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경유차를 재조명한다
1. 경유자동차의 환경성에 관한 재평가
2. 경유차에 대한 인식과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3. 디젤하이브리드자동차의 개발 현황과 전망


 

디젤하이브리드자동차의 개발 현황과 전망

| 이항구_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완성차업체들의 저연비 친환경자동차 개발과 상용화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1997년 하이브리드자동차를 최초로 개발한 도요타는 2010년에 2세대 프리우스 모델을 출시하여 경쟁우위를 강화할 계획이고, 1세대 하이브리드 판매 경쟁에서 도요타에게 판정패한 혼다는 새로운 개념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GM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모델인 볼트의 상용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르노와 닛산은 하이브리드보다는 전기자동차의 양산을 도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세계적으로 기후친화적, 에너지효율적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EU 자동차업계는 그 동안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하이브리드, 특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디젤기술과 하이브리드기술을 결합한 디젤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개발과 상용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 점증하고 있는 디젤자동차 수요

그 동안 세계자동차시장은 휘발유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가 지배해 왔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인 미국시장의 판매는 휘발유 승용차와 경트럭이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며, 대형 상용차에만 디젤엔진이 제한적으로 탑재되어 왔다. 미국 소비자들이 디젤자동차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상당수는 1970년대에 구매했던 디젤자동차의 소음, 냄새, 분진, 주유불편 등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미국내 디젤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높고 자동차의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싼 점도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세계 완성차업체가 개발한 신모델의 시험장인 캘리포니아주는 한때 디젤 엔진이 건강에 해로운 가스를 배출해 대기를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디젤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가 클린디젤(Clean Diesel) 기술을 이용하여 휘발유 엔진보다 더 깨끗한 가스를 배출하는 디젤승용차를 생산하자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이들 두 업체의 디젤 승용차를 캘리포니아주에서 판매하도록 허가하였다. 최근 미국 소비자들의 디젤자동차에 대한 인식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으며, 미국의 디젤기술포럼은 클린디젤자동차가 휘발유자동차보다 연비가 20~40% 높다고 평가하면서 디젤자동차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자동차와 같은 조세 유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J.D.Power는 미국내 디젤자동차의 판매 비중이 혼다 등 완성차업체들의 판매 차종 다양화로 인해 2007년의 3.2%에서 2010년에는 1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MIT대학은 장기전망을 통해 2035년에 미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15%만이 기존의 휘발유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일 것이고, 85%는 터보차지(turbocharged) 휘발유엔진, 디젤엔진과 하이브리드자동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MIT대학은 이중 디젤자동차의 점유 비중이 최소 25%에 달할 것으로 평가하였다.

세계 디젤자동차의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유럽에서의 디젤자동차 수요는 성능향상과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5년 기준으로 EU 국가에서 주행하고 있는 승용차의 70.9%가 휘발유승용차이고 28.8%가 디젤승용차인데, 2006년에 처음으로 디젤승용차 판매가 휘발유승용차 판매를 20만대 상회한 740만대를 기록하면서 점유율이 50.8%에 달하였다. EU시장에서 디젤자동차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우수한 연비와 CO₂배출이 낮아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 디젤하이브리드의 개발과 상용화 가속화

그 동안 EU 자동차업계는 일본자동차업계가 개발한 하이브리드자동차에 대해 별다른 대응전략을 강구하지 않으면서 디젤엔진의 성능 향상에 노력해 왔다. 기존 디젤엔진의 연비가 하이브리드에 못지않으며, 디젤엔진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투자효율성면에서도 나았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자동차업계는 하이브리드자동차 개발에 오랫동안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이브리드자동차가 높은 생산 비용과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독일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는 디젤 엔진을 개량해 에너지 절감효과를 거두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유가가 지속되고 하이브리드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자 EU자동차업계도 지난해부터 하이브리드자동차, 특히 디젤하이브리드자동차의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형차를 주로 생산해 온 벤츠사나 BMW사 등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EU 집행위가 5년 내에 배기가스 배출량을 120g/km으로 규제할 계획을 발표하자 디젤하이브리드자동차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2007년 세계 하이브리드자동차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13.6% 증가한 41만 4,396대에 달하였으며, 이중 미국내 판매가 28만 8,484대로 69.6%를 차지하였다. 세계 하이브리드자동차 수요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33%가 증가하여 2015년에 400만대를 넘어설 예상이며, J.D.Power는 하이브리드자동차의 세계시장점유율이 2015년에 7%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주지하다시피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공회전, 가속 및 정지시에 전기모터에 의존함으로써 연료 소모량을 줄이게 되는데, 고밀도 연료를 사용하는 디젤엔진은 일정한 속도의 주행과 고중량 적재에 적합하기 때문에 양자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EU 자동차업계가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디젤하이브리드는 연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첨단디젤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함으로써 뛰어난 연비를 나타내고 있다.

