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1. 해외석유자원확보 정세와 대응전략 / 성원모
2.
에너지 소비효율을 높이기만 해도 '산유국'이 된다 / 유병선
3.
기업경쟁력 강화·가계부담 경감을 위한 유류세 인하 필요하다 / 김정식


기업경쟁력 강화·가계부담 경감을 위한 유류세 인하 필요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국제 원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면서 국내 석유류 제품가격 또한 다시 크게 오를 것이 예상된다. 이러한 석유류 제품가격 인상은 우리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먼저 국내물가를 상승시킨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경제는 높은 물가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의 과잉유동성 때문에 중국 발 수입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과잉유동성 때문에 물가상승압력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석유제품 가격의 상승은 제조업의 생산원가를 높이고 국내 교통비와 전기요금등 생활물가를 인상시켜 소비자 물가를 자극할 것이 우려되는 것이다.

유가상승은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제유가상승으로 세계경기가 둔화되는 경우 우리 수출이 감소하여 국내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제조업의 생산원가가 높아짐에 따라 투자가 위축되면서 지금 회복되고 있는 경기를 다시 침체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유가상승은 서민들의 생활비용을 높여 결국 임금을 인상시킨다. 생활물가가 높아지는 경우 이는 결국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로 연결되어 임금을 높이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추정에 의하면 국제유가가 10달러 오르는 경우 우리 물가는 0.2%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은 0.2%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큰 영향을 주는 석유류 제품가격은 국제유가와 환율 그리고 세금과 유통마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동안 국제유가가 배럴당 35달러수준에서 95달러까지 크게 올랐지만 우리는 환율을 달러 당 1,200원 수준에서 900원까지 내려 국내 석유류 제품가격을 상대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경상수지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서 환율을 추가적으로 내리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석유류 제품가격 중에 50%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류세 인하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인하를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인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휘발유의 경우 유류세는 교통세 505원, 주행세 164원 그리고 교육세 76원으로 총 745원이고 여기에 판매가격에 대해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어 통상적으로 세금이 판매가격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가 바람직한가 여부는 유류세 인하의 득실을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먼저 유류세 인하를 반대하는 정부 측은 다음 4가지 이유를 들어 유류세 인하에 반대하고 있다. 먼저 유류세 인하는 에너지 소비절약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국내 석유류 제품의 소비가 크게 늘어나게 하여 원유수입을 늘리고 결국 경상수지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석유류 제품의 가격은 시장원리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원유가격이 오르는 경우 시장원리를 따라 가격이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소비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이유는 세수의 감소다. 유류세를 10% 인하하면 약 2조원상당의 세수가 감소하게 된다. 늘어나는 복지 재정지출 때문에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세수가 줄어들 것을 고려하면 지금 유류세를 인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유류세가 가격에 비례하는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가 아니고 금액이 정해져 있는 종량세라는 것이다. 현재 휘발유 리터당 유류세는 판매가격의 10%를 부과하는 부가가치세를 제외할 경우 745원, 경유는 528원으로 소비자 가격이나 공장도가격에 상관없이 리터당 고정된 금액을 부과하는 종량세이다. 따라서 원유가격이 오를수록 석유류 판매가격에서 차지하는 유류세의 비중은 앞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유류세를 낮추어도 세금인하분이 정유사의 유통마진으로 흡수되어 석유류 제품가격이 낮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국내 석유류 제품가격이 높은 것은 높은 세금보다는 오히려 정유사나 주유소의 유통마진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유류세를 인하해도 지금과 같은 과점형태의 시장구조에서 정유사들이 담합해서 유류세 인하분을 유통마진을 높여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이러한 문제들이 생길 수도 있다. 에너지 절약을 소흘이 할 수도 있고 세수도 단기적으로 감소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유류세를 인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살펴보면 이득이 이러한 손실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은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는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고 최근 들어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경기가 이렇게 침체되었던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는 우리의 열악한 기업투자환경 때문이었다. 과도한 노사분규와 정부규제가 기업의 수익을 줄어들게 하면서 기업들은 투자의욕을 잃고 투자를 하지 않게 되었으며 이 때문에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어 내수경기가 침체되었던 것이다.

