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과 해양에너지 역할과 한계
이덕환_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원유 가격이 그야말로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고 있다. 정말 그 끝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선다고 법석을 떨었던 것이 불과 두 달 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무려 13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두 달 사이에 원유 가격이 30퍼센트나 올랐다는 뜻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율까지 폭등해버렸다. 지난 두 달 사이에 무려 10퍼센트 이상 올랐다.
결국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리터 당 2천 원을 넘어섰다. 지난 18년 사이에 물가가 2배 올랐는데, 휘발유는 5배가 올랐고 경유는 10배나 올랐다고 한다. 1994년부터 도입된 ‘유류세’와 산업용으로 많이 쓰이는 경유 가격을 정책적으로 낮게 책정했던 과거의 관행 탓이기는 하지만 소비자에게는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의 고통을 덜어줄 대책은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엄청난 ‘유류세’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금싸라기처럼 비싼 휘발유와 경유를 ‘낭비’할 국민은 없다. 정부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거나 가릴 이유가 없다. 이번에 시작된 고유가의 고통은 쉽게 끝이 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비록 이번 고유가 파동이 급격한 수요 증가와 국제 투기 세력의 농간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화석연료는 언젠가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명백한 사실이다. 미래를 위한 준비는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더욱이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가 전(全)지구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대기의 순환을 이용하는 풍력(風力)과 바닷물의 순환을 이용하는 해양 에너지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풍력과 해양 에너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지극히 바람직한 에너지임에 틀림이 없다. 우선 대기와 바닷물의 순환은 모두 지구로 쏟아져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에 의해서 나타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연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근원적으로 고갈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 지구에 인간이 생존하는 한 대기와 바닷물의 순환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런 자연현상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환경 부담도 없다. 그야말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지속가능한 청정 에너지인 셈이고,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대체 에너지이기도 하다.
바람을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는 기본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서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 중에서 지표면에서 10킬로미터 높이까지에 해당하는 ‘대류권’의 대기는 더욱 그렇다. 적도 지역에서는 극 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은 양의 태양열이 지표면에 도달하게 된다. 적도 지역에서는 태양의 고도가 높아서 대류권을 통과하는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적도 지역에서 뜨겁게 달궈진 공기가 상승하면서 극지방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런데 지구의 자전(自轉) 때문에 생기는 코리올리 힘 때문에 기류의 방향이 북반부에서는 오른쪽으로, 남반부에서는 왼쪽으로 휘어지게 되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는 강한 편서풍이 불게 된다. 위도 30도 부근의 대류권 계면에서 가장 강하게 부는 편서풍을 제트 기류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트 기류는 겨울철에 더 강하고, 계절에 따라 남북으로 이동한다. 이런 편서풍은 지표면에서 관측되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 그리고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류권에서의 바람은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건조한 지역의 대기는 열함량이 큰 수분이 적기 때문에 쉽게 가열되거나 냉각된다. 그래서 건조한 사막 지역에서는 국부적으로 만들어지는 강한 회오리바람이 쉽게 만들어진다. 겨울철과 봄철에 우리를 괴롭히는 황사도 중국 북서부의 건조지대에서 만들어지는 강한 회오리바람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자주 나타나는 토네이도도 그런 회오리바람이다. 산악 지형도 기류의 특성에 큰 영향을 준다. 바다나 호수 주변의 대기는 습도가 높기 때문에 전혀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태평양과 같은 대양 지역에서는 바닷물의 수온에 따라 다양한 기류가 만들어진다. 특히 적도 부근에서 만들어진 습도가 높은 회오리바람은 거대한 태풍을 생성시켜서 엄청난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불안정한 대류권에서 나타나는 바람은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태풍이나 토네이도의 엄청난 파괴력도 그런 에너지에 의한 것이다. 그런 바람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 바로 ‘풍력’(風力)이다. 풍력을 이용하려는 시도는 최근에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10세기 경 페르시아에서 처음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풍차(風車)가 그 시작이었다. 몽고의 징기스칸이 그런 풍차를 중국에 소개했다고 한다. 증기기관이 개발되기 전까지 풍차는 물을 이용하는 수차(水車)와 함께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원동기의 역할을 해주었다. 풍차와 수차는 대부분 물을 관리하는 관개용(灌漑用)이나 곡식을 빻는 용도로 활용했다. 1890년 덴마크의 P. L. 쿠어가 처음으로 풍차를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했다.