MIT대학의 에너지환경연구소는 2020년에 디젤하이브리드가 수소연료전지보다 총에너지소비와 그린하우스 가스배출에서 우월해 판매 우위를 점할 것으로 평가하였다. 2020년경에 수소연료전지자동차가 상용화되더라도 대규모 하부구조 투자가 필요해 대량 판매가 어려울 것이나 디젤하이브리드자동차는 이러한 투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MIT대학은 새로운 연구 결과를 통해 2005년에 미국에서 휘발유자동차가 100km를 주행하는데 8.8리터의 연료가 필요했으나, 디젤자동차는 7.4리터의 연료만 소비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자동차의 성능향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2030년에 휘발유자동차는 100km를 주행하는데 5.5리터의 연료를 소비할 것이나, 디젤자동차는 4.7리터의 연료만 소비할 것으로 평가하였다. 휘발유자동차의 연비 개선율이 약간 높으나, 여전히 디젤자동차의 효율성이 휘발유자동차보다우수할 것으로 분석하였다. 현재 디젤하이브리드자동차가 상용화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어려우나 MIT대학은 2010년에 디젤하이브리드가 상용화될 경우 <표> 에서 보는 바와 같이 디젤하이브리드자동차의 연비가 비교대상 자동차중 가장 우수할 것으로 평가하였다.

이미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와 대형 트럭이 유럽에서 주행 중이나, 최초의 디젤하이브리드 승용차로는 폭스바겐의 ‘골프 TDI’ 모델을 들 수 있다. 폭스바겐의 ‘골프 TDI’ 디젤하이브리드는 갤런당 69.9~71.4마일, 즉 3.4리터로 100km 주행이 가능하다. 이는 도요타 프리우스와 혼다 시빅하이브리드를 20mpg 상회하는 성능이다.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자동차를 최초로 개발한 도요타는 디젤하이브리드승용차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용 때문이다. 디젤자동차의 생산비용이 휘발유자동차보다 높고 여기에 고가의 하이브리드기술까지 부가할 경우 자동차가격이 높아지게 된다. 도요타는 2003년에 디젤하이브리드 트럭을 출시했으나 판매가 부진하자 원인을 휘발유 하이브리드에 비해 비싼 가격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자동차업체는 2세대 휘발유하이브리드모델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빅 3는 ‘차세대 차량을 위한 파트너십(Partnership for a New Generation of Vehicles) 프로그램에 의해 디젤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이미 개발해 놓고 있다. GM이 다임러벤츠와 공동 개발한 오펠 아스트라 디젤하이브리드는 기존의 디젤자동차보다 25% 연비가 높고, 갤런당 59마일의 주행이 가능하다. GM의 자회사인 ‘Allison Transmission’은 버스용 디젤하이브리드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이와 같이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은 버스, 트럭 등 대형 차량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조만간 승용차에도 확대 적용될 예상이다. 한편 J.D.Power는 기존의 하이브리드보다 디젤하이브리드가 연비가 15~20%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도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디젤자동차의 미국내 판매비중이 30%에 달할 경우 미국은 일일 35만 배럴의 원유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표 > 자동차 엔진별 연비 비교(리터)

 

2010

2030

가솔린

6.57

4.11

디젤

5.48

3.48

가솔린터보

5.9

3.66

가솔린하이브리드

5.02

2.73

디젤하이브리드

4.51

2.45

CNG

5.82

3.61

자료 : MIT, LEE, Europe's Evolving Passenger Vehicle Fleet: Fuel Use and GHG Emissions Scenarios through 2035, 2008. 3
주 : 100km 주행시 소비 연료량 비교

아직까지 디젤하이브리드자동차는 개발단계에 놓여 있으나, 연비와 친환경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제고될 경우 판매가 급증할 예상이다. 푸조시트로엥은 불리한 가격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그 동안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부분을 차지해 왔던 소형모델에서 벗어나 고급승용차모델에 디젤하이브리드기술을 접목하고 있으며, 동 모델의 CO₂배출량이 킬로미터당 90그램 정도로 우수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하이브리드자동차시장은 수입 자동차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2009년에 현대 아반떼 LPG하이브리드와 2010년에 현대 소나타 휘발유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출시될 경우 2010년에 7만대, 2013년 20만대, 2015년에는 40만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 국내외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들은 디젤엔진의 성능 향상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디젤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MIT대학은 디젤하이브리드자동차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2035년에 5%에 달하고 디젤자동차의 점유율은 3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이러한 디젤하이브리드자동차의 전세계적인 보급 확산을 위한 과제로는 가격인하와 함께 경량화가 대두되고 있다. 친환경자동차의 개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자동차업계가 유럽시장의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확대 유지해 나가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디젤하이브리드기술의 개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