특히 지금 우리의 대외적 경제환경은 우리 기업에게 더욱 불리하게 변하고 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미국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 예상되고 높아지고 있는 국제원유가도 앞으로 상당기간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기침체로 우리수출이 줄어들고 원유가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올라 우리기업의 제품생산 원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추가적으로 기업투자환경이 악화되는 경우 이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내수경기가 다시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투자환경을 개선시켜 줄 유일한 방법은 국제적인 공급충격을 국내에서 흡수하는 방법밖에 없다. 국내에서 각종 정부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와 유류세 등 기업의 생산원가와 관련이 있는 세금들을 인하해서 추가적으로 기업투자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특히 석유제품 가격인상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고려할 때 비록 유류세로 인한 가격인하 금액이 크지 않을지라도 우리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업경영환경의 악화가 없더라도 실제로 우리 유류세는 외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 우리의 석유류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인데 이 비중은 비록 프랑스의 67%, 영국의 65%, 독일의 63%보다는 낮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환경 속에 있는 일본의 41%보다 훨씬 높다. 그리고 캐나다의 30% 그리고 미국의 13%와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석유가 생산되지 않는 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환경에 있고 또한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유류세 금액은 일본보다 50% 정도 더 많고 소득차이를 감안한다면 우리의 석유제품 가격은 일본보다 약 3배정도 비싸다.

이렇게 높은 유류세를 지불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일본을 비롯한 외국기업과 경쟁하기란 쉽지가 않다. 결국 높은 유류세는 우리 기업의 비용을 높여 투자 감소와 경기침체를 발생하게 하는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유류세를 인하했을 때 경기를 회복시키고 실업을 줄일 수 있다는 이득 하나만으로도 유류세 인하의 이득이 손실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서민들의 생활비를 경감시켜주고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것도 유류세 인하의 중요한 이점 중의 하나이다. 곡물가격과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고 또한 중국발 인플레이션 때문에 내년도 우리 물가는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환율을 낮추어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해 왔지만 내년에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환율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수입물가 상승이 그대로 국내물가인상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침체로 소득이 줄어들면서 서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까지 높아질 경우 서민들은 큰 고통을 당하게 된다. 이러한 서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기 위해서도 유류세는 낮출 필요가 있다.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정부의 주장과 같이 석유류 소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의 석유류제품 수요는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다. 이미 그동안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필수적인 수요를 제외하고는 낭비하고 있는 수요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우리는 에너지 소비형 산업구조에서 전자산업과 같은 소비절약형 산업구조로 변했기 때문에 가격을 인하해도 소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 또한 크지 않다. 국책연구기관에서도 우리나라의 석유류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낮기 때문에 가격하락으로 석유류 수요가 추가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세수는 물론 단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작년 정부는 유류세로 약 24조원의 세수를 거두었다. 이 세수는 우리 전체 세수의 약 17%를 차지하는 큰 금액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세율을 올린다고 반듯이 세수가 많이 걷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1990년대 이후 10년 동안 호황을 누린 것은 미국이 1980년대 후반 세율을 낮추는 공급중시의 경제정책을 사용한 결과라고 알려져 있다. 비용 상승에 의한 인플레이션이 있는 경우 기업관련 세금을 낮추어 기업의 비용을 줄여주면 기업의 수익이 늘어나고 기업투자가 촉진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공급중시 경제정책으로 경기가 회복될 경우 비록 세율을 낮추어도 세수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원유가 상승과 국내 임금상승으로 원가상승에 의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유류세 세율을 인하하는 공급중시 경제정책을 사용할 경우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세수 또한 장기적으로 늘어나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세율인하분이 주유소의 유통마진으로 흡수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석유류 유통구조를 효율화하여 유통마진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해결될 수 있다. 또한 이미 주유소 시장은 개방되어 있어 많은 주유소들이 가격경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주유소나 정유사가 담합으로 가격을 인하하지 않고 유류세 인하분을 유통마진으로 흡수하려 한다면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정부가 강력한 규제와 처벌을 해서 막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비록 이러한 부작용들이 있다고 해도 세금은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고 앞으로 다시 국제원유가격이 하락해 국내 석유류 제품가격이 내려가서 소비가 과도하게 늘어난다던지 혹은 세수가 감소하는 경우는 유류세를 다시 인상해서 그 부작용을 줄이면 된다. 즉 경제여건의 변화에 따라 유류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유류세 인하의 득실을 비교해 보면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이 우리경제에 더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의 생활비용을 줄여주고 침체된 우리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할 시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