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3차 석유위기, 가능성과 대응방안
1. 3차 석유위기 가능성 진단과 대응방안
2. 고유가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3차 석유위기 가능성 진단과 대응방안

한상완_현대경제연구원 상무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며 150달러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바 있다. 최근 들어서는 120달러 중반대로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년의 2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최근 국제 유가 급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만성적 수급 불균형’에 있다는 점이다. BP(British Petroleum)社에 따르면, 2007년 연간 세계 원유 소비는 전년도에 비해 일평균 약 99만 배럴이 증가했다. 선진국은 53만 5천 배럴이 감소했지만, 주요 중후진국에서 129만 2천 배럴이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한편 세계 원유 공급 능력은 일평균 약 8,100만 배럴에서 정체되어 왔다. 세계 원유 매장량의 약 75.5%를 차지하고 있는 OPEC의 공급 능력이 확충되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이에 따라 2005년 이후 소비량 증가율이 생산량 증가율을 상회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증가율 격차가 2005년에 0.3%p, 2006년에 0.6%p, 2007년에 1.3%p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수급 불일치 현상을 감안할 때 국제 유가는 중기적으로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2년을 전후로 시작된 국제 유가 상승세는 그동안에는 상승 속도가 완만하여 세계 경제나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최근 들면서 국제 유가는 빠른 속도로 상승하여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거의 100%에 달한다. 이러한 유가 폭등은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1, 2차 오일쇼크의 경우처럼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1차 오일쇼크(1974~1975년)

1차 오일쇼크는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하여, OPEC이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중단과 함께 생산량을 25% 감산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원유 가격은 1973년 배럴당 3.1달러에서 1974~1975년에는 10.7달러로 약 3배 이상 급등하였다. 당시 세계 성장률은 같은 기간 6.8%에서 2.4%로 하락하였으며, 물가상승률은 9.6%에서 13.8%로 급등하였다. 교역량 증가율은 1971~1974년 연평균 8.4%에서 1974~1976년 연평균 4.4%로 급락하였다. 한국은 경제성장률이 1973년 12.0%에서 1974년 6.6%로 하락하였고, 물가상승률은 3.2%에서 24.8%로 급등하였다. 무역수지 적자폭은 10.2억 달러에서 22.9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2차 오일쇼크(1980년)

2차 오일쇼크는 1978년 OPEC이 자원민족주의의 기치하에 원유 수출 가격을 인상한데다가 이란이 혁명으로 전면적인 수출 중단을 단행하여 하루 56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시기에 원유 가격은 1979년 배럴당 17.3달러에서 1980년에 28.6달러로 급등하였다. 세계 성장률은 같은 기간 3.8%에서 2.4%로 하락하였으며, 물가상승률은 12.5%에서 17.2%로 상승하였다. 교역량 증가율은 1977~1979년 연평균 5.9%에서 1980~1982년 연평균 4.3%로 둔화되었다. 한국은 경제성장률이 1979년 6.8%에서 1980년 -1.5%로 급락하였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18.3%에서 28.7%로 급등한 바 있다. 다만 무역수지의 경우 1980년 내수 침체에 따르는 경제 가동률 위축과 원유 수입 물량 급감으로 1979년 52.8억 달러 적자에서 1980년 47.9억 달러로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3차 오일쇼크 가능성 진단

현재의 고유가 상황이 3차 오일 쇼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지를 진단하고자, 정량화가 가능한 실질 유가 수준, 유가 상승률, 고유가 지속 기간, 세계 경제의 원유 의존도의 네 가지 기준에 의해서 판단해보았다.

