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를 녹색성장 기회로 삼자 

글 | 안홍상_지식경제부 기후변화정책팀 사무관

그간의 기후변화 국제협상 경과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것은 이미 어린 아이들도 모두 아는 흔한 사실이 되어 버렸다. 자전거는 건강을 위해서는 타고 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제 시대에 뒤처지는 시대가 되었다. 북극곰이 자유롭게 누비던 북극의 빙하는 살얼음판으로 변하고 있고, 킬리만자로 산의 만년설은 곧 과거의 화보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끊임없이 발전과 개발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인류는 환경파괴로 인한 심각성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개발과 함께 환경문제를 심각하고 고민하게 되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범지구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UN 주관으로 1992년 브라질에서 열린 환경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되게 되었다. 1997년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는 선진국에게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부여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하였으며, 미국 등의 비준 거부로 난항을 겪다가 2005년 2월 마침내 발효되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출발한 기후변화협약이 각 국의 경제논리에 입각한 경제협약으로 변하고 있다. 선진국들에게 실질적인 의무 감축량을 부과되면서 가장 비용이 낮은 온실가스 감축수단을 찾고 있으며, 감축 기술개발과 이전, 그리고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문제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최대의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의 상황 및 그간의 대응 노력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 기준 세계 16위(IEA 기준)이고 최근 배출량 증가율도 높은 수준이지만, 개도국의 지위를 인정받아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1차 의무이행 기간동안 선진국들이 부담하게 되는 1990년 대비 5.2% 감축이라는 교토의정서상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여받지는 않았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의 비중이 높고, 이미 철강 등 일부 업종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높은 에너지효율을 달성하였다. 이에 따라 국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부담은 우리나라의 여건상 산업전반과 경제발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우리 정부는 국무총리주재의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설치・운영하여 4차례에 걸쳐 범정부적인 기후변화종합대책을 수립・추진해 왔다. UNFCCC가 국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국가 온실가스 통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업들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05년 7월 온실가스 감축 등록소를 개소하고 2007년 12월 자발적 탄소시장을 개설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저탄소 사회구조로의 체질 전환에는 아직 미흡한 측면이 있다.

최근 국제협상 동향 및 향후 우리의 대응 방향

2007년 12월 발리에서 개최된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2009년말까지 선진국은 측정, 보고, 검증 가능한 감축공약 또는 Action을 추진하고, 개도국은 기술, 재정 등의 지원에 의해 측정, 보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적정한 감축 행동계획을 마련키로 하는 포스트 교토체제 협상 프로세스가 출범하였다. 2008년 7월 G8 확대정상회의 등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고 이명박 대통령도 금년 우리나라의 2020년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하겠다고 천명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기후변화협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국제협상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협약과 관련된 이행기반을 우선적으로 구축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녹색성장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기후변화협약 협상 대응전략 수립을 위해 주요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나라에 적합한 참여방식, 대응 논리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아-태지역 7개국(韓・美・日・中・印・濠・加) 기후변화 파트너십,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미국 주도의 온실가스 다배출국 16개국이 참여하는 주요국회의(MEM) 등에도 적극 참가・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기후변화협약 이행기반 구축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지침 개발, 온실가스 배출통계 개선 등을 추진하고, 기업들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촉진하기 위해 자발적인 탄소시장을 지속 확충해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25일 철강, 자동차 등 7개 에너지다소비 업종이 2005년 대비 2020년까지 부가가치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는 자율 목표를 선언하였으며, 향후 30여개 업종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탄소중립 프로그램, 탄소캐쉬백 제도 등을 통해 국민들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문화 확산에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단위를 46% 개선하기로 하였다. 우선 에너지절약형 新소재, 新공정의 개발을 지원하고 지식서비스·GT 등의 첨단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하이브리드카, LED 등 신성장동력제품의 개발・보급을 확대하고 건물에너지 효율 등급제를 모든 건물로 확대하는 등의 방안도 시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특히 에너지소비의 절대량을 줄이면서 청정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07년도의 17%에서 2030년에는 39%로 확대하기로 하였다. 또한 그린 에너지산업을 미래 핵심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녹색기술 R&D 예산을 확대하고, 에너지공기업의 녹색기술 구매 확대 등 녹색기술 활용도 확대할 계획이다.

녹색성장을 향하여

금년인 2009년은 향후 한국의 의무부담 결정 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2009년말까지 포스트 쿄토체제에 따른 새로운 협상과 미국 주도의 주요국회의에 의한 기후변화 논의가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부여받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멕시코뿐이고, 온실가스 배출량과 경제규모 등을 고려할 때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의무부담 참여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 기업과 국민들은 1970년대의 고유가 위기, 1990년 말의 IMF 사태 등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발돋움시켜 왔던 것처럼 기후변화 협약은 우리 경제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영국, 독일 등 EU 국가들과 일본, 미국 등 선진국가들은 최근 도래한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녹색성장에 대한 정부투자비중을 대폭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발맞추어 Shell, BP 등의 에너지 기업들도 앞다투어 기후친화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새롭게 열리는 녹색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국무총리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녹색성장위원회가 발족하고, 녹색성장에 대한 정부의 비전 및 이를 뒷받침할 정책을 제시할 전망이다. 정부와 민간의 혼합체인 동 조직에서 국민의 실익에 합치하고, 국제적인 트렌드에 부합하면서도 경쟁력있는 녹색성장 실천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전망이다. 또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녹색성장기본법의 제정과, 재원의 신설을 통한 인프라 구축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우리나라가 21세기 새로운 녹색에너지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등 저탄소 에너지원의 비중을 확대하고 기후친화기술개발 및 보급에 앞장서는 한편,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절약기술과 에너지절약문화의 확산에 주력해나갈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산업계도 기술개발 등을 강화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들도 합리적인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주체로 인식을 전환하는 등 우리 모두의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할 것으로 본다. 녹색성장은 외양만 거창한 장식품이 아니며, 우리 생활 속 실천방안으로서만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