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자동차, 대안이 될 수 있는가?
글 | 이덕환_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저탄소 녹색 성장이 강조되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비록 상징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실의 공용차량부터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교체했다고 한다. 정부가 세계적인 과제인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과연 이산화탄소 배출이 기후 변화의 직접적이고 중요한 원인인지는 아직도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실제로 기후 변화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상관없이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반드시 줄여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다.
우선 석유를 비롯한 화석 연료의 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우리는 국제 정치적인 이유로 불거졌던 ‘석유파동’을 두 차례나 경험했다. 석유를 둘러싼 국제적 불안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뚜렷한 이유도 없이 원유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바람에 혼이 빠질 정도로 놀랐던 것이 사실이다. 제3차 석유파동이 시작된 것이라고 걱정을 했었다. 다행히 원유 값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다행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또 언제 더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석유 공급의 불안정성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석유 자원의 고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석유를 채굴하고 활용하는 기술의 발전에 기대를 걸 수는 있다. 육지나 바다의 더 깊은 곳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의 양은 엄청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의 기술로는 경제성이 없는 형태로 매장되어 있는 석유의 양도 상당하다. 결국 석유를 채굴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현실적으로 매장량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석유 자원의 양은 유한한 것이 분명하다. 66억이 넘은 인구가 역사상 어느 때보다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석유를 영원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당장 석유를 포기할 수는 없다. 결국 석유의 활용 효율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이브리드는 우리가 사용하는 석유 중 그 비중을 무시할 수 없는 수송 분야에서 석유 활용 효율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다. 물론 그런 노력만으로 석유를 비롯한 화석 연료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노력이라고 하더라도 절대 외면할 수 없다. 그만큼 석유 소비 절약의 문제가 우리에게 심각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도시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사회적 과제다. 오늘날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대도시의 생활 환경은 많은 사람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주행에 의한 대도시의 대기 오염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가 로스앤젤레스 형 스모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름철 오존 경보도 대부분 자동차 배기 가스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두 가지 이상의 동력원(엔진)을 가진 경우를 말한다. 자동차에 두 가지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는 뜻이다. 지금 개발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대부분 화석 연료로 작동시키는 엔진과 전기 모터를 사용한다. 운전자의 필요에 따라 원하는 동력원을 선택하거나 주행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동력원을 선택하도록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엔진이 장착되어 있는 자동차에 휘발유와 액화석유가스(LPG)를 모두 싣고 다니면서 운전자가 연료를 선택하도록 만든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아니다. 그런 자동차의 경우에는 선택한 연료에 따라 연료 주입량을 조절하는 기술이 전부이기 때문에 새로운 미래형 자동차라고 할 수도 없다.
물론 단순히 두 개의 동력원을 사용한다고 무조건 연료의 소비와 환경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내연기관이나 전기 모터는 모두 상당한 중량을 가지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발생하는 열과 압력을 견뎌낼 수 있는 소재가 대부분 밀도가 상당히 큰 금속이기 때문이다. 전기 모터의 경우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배터리에서 공급해주는 전류를 이용해서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코일과 그런 자기장에 반응해서 회전운동을 만들어내는 자석이 모두 상당히 무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기 모터를 작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배터리의 중량도 무시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결국 두 개의 동력원을 사용하는 자동차는 차체의 중량이 보통의 자동차보다 더 무겁기 때문에 연료의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양의 연료나 전기량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단순한 내연기관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보다 줄어들게 된다는 뜻이다. 장착된 엔진 중에서 어느 것을 사용하거나 나머지 하나의 엔진은 자동차의 주행에 방해가 되어 연료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결국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의미를 가지려면 엔진의 효율이 크게 향상되어야만 한다. 전기 모터의 효율은 이미 극대화되어 있기 때문에 관심은 내연기관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연기관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것만으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성공을 보장할 수가 없다. 내연기관의 효율에 상관없이 전기 모터와 배터리의 중량 때문에 자동차의 연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효율이 좋은 내연기관을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차체 중량 감소와 유선형 디자인 등의 연비 개선 기술도 마찬가지다. 그런 기술만으로는 굳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연비만 좋다고 하이브리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대도시처럼 자동차가 밀집된 지역의 대기 환경을 개선해야 할 경우가 그렇다. 대도시의 대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자동차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릴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다. 도심에 전철이나 트롤리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오염된 대기를 인공적으로 정화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경우에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도심에서 운행하는 자동차는 혼잡 때문에 정지와 출발을 거듭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정지 상태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의 양은 엄청나다. 더욱이 정지 상태에서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가속도가 필요하다. 엔진을 무리하게 작동시켜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많은 양의 오염 물질이 배출된다. 대형 버스나 트럭이 출발할 때 매연이 대량으로 배출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도심을 주행할 때는 전기 모터만을 사용하고, 도심을 벗어나서 대기 오염이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경우에만 내연기관을 사용하게 되면 도심에서의 대기 오염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그런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기 오염을 해결해야 하는 도시에서 사용할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심에 별도의 충전 시설을 갖추는 것도 방안이겠지만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정체가 심하지 않고, 대기 오염이 문제가 되지 않는 지역을 운행하면서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도심에서 벗어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고속도로를 통해 출퇴근을 하면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주거지와 도심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도시에서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연기관에서 생산한 동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운행 중의 자동차가 정지를 하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던 운동 에너지를 브레이크를 통해 열 에너지로 변환시켜야 한다. 물론 자동차의 운동 에너지는 내연기관에서 연료를 연소시켜 얻어낸 것이다. 마찰식 브레이크 대신 발전기를 사용해서 자동차를 정지시키면 에너지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는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전기 모터를 작동하는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배터리를 충전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시설도 필요 없고, 정기적으로 정속 주행을 할 수 있는 고속도로를 운행해야 할 필요도 없어져 버린다.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사실 그런 기술은 이미 개발되어 있다. 지하철의 전동차에는 대부분 그런 장치가 사용되고 있다. 고속철이나 기차와 달리 지하철이 정지할 때 브레이크의 마찰에 의한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그런 장치 덕분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발전기를 이용한 브레이크만으로 자동차의 안전 운행으로 보장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발전기를 이용한 브레이크를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마찰식 브레이크만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도로에서의 자동차 운행 조건이 지하철과는 크게 다르고, 자동차의 운전자가 지하철의 기관사만큼 숙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연료 소비와 대기 오염을 줄여주는 미래형 자동차가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꿈의 자동차’가 될 수는 없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현명하게 활용할 경우에만 연료 절약과 대기 오염 절감이 가능하고, 그나마도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하이브리드의 개발을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의 현실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주에는 공짜가 없다는 사실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