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차량 보급 확대를 위한 제언
글 | 홍창의_관동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자동차는 이미 생활필수품이 되어 경제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아마도 자가용 승용차 수가 전국 가구 수와 같은 수준이 될 때까지 높은 증가세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자가용 차량 운행이 많아짐에 따라 개인 이동에는 편리함을 주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대기오염문제가 야기된다. 대부분의 차량은 연료를 연소시킬 때 가스를 배출한다. 따라서 에너지와 환경문제는 차량문제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은 계속 진화한다.
차세대 차량은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차량 자체의 경제성이고 둘째 연료 소모의 절감이며 셋째 유해 배출가스의 최소화다. 지금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그린 카(Green Car) 정책이 ‘최적 해’를 올바로 찾아가고 있는 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원유 가격이 롤러코스트처럼 출렁일 때,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운전자들은 불안해한다. 휘발유, 경유, LPG 등의 차량 연료는 국제가격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에 산유국이 아닌 우리로선 대체 에너지와 차세대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독일의 오토가 가솔린 엔진을 발명한 이후로 석화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우리에겐 대세였다. 내연 엔진 자동차와 대비되는 것이 전기 자동차이다. 기존 자동차에 비해 ‘유해 배출가스’가 없고 ‘소음’도 아주 덜 하다는 장점이 부각되곤 했었다. 사실 전기자동차는 프랑스의 라파엘이 제작한 시점으로 본다면, 가솔린 자동차보다 먼저 제작된 셈이다. 그러나 배터리가 차지하는 차량내의 공간과 무게가 문제되었고 충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 때문에 실용화되지 못하다가 대기오염문제가 최근 심각해지면서 다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배터리의 크기를 얼마나 작게 하고 무게를 가볍게 하느냐와 장시간 충전이 가능한가가 전기 자동차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철학자 헤겔은 “우리가 아무리 이상을 실현하려고 애써도 그 이상이 역사의 법칙적 흐름에 알맞게 부합되어 있지 않는 한 그 노력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고 했다. 전기 자동차에 대한 우리의 갈망은 컸지만 실용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마도 아직 때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일반사람들이 환경비용에 대한 부담을 차량 운행비용에 대한 부담보다 크게 느끼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내연 엔진 자동차를 ‘정(正)’의 개념으로 본다면 전기 자동차를 ‘반(反)’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둘의 장점만을 추출하든 단점을 보완하든 간에 ‘합(合)’의 상태를 이룬 자동차를 꿈꾸게 되었다. 하이브리드 카(hybrid car)가 바로 그것이다. 본래 하이브리드라는 개념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요소가 합친 것을 의미한다. 석화 연료와 축전지가 하나의 차량 안에서 동거하면서 서로가 가진 장점은 크게 하고 단점은 보완하게 한다는 전략이 수립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교통 정책 방향’에서도 화두(話頭)는 단연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차량의 문제점은 우선 차량 자체의 가격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연비도 무조건 신봉하기에는 비논리적이다. 차량이 이동할 때에는 도시 교통과 지역 간 교통을 두루두루 다 포함하여야 하는 데, 첨두시 도시 내 교통 이라는 부분상황아래서의 상대적 고효율을 전체 상황에 유추 해석하기에는 차량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일반인이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할 때 정부지원금을 주고 공공차량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구입토록 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 지원책으로 시장구조를 바꾸겠다는 생각은 ‘전근대적 발상’이다. 모든 기술이 상업성을 함께 갖추어야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그러므로 하이브리드 차량이 자생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기술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입증하여야 한다. 자동차가 사치품에서 필수품으로 전환된 이후부터 기술적 결함과 미세한 차이의 비경제성까지도 소비자는 인내하지 않는다. 