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도 석유산업 정책방향 

글 | 성시헌_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장 

2008년 국제유가는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의 수요증가 및 산유국 공급능력 제약 등에 따른 수급불안 우려와 달러화 약세, 원유 선물시장에의 투기자금 유입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2008년 7월 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145달러까지 급등하였다.(Dubai 현물은 140달러 돌파) 그러나, 미국발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해 국내외 금융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서 하반기부터 국제 유가가 급락하여 2008년 12월에는 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31달러까지 급락하는 등 급격한 변동을 경험하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올해 세계 원유수요는 중국, 중동, 중남미 등에서는 증가할 것이나, 경제성장율 둔화에 따라 OECD국가의 원유수요 감소가 이를 상쇄하여 2009년 80만B/D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로 유가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나, OPEC의 감산조치 이행 여부, 세계 경기회복 수준 등이 향후 유가변동에 중대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대내외적 여건 하에서 에너지 안보 및 석유수급 안정화 노력, 철저한 품질관리와 국내 석유제품 가격 안정화, 유통구조 개선 등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생각되는 바, 이를 위한 정책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2008년도는 그 어느 때보다 석유가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만큼 정부에서는 2008.4월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Opinet) 개통을 통해 전국 만개 이상 주유소(10,200개, 82%)의 석유제품 판매가격 및 주유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12월부터는 주유소 뿐만 아니라 차량용 LPG 충전소의 판매가격도 공개하고 있다. 올해는 Opinet의 가격 정보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정보 접근이 가능한 네비게이션, 모바일, DMB 등의 매체로도 확대 제공하고, 가격 정보 제공에 참여하는 주유소의 수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올 1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개정을 통해 석유가격 정기보고 및 공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정유사별 주간 평균 공급가격 등의 공개가 가능할 전망인 바 석유가격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08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마트 주유소와 인근의 일반 주유소와의 경쟁에 의해 판매가격 하락 또는 서비스 강화를 통한 차별화 시도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고, 올해는 전국에 18개의 마트 주유소 신설이 예정되어 있어 이를 통한 석유가격 안정화 및 경쟁 촉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자유로운 영업활동과 시장경쟁을 제약하는 기존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동종 판매업자(예 : 주유소 ⇔ 주유소)간 수평거래를 허용할 계획이다. 다만, 이러한 석유유통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로 불법유통이 더욱 증가될 우려가 있어 효과적인 석유유통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품질검사기관인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을 특수법인화하여 석유유통시장 불법유통 단속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현재 12개로 구분된 석유판매업 및 석유대체연료판매업의 종류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73년과 ’79년 두 차례에 걸친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심각한 국내 석유공급 부족사태를 경험하였고, 정부에서는 이를 교훈 삼아 석유공급 위기에 대비하고 석유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일정 물량의 원유 또는 석유제품을 비축하는 석유비축사업을 ‘80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2008년말 현재 울산, 거제, 여수 등 전국 9개 기지에 138백만 배럴 규모의 비축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제공동비축을 포함하여 115백만 배럴의 비축유를 비축하고 있다. 2009년에는 1.8백만 배럴 규모의 평택 추가비축기지가 준공 예정(5월)이고, 1백만배럴의 정부 비축유를 추가 확보하여 석유 안보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한, 동북아 지역의 석유제품수요 급증,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다양한 고품질제품 수요 증가에 따라 석유제품 저장시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국내 상업용 저장시설 구축․운영으로 오일물류서비스사업을 활성화하여 동북아 석유공급거점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이에 따라 2008년 2.7억불의 외국인 직접투자유치를 통해 여수지역에 600만배럴 규모의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합작법인을 설립하였으며, 올해는 기본설계를 실시하고 2011년까지 탱크터미널 건설공사를 완료, 2012년부터 상업적 운영을 개시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다.

다음으로 피크오일 가능성과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연료의 보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바이오디젤의 경우, 경유에 대한 혼합비율을 올해 1.5%로 상향 조정, BD20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사용요건을 완화하고, 타 지역에 비해 기후가 온난한 제주도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BD20 공급대상을 확대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바이오에탄올은 지난해 2년간의 실증평가 연구 결과를 도출하였고, 2008.12월 공청회를 실시하여 산․학․연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올해 바이오에탄올 도입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4월경부터는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바이오에탄올 시범보급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유사석유제품 근절을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경주할 생각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05년 기준으로 국내 유사석유 유통규모는 최대 12.7억ℓ, 탈루세액만 8,74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동안 유사석유 사용자처벌 신설, 용제 생산업체 관리감독 강화 등 유사석유를 제조․판매․사용하는 자에 대한 전방위 단속체계를 운영하여 유사석유 유통을 차단하여 왔으나, 석유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유사석유 제조・판매행위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사석유 유통이 확대되면 세수가 감소하므로 정상적으로 석유를 구매하는 선량한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세금부담을 증대시키고, 품질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대기환경 오염을 심화시키며, 차량의 수명을 단축하여 국가 전체적으로 재산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유사석유제품 유통 근절을 위해 유사석유 주원료인 용제 품질기준을 개정하고, 신규 품질검사 기법을 개발할 계획이며, TV・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사석유 유통방지를 위한 대국민 홍보를 추진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자본집약적이며 고위험 사업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에서 기업의 규모는 경쟁력과 직결되나, 현재의 석유공사(생산능력 5만B/D, 세계 97위)의 규모로서는 광구입찰 참여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석유공사의 규모를 대형화하고 자원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08.6월 ‘석유공사 대형화 방안’을 수립하고, 2012년까지 총 19조원(정부예산 4.1조원)을 투입하여 생산광구 매입 및 해외 석유기업 인수를 적극 추진하여 석유공사의 생산규모를 현재의 6배 규모인 30만B/D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한, 국내외 자원개발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개발부문의 조직․인력 확충 등을 통해 자원개발 기초 역량을 제고해 나갈 것이고,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2012년 이후에는 주식공개상장(IPO)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2009년에도 정부는 석유위기 발생에 대비하여 석유수급에 대한 비상대책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고유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능력 제고를 위해 유전개발을 활성화하여 석유 자주개발율 제고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석유비축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여 예산 지원과는 별도로 여유비축시설을 활용한 공동 비축사업을 확대하고, 비축유 활용을 통한 수익 확보 등으로 비축유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적 경제시스템을 구축하여 에너지 저소비형 구조로 전환하고, 최근 유가 급락에 따라 상대적으로 경제성을 상실하고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생에너지 및 대체에너지의 개발, 오일샌드, 가스하이드레이트 등 비재래석유(non-conventional oil) 개발 사업에 대한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서 내수 및 수출 증가율이 크게 하락하여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전망이 어두운 것이 사실이므로, 석유산업이 국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어느 때보다도 석유업계와 정부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석유업계는 정유시설 고도화설비 투자 확대 및 석유가격 안정화 노력을 통해 국민과 소비자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 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정부 역시 공정한 경쟁질서를 보장하고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