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유전' 중질유 분해공정 들여다보기
글 | S-OIL 업무팀
벙커-C 크래킹센터를 흔히 ‘지상유전’이라 부른다. 상압증류공정에서 경질유를 뽑아내고 남은 중질유를 다시 한 번 원료로 투입해서 부가가치가 높은 등유, 경유, 휘발유 같은 경질유 제품을 생산하므로 원유를 퍼 올리는 것 이상의 효과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이제 고도화설비는 정유사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가 됐다. 고유가속에서도 단순 정제마진은 마이너스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고도화설비를 통한 2차 정제마진과 수출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석유제품 정제공정은 무엇이고 또한 고도화시설에서는 어떤 설비가 있을까? S-OIL의 고도화시설을 중심으로 석유제품 정제공정의 세계를 알아보자.
원유정제는 단순정제와 고도화 정제로 구분한다. 단순정제는 상압증류공정 (CDU)로 대표되는 시설에서 원유를 345℃까지 가열해서 끓는점과 분자량에 따라 부탄, 프로판 등의 가스성분과 나프타, 등유, 경유 등의 경질유, 이외에도 아스팔트 같은 성분으로 분류한다. 프로판은 가정용 취사연료로 사용되고, 부탄은 택시의 연료 및 휘발유의 배합용, 나프타는 휘발유나 석유화학 원료, 등유는 난방용 및 항공유, 경유는 난방용 및 디젤엔진의 연료로, 아스팔트는 도로포장용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투입 원유 중 끓는점이 높은 40~50% 성분은 상압증류탑의 밑바닥에 고스란히 남는다. 이 고유황 중질유는 주로 선박용 연료나 화력발전소 등의 대형 보일러 연료인 벙커C로 사용되므로 일반적으로 벙커C라고 한다.
고도화 정제는 원유를 원료로 하지 않고 단순정제 과정에서 대량 생산되는 벙커C를 원료로 한다. 크게 중질유 분해공정과 중질유 탈황공정으로 구분하며 분해공정은 단순정제 공정에서 생산된 고유황 벙커C유를 수소나 촉매를 이용하여 반응을 일으켜 경질 석유제품을 생산하며, 탈황공정은 황을 비롯한 각종 불순물을 제거하여 제품의 상품 가치를 높이고 환경오염의 원인을 제거한다.
제2 감압증류공정(#2 Vacuum Distillation Unit, #2 VDU)
벙커C 크래킹센터는 #2 VDU에서 시작한다. VDU는 상압증류공정에서 받은 상압잔사유를 대기압 보다 낮은 압력(30~80mmHg)에서 윤활기유의 원료와 감압경유(VGO), 감압잔사유(VR)로 분리하는 시설인데, S-OIL온산공장에 두 기의 시설이 가동되고 있다. #1 VDU는 주로 윤활기유 원료를 생산하는 반면, #2 VDU는 벙커C 크래킹센터에 원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2 VDU에서는 감압경유를 생산하여 주로 수소첨가탈황공정(HYC)에 공급하고 일부를 초저유황 경유를 생산하는 감압경유 탈황공정(MHC)에 원료로 보낸다.
수소첨가분해공정(Hydrocracking Unit, HYC)
HYC는 감압경유를 수소와 혼합하여 반응기에 투입, 고온 고압(400℃, 150 Kg/cm2)에서 촉매를 이용하여 분해, 탈황하여 나프타, 등유, 경유와 윤활기유를 생산하는 공정이다.
HYC는 2단계 반응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반응기에서 전처리 촉매를 이용하여 금속성분 등 불순물을 제거한 뒤 두 번째 반응기에서 대부분의 분해반응이 이루어진다. 1996년 첫 가동 당시 6만 배럴을 처리했던 HYC는 지속적인 시설 개조와 보완을 통해 처리용량 증대는 물론 초고급 윤활기유를 생산하도록 했다. 바로 이곳에서 S-OIL이 자랑하는 초고급 ‘울트라-S' 윤활기유가 생산된다. 투입량의 절반 정도가 등유와 경유로 생산되고, 휘발유의 원료인 나프타가 15% 정도 나온다. 반응기 밑쪽에서 나오는 잔사유(Bottom) 2만2천 배럴은 ‘울트라-S’ 윤활기유의 원료로 공급한다.
중질유 수첨탈황공정(HYVAHL, 하이발)
한편 #2 VDU에서 나온 감압잔사유는 하이발의 원료로 투입된다. 감압잔사유 탈황공정인 ‘하이발’은 특유의 외관 덕분에 다른 시설과 쉽게 구별된다. S-OIL 온산공장 내 신본관 앞에 들어선 6기의 반응기가 하이발의 핵심 시설이다. 이 공정은 촉매를 최대한 활용하고 생산 중단없이 촉매를 교환할 수 있도록 고안된 ‘퍼뮤터블 리엑터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S-OIL과 프랑스 IFP가 공동으로 개발하여 세계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한 획기적인 개념의 생산 방식이다.
하이발은 감압잔사유와 상압증류시설에서 생산된 상압잔사유를 원료로 하여 수소를 첨가, 탈황 반응을 일으켜 황 등 불순물을 제거하여 황 함량 0.3%, 0.5% 수준의 초저유황 벙커C(Low Sulfur Fuel Oil)를 생산, 공급한다. 또한 황 성분을 대폭 감소시킨 잔사유(Treated Residue)는 휘발유 생산을 위해 잔사유접촉분해(R2R)의 원료로 보낸다.
하이발은 휘발유와 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최종 생산하는 R2R에 원료를 공급하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한다. 수익성이 높은 제품의 증산을 위해 우리 회사는 기존 하이발을 모델로 ‘뉴 하이발’을 건설, 2002년 11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뉴 하이발의 처리 용량은 하루 5만7천 배럴로, 기존 하이발(5만2천 배럴)에 비해 약간 크다.