세계의 환경보호와 국가의 ‘그린카 4대 강국’ 진입을 위해 불완전한 하이브리드 카를 참아달라고 호소해봐야 공염불이고 소비자가 외면하는 제품을 지원금 체제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세금 쏟아 부어 봤자 결과는 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소비패턴 특성을 연구하고 거기에 맞는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하고 범용성을 갖추어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기술과 경제의 완벽성을 통해 친환경 자동차 국내시장의 구조를 튼튼히 한 뒤에 수출에 임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일본의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차’를 개발하니 “따라하자”, 미국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만드니 “우리도 하자” 식의 무분별한 대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촐싹거림 가지고는 졸작만 양산할 뿐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환경에 대한 인식은 매우 주관적이다. 1990년 초부터 ‘디젤’ 연료가 주행 거리 기준으로 교통•환경관점에서 우수한 연료임을 주장했지만 아직도 부정적인 견해로 정책이 왜곡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내팽겨 치고 남이 잘한다는 것만을 좇는 일은 결코 현명한 일이라 할 수 없다. 잘못된 정책 방향과 편견은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고 차량 연료에 엄청난 세금을 겹겹이 붙인 결과, 우리의 자동차 시장은 기형적으로 움직여 왔다. 경유 세금이 상대적으로 올라가면 경유차 생산을 줄이고 LPG 세금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면 LPG 차량이 급증하는 우스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환경부처는 따로 놀고 재정부처가 힘자랑하는 사이에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과 자동차 산업정책은 실종된 지 이미 오래다.
만일 원유 1리터를 정제하여 휘발유가 8.2%, 경유가 26.6%, LPG가 3.6%가 나온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이들의 상대 비는 21: 69: 10이 된다. 결국 우리의 정유 산업 실태를 보면 디젤이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등록된 연료별 차량비율은 49: 37: 14이다. 에너지 분야, 자동차 산업, 정유 산업 그리고 교통•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움직이지 않고 모두 따로 따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더 잘 사는 일본은 유럽의 작은 차를 본받아 소형차 중심으로 갈 때, 우리는 미국을 본받아 대형차 중심세상을 만들어 버렸다. 자동차 업계의 입김 하나에 세금 정책도 바뀌고 에너지 정책 기조도 우왕좌왕했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만 커져 버린 우리의 현실은 무역수지 적자를 위해 수출로 매진할 수밖에 없고 수출의 효자 노릇을 하는 자동차 산업에 끌려 다니는 형국이다. 하루 빨리 에너지 절약 모드로 바뀌어야 한다. 기아 변속기도 수동으로 하고 차량 에어컨도 선택사양으로 바꾸고 도로의 차로폭도 소형차 중심으로 줄여야 한다. 그리고 국내 정유 산업의 생산 수율에 맞추어 차량 등록 대수도 재편되어야 하고 유류세도 대폭 인하되어야만 낭비요소가 없다. 즉, 최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자원 내에서 최대한 활용하는 게 상책이다.
국내 정유회사에서 정제되는 LPG 생산량 갖고도 모자라 별도로 수입을 하는 처지에 경유는 잉여분이 발생하여 수출로 전환시키는 모순이 계속되고 있다. 택시 LPG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CNG 버스에 대한 막대한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고 멀쩡한 경유 화물차를 LNG로 개조하라고 또 지원금을 지급하는 일관성 없는 정책은 반성해야 마땅하다. 그럴 바에는 경유 세를 대폭 줄여 버스와 화물차를 경유로 유지시키고 프랑스처럼 신규택시를 경유차로 투입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다. LPG 차량은 장애인과 일부 렌터카에만 허용하여 총량을 규제하기 쉽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결국 생산성 차량은 모두 경유 차량으로 하고 경유 승용차도 확대되어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
경유는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면서 멀리 달리게 하는 최적의 차량 연료다. 새로운 차량을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경유차를 발전시켜 연료 소모도 더 절약하고 유해배출가스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경유차를 중심으로 친환경 차량에 접근하는 것이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클린디젤차 개념은 하이브리드 개념 이전에 완성되어야 할 과제이고 하이브리드도 클린디젤차와 더불어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