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하이드레이트, 차세대 에너지원?

글 | 이덕환_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심해의 ‘가스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고갈 위기에 있다고 걱정하고 있는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청정 에너지 자원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도 부근의 해역에도 상당한 양의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까지 심해의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이 완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만 할 일이다. 물론 필요하다면 기술 개발에 필요한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본래 ‘하이드레이트’(hydrate)는 분자에 물 분자가 느슨하게 달아붙어 있는 ‘수화물’(水化物)을 뜻하는 화학 용어다. 실리카 젤이나 황산구리에서처럼 약간의 음전하를 가진 산소 원자가 바깥 쪽으로 노출되어 있는 화합물들이 그런 수화물을 잘 만든다. 바깥으로 노출된 산소 원자와 물 분자 사이에 전기적 인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수화물은 생활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공기 중의 수분을 제거하는 실리카 젤 제습제도 그런 경우가 된다. 특히 황산구리는 수화물이 되면 독특한 푸른색을 나타내기 때문에 제습제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쓸 수 있다. 황산구리의 푸른색이 나타났다고 제습제를 버릴 이유는 없다. 제습제를 조금만 가열하면 수화물 상태의 수분이 모두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제습 기능이 완전히 살아나서 다시 사용할 수가 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단순한 수화물은 아니다. 1810년에 영국의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 경이 처음 발견했던 ‘클라스레이트 수화물’(clathrate hydrate)이다. 작은 얼음 결정 속에 메탄,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같은 무극성의 기체 분자들이 갇혀 있는 상태를 말한다. 36, 46, 136개의 물 분자들로 구성된 독특한 기하학적 구조 속에 있는 동공(洞空) 속에 그런 기체 분자들이 갇혀 있는 모습니다. 그런 클라스레이트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클라스레이트는 매우 높은 압력과 낮은 온도에서만 안정하게 존재한다. 물론 얼음이 녹으면 내부에 갇혀 있던 기체는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화학적으로만 관심이 있었던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1930년대부터는 실제로 골치 아픈 존재가 되었다. 원유나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송유관의 내부에서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송유관의 높은 압력 때문에 원유에 들어있는 수분이 엉겨붙어서 만들어지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서로 달라붙어서 송유관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밸브를 망가뜨리는 원인이 된다.

그런 하이드레이트가 갑자기 미래의 에너지 자원으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1970년대에 러시아의 과학자들 덕분이었다. 이론적인 모형을 통해서 자연에서도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질학적 변화의 과정에서 대기 중의 메탄 가스가 얼음 속에 갇혀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 과학자들은 1980년 대에 심해 원유 시추선을 이용해서 흑해와 중앙 아메리카 부근 해역에서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 이후로 캐나다의 동토(凍土) 지대와 바이칼 호수와 같은 깊은 담수호의 바닥에서도 엄청난 양의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발견되었고, 심지어 화성(火星)을 비롯한 외계 행성에도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심해저, 해저의 퇴적물, 동토 지대에 엄청난 양의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독도 부근에서도 상당한 양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의 추정으로는 지구상의 심해저와 동토 지대에 대략 6조 톤의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가 2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심지어 지구상에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탄소 화합물의 총량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양이 가스 하이드레이트로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정확한 매장량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에너지 자원으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얼음 격자 속에 갇혀 있는 메탄 가스 때문이다. 가장 간단한 탄화수소인 메탄 가스는 우리에게 절대 낯선 물질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이 바로 메탄 가스다. 식물이 부패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양의 메탄이 배출된다. 그래서 쓰레기 매립장에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동물의 내장에서도 메탄 가스가 만들어진다. 실제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메탄 가스는 생물체가 죽은 후에 분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메탄은 중요한 온실 가스다. 지구에 쏟아져 들어오는 태양 빛과 낮 동안에 뜨거워진 지구에서 원적외선 형태로 방출되는 지열(地熱)을 흡수해서 지구의 대기를 뜨겁게 만들어주는 기체라는 뜻이다. 메탄은 요즘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이나 강력한 온실 효과를 나타낸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로 존재하는 메탄이 자칫 심각한 자연 재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심해저나 동토 지대에 매장되어 있는 대량의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갑자기 녹을 경우에는 지각 변동이나 해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심각한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심각한 수질 오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존재는 오늘날 전(全)지구적으로 가장 심각한 과제가 되고 있는 이산화탄소에 의한 기후 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우리가 산업 현장에 대량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하이드레이트의 형태로 만들어 심해저에 저장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에 하이드레이트를 만들어서 심해저에 저장하는 모든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일 수는 없다. 앞으로 그런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위험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비록 휘발유, 경유, 등유처럼 사용하기 편리한 액체가 아니라 취급이 어려운 기체 상태이기는 하지만 가스 하이드레이트에 갇혀있는 메탄도 천연 가스와 마찬가지로 유용한 에너지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원유와 함께 생성되어 지하에 묻혀 있던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상당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천연가스를 저온으로 냉각해서 액화시킨 액화천연가스(LNG)를 대도시의 ‘도시가스’로 활용하고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단순히 천연가스를 압축한 압축천연가스(CNG)는 매연에 의한 대도시의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버스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축산 농가에서 배출되는 축산 폐기물을 이용해서 생산한 메탄 가스는 중요한 신재생 에너지로 활용되고 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도 천연가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중요한 에너지 자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메탄은 쉽게 완전 연소를 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휘발유, 경유, 등유처럼 매연이 배출될 가능성도 낮고, 연소 온도가 낮기 때문에 스모그를 일으키는 질소 산화물을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그래서 메탄 하이드레이트도 천연가스와 마찬가지로 ‘청정 연료’라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메탄이 청정 연료라는 주장은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런 주장은 도시 대기의 오염원으로 알려진 매연이나 질소 산화물만을 고려할 때에 성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가장 중요한 전(全)지구적 과제가 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메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심각한 오염 물질이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메탄은 연소열이 작기 때문에 같은 양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양의 메탄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가스 하이드레이트와 천연가스를 무작정 ‘청정 연료’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언제나 그렇듯이 ‘공짜’ 에너지가 존재할 가능성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오늘날 화석 연료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은 우리 모두가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시대적 과제이고,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대안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독도 근해의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매장량과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지구 기후와 어떤 관련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지구상에 지금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기까지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도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활용할 때 지구 생태계에 나타나게 될 영향도 짐작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산업화가 전(全)지구적으로 미친 영향을 고려할 때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더욱이 가스 하이드레이트에는 메탄 가스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와 이산화황도 상당한 양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칫하면 지구 온난화와 대기 오염을 가속화시키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심해저와 동토 지역에 묻혀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채굴해서 활용하는 기술도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원유나 천연가스와는 달리 넓은 지역에 얇은 두께로 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하이드레이트를 채굴하는 과정 자체가 심해저와 동토 지역의 자연 환경을 심하게 훼손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에 들어있는 메탄을 회수한 후에 에너지로 활용할 인구 밀집 지역으로 운반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원유나 천연가스의 채굴과 운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찾아내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아무리 작은 희망이라도 버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절박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덤벼들 수는 없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절대 함부로 달려들 일도 아니다. 지나친 환상은 절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