<Hyvahl 사진>
R2R, 잔사유 접촉분해공정(Residue Fluidized Catalytic Cracking Unit)
S-OIL의 잔사유 접촉분해공정(Residue Fluidized Catalytic Cracking)은 한 개의 반응기(Riser)와 두 개의 촉매재생기(Regenerator)로 구성되어 'R2R'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하루 7만3천 배럴의 중질유를 처리해서 절반 이상을 휘발유로 생산하고, 이외에도 LPG의 주성분인 부탄과 프로판,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프로필렌을 각각 20%, 10%의 비율로 생산한다. 투입 원료는 하이발에서 탈황된 감압잔사유(T-VR)와 MHC(Mild Hydrocracker)에서 탈황된 감압경유(T-VGO), 그리고 윤활기유 공정에서 나오는 소량의 왁스(Wax) 성분이다.
R2R의 운전방식은 독특하다. 대부분의 공정이 고정된 촉매에 원료를 흘려보내서 반응이 일어나게 하는 반면 R2R은 원료와 촉매가 A급 태풍에 맞먹는 초속 20미터의 바람을 타고 움직이면서 반응이 일어난다. 고온 (550℃) 의 반응기에 원료를 미세한 물방울 형태로 분무하여 고운 분말의 촉매와 접촉시키는데, 뜨거운 촉매와 만난 원료는 기화되는 동시에 크래킹 반응이 일어난다. 반응이 지속되는 시간은 불과 2초, 40미터 높이의 반응기를 순식간에 오른다. 크래킹된 유분과 사용된 촉매는 이후 사이클론(cyclene)과 스트리퍼(stripper)를 거쳐 나뉘게 되고, 촉매는 재생기(Regenerator)로 보내지는 한편 유분은 분류탑(Fractionator)으로 보내져 비점 차이에 의해 각각의 제품으로 분리된다.
R2R은 휘발유, 프로필렌 같은 수익성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로도 주목 받지만, 우주선 같은 독특한 외형 덕분에 S-OIL의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높이 6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시설로, 온산공장 생산시설 중 유일하게 설치돼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일반 건물 20층 높이에 해당) 꼭대기까지 오르면 ‘사이클론’이라는 촉매와 가스를 분리하는 장치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실제로는 24개가 있는데 18기는 내장돼 있어 외부에서 보이지 않고 밖으로 드러난 6기가 R2R의 특징적인 모습을 형성한다.
상하 2단으로 설치돼 있는 두 기의 촉매재생기는 크래킹 반응에 사용된 촉매를 원래 상태로 환원시키는 시설이다. 분당 35톤의 촉매가 사용되는데, 크래킹 반응 이후 촉매 표면에는 코크(coke)가 표면에 남는다. 1차 재생기에서 코크의 50~80%를 연소시켜 없애고 나머지는 2차 재생기에서 연소시킨다. 코크가 연소하면서 발생한 열은 재생된 촉매가 반응기로 재투입되는 과정에서 원료를 기화시키는 데 활용된다. 크래킹 반응은 흡열 반응으로 충분한 열이 없을 경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데, 이에 필요한 에너지를 촉매 재생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재활용해서 얻는 것이다.
<RFCC 사진>
마일드 하이드로크래커(Mild Hydrocracker, MHC)
MHC는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일종의 수소첨가 분해 시설 (Hydrocracker)이다. 하이드로크래커는 투입 원료(VGO)를 수소와 반응시켜 대부분을 LPG, 나프타, 경유 같은 경질유분으로 전환시키는 반면 MHC는 경질유 전환 비율이 최대 30%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마일드(Mild)’라는 말이 붙어 있다.
MHC는 애초에는 감압 경유(VGO)에서 황을 제거하여 R2R에 원료로 공급하는 역할이 주 임무였다. 그러나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초저유황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기존 탈황설비의 용량이 부족해지자 MHC에서 경유를 탈황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그 결과 2003년부터 시설 보완과 운전모드 변경을 통해 황 성분 10ppm 이하의 초저유황경유(Ultra Low Sulfur Diesel)를 생산하는 시설로도 활용하고 있다.
한 시설에서 투입 원료와 운전모드를 달리하여 운전하는 방식을 ‘블록운전’이라 하며, MHC를 R2R에 원료 공급을 목적으로 블록운전할 때는 ‘VGO 모드’로 가동된다. 감압증류공정(VDU)에서 나온 감압경유(VGO)를 탈황 처리하여 R2R 원료로 공급하고, 부산물로 나프타를 생산한다. 처리 용량은 하루 4만 배럴이다. 반응 과정에서 수소를 대량으로 투입하기 때문에 원료 투입량보다 최종 산출량은 2% 가량 늘어나는데, 80~85%가 T-VGO로 생산되고, 나머지 15~20%는 나프타와 경유(Gas Oil)로 생산된다.
초저유황 경유를 생산할 때는 'SRGO 모드’로 운전한다. 이 때 원료는 상압증류공정(CDU)에서 나오는 경유(Strait Run Gas Oil)를 투입하고, 하루 5만 배럴을 탈황 처리한다.
일반적으로 운전 압력이 높을수록 탈황이 잘되며, 높은 압력에서 탈황한 경유는 벤젠, 아로마틱 같은 공해 물질 함량도 낮아진다. MHC의 운전 압력은 68.5kg/㎠로 기존 탈황시설(#2 HDS, 33~40kg/㎠)의 두 배에 달해 현재 국내 황 함량 규제치(30ppm)의 1/3 수준인 10ppm의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렇듯 S-OIL을 비롯한 국내 정유사는 국제 최고 수준의 친환경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첨단 기술력이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