진단 결과를 보면 우선, 현재 실질 유가 수준은 2차 오일쇼크의 1.5배에 해당된다. 2차 오일쇼크 기간 중 가장 높았던 1981년의 두바이 유가는 현재(2008년 1/4분기) 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배럴당 66.5달러로 2008년 상반기 평균 수준인 99.5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둘째, 현재 유가 상승률은 2차 오일쇼크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2차 오일쇼크가 시작된 1980년 유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66.0%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1/4분기의 유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79.2%로 2차 오일 쇼크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셋째, 최근 유가 급등 지속 기간은 아직 1, 2차 오일쇼크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료 이용의 한계 상 국내 원유 수입물가지수의 일정 기준 시점에 대한 월별 누적 상승률을 비교해 볼 때, 1, 2차 오일 쇼크 당시 유가 급등 지속 기간은 1~2년 정도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의 유가 상승세는 지수상 올해 초부터 시작되었다.(명목 유가 기준으로는 2007년 6월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과거 1, 2차 오일 쇼크 기준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최소 올해 말까지는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어야 한다. 넷째, 현재 세계 경제의 원유 의존도는 2차 오일 쇼크 수준까지 높아져 있다. 세계 원유 의존도(원유소비액/명목GDP)는 1980년 6.8%에서 1998년 1.1%로 낮아졌으나,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2008년에는 6.6%로 오일쇼크 당시 비중에 근접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경우에도 이와 동일한 모습을 보여, 2008년 1/4분기 현재 원유수입액/명목 GDP 비중이 1981년 수준인 8.9%를 기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의 유가 급등세가 올해 말까지도 지속될 경우, ‘3차 오일쇼크’ 발생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만약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화될 경우 3차 오일쇼크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차 오일쇼크가 발생할 경우 세계 경제는 저성장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게 될 것이다. 특히 강도 높은 인플레로 인하여 선진국들의 내수 경기가 급랭되고, 순차적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후진국 성장률을 크게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도 국제 유가의 상승이 국내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의 내수 경기가 크게 악화될 것이다. 또한 세계 교역 위축과 유가 수입 급등으로 경상수지 또한 대규모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다. 하반기 평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만 되어도, 연간 경제성장률은 3.7%, 소비자물가 상승률 연간 6.5%, 경상수지 약 70억 달러 적자가 전망된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3차 오일쇼크 시나리오’인 하반기 유가 평균이 배럴당 200달러를 이상 급등할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은 2%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9%대, 경상수지는 18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대응 방안

최근 들면서 국제 유가가 다소 하향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는 추세적인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첫째 이제라도 에너지 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제 및 산업 구조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IT 산업, 제조업 지원 서비스업, 관광업 등과 같은 省에너지 산업의 적극적 육성이 시급하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중화학 공업은 에너지 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한 투자 확대가 요구된다.

둘째, 신재생, 대체 에너지 개발 사업 확대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R&D 투자 확대, 민간 기업의 투자에 대한 세제상의 인센티브 제공, 전문인력 양성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경제성장률 급락을 막기 위한 내수 경기 급랭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 추경 편성 등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 확대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내수 회복의 핵심인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 기업 규제 완화, 세제 지원, 친기업적 사회 정서 확산, 노사 관계 안정 등과 같은 ‘팩키지형 투자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넷째, 경제 심리 침체 방지를 위한 국내 물가 안정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 억제, 유류세 인하 등과 같은 단기적인 처방도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농산물 유통 체계의 단순화, 물류비용 절감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과 같은 경제 효율성 제고 노력이 더 중요하다.

기업의 대응 방안

한편 기업들도 유가 급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하여, 첫째 수익성 악화에 대응한 비상 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가 급등으로 인한 생산 원가 상승에 대비하여 유가 수준 단계별 비상 계획(Contingency Plan) 수립과 부서의 실행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또한 원가 관리 시스템 구축, 전사적(全社的) 사내 비용 절감 캠페인 실시 등과 같은 긴축 경영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원자재가 변동 리스크 축소를 위한 원자재 구매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유가 상승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제품 생산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의 선물 시장을 통한 헷지 전략의 실천이 요구된다. 또한 주요 원자재에 대한 중장기 조달 계획 수립, 원자재 구매시 장기공급계약 확대 등이 요구된다.

셋째 세계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외 마케팅 능력을 제고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동남아 신흥공업국, 중앙아시아 산유국 등에 대한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 또한 주요 해외 시장 현지 부서의 분석 및 마케팅 능력을 보다 증대시켜야 한다.

넷째 시장 수요 위축에 대비한 제품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우선 경영 여건 악화 시에도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한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선진 업체와의 기술 제휴, 전문 부품 업체 육성 지원, 글로벌 판매․연구개발 체제 구축 등으로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