 있는 점쟁이가 있을 수 없는 지경이다.

정부는 경제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온갖 선심성 정책을 발표하고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생산우선 정책을 약속하며 경제계를 달래려 하지만 업계가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러니 석유값 인상을 비롯하여 환율 불안, 국제 원자재값 인상 등에다 국내 물가의 연속 인상으로 정부의 약속도 빛을 잃고 말았다.

한마디로 연이은 긴급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불확실 하게 전개되고 있으니 바로 다중 위급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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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니뭐니 해도 국제유가의 급등이 가장 두려운 위기요인이다. 수출 위주의 성장구조로 버티고 있는 우리경제는 에너지 다소비형이기 때문에 유가 인상을 흡수하거나 떠넘길 방도가 없다.

원자재값 인상과 더불어 유가 인상은 곧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주요 원자재 관세율을 인하한것은 당연했다. 그렇지만 수입관세 몇푼 깎아 준다고 원자재 파동이 수습될 수 있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

사방에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가 대기하고 있고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누적되어 있으니 이를 호미로 막을수는 없다.

특히 원유와 고철 등은 정부의 물가정책 범위를 훨씬 넘는 세계경제 지배세력의 기류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세계경제의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OPEC의 감산정책 등으로만 해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아마도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후 세계 석유전쟁과 경제적 패권다툼 그리고 중국경제의 급속한 성장세에 따른 구조적 파문이 아닐까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체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무역수지 적자가 8억 달러 늘고 물가가 0.15% 오르며 GDP 성장률이 0.1% 포인트 낮아진다는 계산이다. 이토록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유가 인상 위기를 일시적인 관세나 부과금 몇 푼 인하로 방어할 수 있다는 말인가.

긴급상황에는 긴급대책이 필요하고 위기상황에는 강력 대응이 시급하다는 것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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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석유산업이 마치 세금징수 목적의 세수(稅收)산업 처럼 인식되어 왔던 문제점이 여러차례 지적되어 왔다. 휘발유 판매값 속에 세금이 70%나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수시로 지적되었었다.

그렇지만 정부는 석유류에 세금을 부과하기가 가장 손쉽고 세수 늘리기가 편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각종 세금을 겹겹으로 부과한들 소비를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석유관련 세금은 원유 도입시의 관세에서부터 수입부과금에다 제품별 특소세, 교통세 등 가장 무겁게 부과하고 있다. 이 결과 국내 정유업계는 판매부진에 시달리며 수입업계와 경쟁하고 세금 탈루 혐의를 받는 유사휘발유와도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지나친 세금 부담이 석유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껏 우리경제가 수출호황에 기대어 성장하고 있지만 올들어 환율 급등으로 수출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석유값 인상은 미세한 수출경쟁력을 완전 잠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토록 다급한 지경이면 정부는 머뭇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세계의 석유전쟁 여파가 우리경제를 위협하는 위기상황을 인식했다면 에너지안보와 국내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해 각종 세금 감면과 부과금 인하 등 과감한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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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류 관련 세수는 지난 2002년 통계로 179천억원에 달하며 여기에 수입부과금을 합치면 20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세수면에서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는 석유산업이 국제적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앞으로의 세수를 위해서도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석유업계가 가장 절실하게 주장해 온 과제가 원유 도입시의 관세 부담이다. 원유를 수입하여 국내에서 정제함으로써 에너지안보를 확보하겠다는 소비지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면서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합리 하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OECD 회원국 대다수가 원유의 무관세 정책을 채택하고 우리와 경쟁관계인 일본과 중국도 무관세로 전환했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관세를 고집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항변한다.

또한 원유에 대한 수입부과금도 지극히 못 마땅하다는 반응이다. 유가의 급등을 막기 위한 완충대 역할을 위해 부과금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지만 원유값이 배럴당 30 달러를 돌파한 지금도 꼬박꼬박 징수만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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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물가 불안이 극심한 지금 휘발유 값의 70%를 차지하는 교통세 등의 무거운 세금은 그냥 두고 원유값 인상에 따른 파장을 무엇으로 흡수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정부가 편리하게 갖다붙인 원유의 수입관세와 수입부과금 및 교통세 인하 등으로 당면한 석유위기에 대처해야 옳지 않느냐는 말이다.

아울러 지난해 세녹스 파동을 겪으면서 표면화 된 유사휘발유 대책도 조속히 마무리 돼야 석유업계의 경쟁질서가 확립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부가 석유산업을 세수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최근 말썽이 계속되고 있는 유사제품의 제조와 판매는 곧 세금 탈루와 유통질서 혼란으로 통한다.

유사제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 시점에 정유업계에 대해 정부가 의무를 부과하고 책임을 강조한다는 것은 정책의 불신을 유발할 수 밖에 없다.

우리경제와 산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할 때 정부가 이를 귀담아 듣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 정유업계가 줄기차게 호소하고 있는 과중한 세금 부담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물가안정 대책의 하나가 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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