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은 '확실한 에너지원' 이다

노영민 | 국회의원

image우리나라는 원유를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수입해서 7번째로 많이 쓰는 나라며, 천연가스수입도 세계2위이다. 에너지소비량은 세계10위안에 들고, 온실가스배출량도 세계9위이다. 이는 인구 규모가 세계25위인 점을 감안할 때 에너지 다소비국가임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산업의 경우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는 화석에너지 없이 살아가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화석에너지의 고갈은 얼마 남지 않은 미래로 다가왔다.

결국 화석에너지의 시대는 끝나고, 그 자리는 신·재생에너지가 대체하게 될 것이다. 태양열,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는 고갈될 우려가 없는 청정에너지원으로 세계적인 과제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안이다.

우리에게도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필수적인 대안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을 현재 2.4%에서 2012년 4%, 2030년까지 11%로 높이며, 생산은 현재 18억달러 수준에서 2012년 170억달러, 2030년까지 3000억달러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처럼 실현된다면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은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과 고용 측면에서는 우리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지나치게 서두르는 감이 있다. 과연 신·재생에너지가 가까운 미래에 화석에너지의 대체에너지가 될지 의구심이 든다.

현재 신·재생에너지의 많은 분야 중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은 가장 실용화된 분야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술수준은 선진국의 60%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설비 원자재의 수입의존도도 태양광이 75%, 풍력이 99%에 이를 정도로 외국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태양광 발전의 핵심 장치인 태양전지의 경우 미국과 일본이, 풍력에너지 발전장치의 경우 독일이 세계적인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대체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태양에너지나 풍력에너지의 경우, 현재 기술력으로는 전력 1kwh를 생산하는데 태양광은 700원, 풍력은 100원 이상의 경비가 소요된다. 이는 원자력의 40원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 1m²의 집광판으로 얻을 수 있는 전기는 형광등 2개를 켤수 있는 6W이며, 원전1기 규모인 100만KW급 발전단지를 건설하려면 여의도 면적의 10배가 넘는 1000만평의 부지가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중에서 가장 많이 보급이 되어있는 태양광 발전의 경우 정부지원 비율은 매년 줄어들고, 시설투자비 조차 회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태양광 발전시설의 신규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재생에너지는 국제 원유가격 상승으로 인해 고유가시대의 대안으로 급속히 부상했다. 지난해 7월 국제원유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배럴당 40달러 안팎으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70달러이상은 되어야,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이나 효율성면에서 화석에너지에 경쟁력이 생긴다고 한다. 이는 현재 원유가격보다 매우 높은 가격으로, 대규모 시설투자에 나서 국내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에너지 효율향상을 통한 에너지 절약이다. 에너지 소비 및 온실가스 감축 대응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성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기존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하기 때문에 에너지 이용 효율 향상이 병행돼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의 에너지 소비는 2004년과 2030년 사이에 53%의 증가가 예상되며, 이 중 약 11%는 효율적 에너지 사용에 의해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전 세계 에너지의 약 23%가 산업체에 의해 소비되는데 제조업에서 사용된 에너지의 약 10%는 에너지 사용시스템을 효율화함으로써 절감될 수 있다. 열병합발전소는 기존의 발전소에 비해 30%까지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철강, 시멘트 및 종이 등의 생산프로세스 최적화는 에너지의 약 10%까지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생활속에서 아주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냉장고 용량의 60~70% 음식보관량이 적당하며, 음식물 10% 줄이면 전기는 3.6%로 절감된다. 각 가정에서 TV를 1시간만 덜 보면 1대당 연간 24kw/h가 절감되며, 금액으로는 연간 360억원이 절감된다. 차량 운행 시 차안에 10kg 정도의 짐을 싣고 50km 주행하면 연료 50cc가 낭비되며, 주유시 되도록 가득 주유하지 않는 것이 절감효과가 있다.

집과 빌딩의 창문과 벽의 단열을 개선하기만 해도 에너지 사용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특히, 빌딩 분야에서 외부의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제로하우스’를 디자인하는 건 단열재, 태양 전지판 등 효율적인 기기에 의해 이미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플러스에너지하우스’는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해 잉여분을 공공 영역에 공급해 다른 이들이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올해 에너지관리공단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 고효율 기기 보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LED는 전기에너지를 90%까지 빛으로 전환해 주는 매우 효율이 높은 미래형 친환경 조명으로, 2012년까지 공공기관 전체 조명을 20%까지 LED 조명으로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3년 지구의 날을 맞아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지시한 백악관 환경친화적 리모델링은 유명한 사례이다. 백악관 리모델링은 건물외피 성능향상, 자연채광 도입, 대체 연료 사용 등 다양한 방안을 활용한 결과 폐기물 배출량을 50% 감소하고 연간 30만 달러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편의점 여러 곳에 설치된 이 공조기는 냉·난방 겸용으로 여름에는 에어컨·냉장고·냉동고에 냉기를 공급하고, 겨울에는 냉장고와 냉동고에서 나오는 열을 점포 난방에 재활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공조기의 사용으로 연간 냉·난방에너지를 50% 줄일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마른 수건도 짜내는 심정으로 에너지 절약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젖은 수건도 못 짜는 형편이다. 에너지 효율은 보통 근본적인 에너지 인프라의 현대화를 요구한다. 이는 초기엔 점진적으로 수행된다. 전통적인 발전소의 운영자들은 에너지 효율을 증진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지속가능성 기준 만족이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아직 많은 구식 발전소가 있는 중국과 인도와 같은 신흥국가에서는 생태적 그리고 경제적 이유로 많은 현대적인 발전소가 계획되고 있다. 효율적인 산업 플랜트를 디자인하는 선진국의 노하우는 신흥국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시나리오’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의 에너지 이용 합리화 정책은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역량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에너지 효율화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화석에너지나 원자력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단기간에 에너지 소비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가능한 분야다.

지금이야말로 신·재생에너지나 에너지 효율 향상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한 투자야말로 지금과 같은 위기 때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투자이다. 보통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을 위한 투자는 곧바로 경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난다. 이 분야의 투자 확대를 통한 우리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