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공동 사회공헌사업」훈훈한 보일러 나눔
사업의 행복한 첫 출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과장 강주현
경기도 안성에 있는 장애여성시설 A에는 의탁할 곳 없는 지적장애여성들 14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최 원장은 아직 정부지원을 받지는 못하지만 점차 시설을 내실 있게 운영하면 조만간 신고시설로 인정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A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름보일러는 올해로 11년차가 되어 갈수록 최 원장의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빠듯한 시설운영비로 보일러 기능이 떨어지고 기름이 새는 보일러를 감당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중에 전문업체에 문의해보니 현재 보일러의 문제 및 배관이 노후화된 데다가 배관구경이 작고 배관간격이 넓어 구조적인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고는 단순 정비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에는 잔고장으로 수리를 할 때 마다 부품비와 출장비까지 지불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보육원, 지역아동센터, 노인요양시설 등 다양한 시설로부터 많은 지원 요청을 받고 있다. 특히 영세한 시설들은 운영상 자립이 어렵거나 자립운영 능력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시설운영의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최저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민간 후원은 여전히 지금도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이러한 시설 하나하나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안타깝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다. 부실한 보일러 때문에 생활방과 목욕탕의 온도차이가 나서 샤워만 하고나면 연신 재채기를 해대는 노인들이나,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추운 공간에서 지퍼가 고장 나 잠기지 않는 점퍼를 입은 채 코를 흘리며 부대끼며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최근 사회복지사업은 지방이양사업으로 전환되어 그 예산구성에서 지방비부담률이 65%가 넘고 있다. 그러나 재정이 열악한 기초자치단체들은 사회복지예산을 가장 먼저 축소하거나 폐지하려고 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사회복지 신규 사업의 축소와 기존 시설의 운영비 삭감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최소한의 시설 운영 지원도 어렵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A와 같은 소규모 시설은 정부의 기능 보강 지원이 전무 하고 시설 인프라가 취약하지만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비롯한 민간차원에서는 한정된 예산으로 당장에 시급하고 필요한 것을 해결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동안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한 유사사업은 동절기 난방비 지원이 대부분이었는데 항상 그 해 겨울을 보내기에도 여력이 모자랐다. 겨울이 되면 난방비와 더불어 설 명절 지원비와 김장, 쌀 등 월동을 위해 필요한 것들도 함께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시설에서 충족할 만큼의 규모가 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4개 정유사와 대한석유협회가 고유가 고통분담을 위해 특별기금을 조성하여 에너지 소외계층 지원과 에너지 효율 제고, 에너지 절약 운동 등에 쓰기로 하였다는 결정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사업으로 사회복지시설 보일러 교체 및 에너지효율화 사업 등으로 총 151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여 많은 취약복지시설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위하여 지난 2008년 12월 29일 모금회 사무실에서 신헌철 SK에너지 대표이사 부회장, 허동수 GS칼텍스 대표이사 회장,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S-OIL 대표이사,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등 정유업계 대표와 김생기 대한석유협회장, 이세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이 함께 모여 협약을 맺음으로써 이번 사업이 출발하였다.
이 사업의 여러 운영주체 중 하나로 결정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현재 사업계획을 세우고, 사업단을 꾸리는 등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환경이 열악한 소규모 사회복지시설을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하여 장기적으로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이번 사업목표로 두고 있다. 그동안의 난방비 관련 사업이 일회적이고 소모적이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프라를 개선하여 장기적인 에너지 절감을 유도할 수 있다면 시설 운영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조언을 하고 계시며, 16개 지회가 함께 나서 전국 곳곳에 있는 시설이 가능한 한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현장에서 뛸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소규모 취약 사회복지시설이 대상이 되며 생활시설을 중심으로 전국에 걸쳐 사업을 집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하여 전국의 아동 ․ 장애인 ․ 노인 생활시설들은 낡은 보일러를 교체하고 단열공사를 새로 하여 장기적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시설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자원의 규모가 부족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복지인프라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그러나 매해 겨울을 그때그때 보내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이번 사업과 같이 기능보강과 설비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복지 현장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돈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듯이, 에너지를 나누기 위해 정유사들이 함께 모여 효율적인 에너지 절감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행복한 나눔의 첫출발이 시작되었다. 이번 정유업계 공동 사회공헌 사업은 ‘에너지 나눔’의 좋은 사례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A와 같은 소규모 복지시설들은 보일러도 고치고, 가스 및 안전 설비도 수리를 받는 기회를 가지게 될 터이다. 그리고 새롭게 바뀐 깨끗한 보일러와 튼튼한 단열설비가 갖추어진 시설에서 쾌적한 생활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원장은 줄어든 시설 운영비로 장애여성들과 맛있는 음식도 해먹고 자활자립 사업에 더 많은 예산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작은 행복을 위하여 마음을 모으고 시간을 나누어 애써주신 많은 분들이 있다. 이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올 연말, 다시 다가올 겨울에는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