풍력은 발전기는 제방이나 산간 오지에도 쉽게 설치해서 운전할 수 있기 때문에 국토의 효율적인 활용에도 도움이 된다. 풍력 발전으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일반적으로 풍속의 세제곱과 회전 날개 직경의 제곱에 비례한다. 최근에 이룩된 기술 개발 덕분에 발전 단가도 충분히 낮아졌다. 대규모 풍력 발전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에는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된 상황이다. 최근에는 회전 날개의 직경이 100미터에 이르고, 발전용량이 5메가와트에 이르는 초대형 풍력 발전 시설도 개발되었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풍력 발전기가 개발되어 있다.
그렇다고 풍력 발전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풍력 발전 설비의 대형화에 따라 사고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바람의 지역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설치한 풍력 발전 시설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영국과 독일에서는 대규모 풍력 발전 단지를 제대로 활용해보지 못하고 철거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풍력 발전 장비가 대형화되면서 소음이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풍력 발전기의 공기역학적인 소음이나 기계적 소음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음산한 소음이 끊임없이 발생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1991년부터 본격적인 풍력 발전을 이용하기 시작한 독일은 현재 2만 개에 이르는 풍력 발전기를 통해 2만 메가와트가 넘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의 5.7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풍력 발전은 신재생 에너지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세계에너지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50만 메가와트의 전력을 풍력을 공급하게 될 것이고, 풍력 관련 시장의 규모도 4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대관령에 대규모 육상 풍력 발전 단지를 건설해서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에 해상 풍력 발전 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가능성도 시험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풍력 발전기는 외국에서 개발된 것이다. 그런 발전기를 설치해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풍력 발전기를 국산화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칫하면 우리는 재주만 넘고, 선진국들만 떡을 먹어치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바닷물도 청정 에너지원
바닷물도 대류권의 바람만큼이나 훌륭한 지속가능한 청정 에너지원이다. 바닷물을 이용한 해양 에너지는 크게 해류의 흐름을 이용하는 조류(潮流) 발전, 조수간만(潮水干滿)의 차이를 이용하는 조력(潮力) 발전, 그리고 파도를 이용하는 파력(波力) 발전이 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에게는 지극히 매력적인 에너지원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의 경우에는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조류를 이용해 100만 킬로와트, 서해안에서 조력을 이용해 650만 킬로와트, 그리고 모든 해안에서 파도를 이용해 650만 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바닷물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도 결코 쉽지는 않다. 조력발전을 위해서는 밀물과 썰물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력댐을 만들어야 한다. 밀물로 밀려들어오는 바닷물을 댐 안에 가둬두었다가 댐의 안과 밖의 수위차가 최대가 되는 썰물에 맞춰 방류하는 과정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조수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만 발전을 할 수 있고, 조력댐을 만드는 비용이 상당하고, 환경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우리는 시화호에 연간 25만 4천 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조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나타나는 빠른 조류도 유용한 에너지원이다. 최근에 명량대첩으로 유명한 울돌목에 조류발전용 대형 철골 구조물 설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재작년과 작년의 실패에 이은 세 번째 시도였다. 하루 종일 보통의 3배나 되는 초속 5~6미터의 빠른 조류(潮流)가 흐르는 울돌목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시험용 조류발전 시설을 갖추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높이 48미터, 무게 1천 여 톤의 거대한 시설을 통해 시간당 최대 1천 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400여 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다. 지금까지는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사례가 없는 획기적인 시도다. 궁극적으로 울돌목에 최대 90기의 조류발전 시설을 갖추면 총 9만 킬로와트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우리의 경우에는 파도를 이용하는 파력 발전은 소규모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큰 파도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밀려오는 지역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도가 밀려오는 동안에는 언제나 발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민의 수가 많지 않은 섬 지역의 경우에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풍력이나 바닷물의 이동을 이용하는 에너지 생산은 지속가능하고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전력 생산의 핵심 수단이라기 보다는 부족한 전력을 보충해주는 보조 수단의 수준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풍력과 해양 에너지가 훌륭한 신재생 에너지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남이 장에 간다고 무작정 따라 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