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 우리나라 석유산업 발전방향

최기련_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

1, 글로벌 석유산업 동향

세계석유산업이 처한 여건은 한마디로 2004년 이래 이례적인 장기고유가시대가 조성하는 불명확성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사실 지난 7-80년대의 2차례 위기에 뒤이은 “제3의 석유위기”시대가 과연 온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금년 1월 첫날 거래부터 미국시장에서 사상 처음 서부 텍사스유가 배럴 당 100불을 넘었다. 한때 110불대에 달하였으며 우리나라의 주종 수입원유인 두바이유도 한 때 100불을 넘었다. “Peak Oil"이론이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래 온다 온다든 ”유가 100불 시대“ 가 어느새 정착한 것 같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에너지문제와 관련 산업전략 검토에 있어 가장 먼저 고유가시대의 정착여부, 좀 더 구체적으로는 유가 100불+시대의 지속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여기서 이례적인 장기 고유가시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석유산업계가 처한 여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기록적인 수익 시현: 단위 이윤율 하락개시 등 장기 구조적 취약성 개선 미흡
- 신규 석유 프로젝트 비용의 급증: IHS/CERA 분석에 의하면 2005-6년 기간 중 세계 석유/가스 신규 프로젝트 비용(upstream capital cost index)은 53% 증가. 자본지출 증가 요인의 대부분(80% 정도)은 원가비용 상승에 기인함.
- 자본투자 증가는 매장량/생산량 확대로 직접 연계되지 않음: 2006년 세계 228개 프로젝트에서 자본지출 45% 증가는 매장량 2% 증가로 귀결( Herold/Lovegrove)
- 장기 수요개발의 한계: "Demand Destruction"현상 우려. 가스와 원자력/석탄 간의 대체 가능성 확대. 장기적으로 석유의 독점적 수요부문(예: 내연기관) 축소 우려
-OPEC의 상류부문 지배력 강화: 비-OPEC산유국 증산한계, OPEC의 증산여력은 2009년 까지 증가예상(3,9%까지). 그러나 2012년 1.6% 수준으로 감소예상
-석유부문과 천연가스 부문의 연계강화: 가격연계성 증가. 관련 산업통합 경향 증대, 거대 석유회사들의 가스부문 투자확대
-석유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환경보호, 투명/사회책임 경영, 지속가능 성장에의 기여
-M&A 추세의 재개 가능성 증대
-산유국의 매장량에 대응한 민간 석유기업의 기술력 확보의 시급성

여기서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야 할 사항은 산유국과 소비국 모두 유가결정과 석유전략 추진주체가 정부에서 국영석유회사(NOC: National Oil Company)로 점차 변화되는 점이다. 사우디의 아람코(Aramco), 러시아의 가즈푸롬(Gazprom), 영국BP, 프랑스 TOTAL, 그리고 중국의 Petro-China등이 대표적 국영석유/가스회사(NOC)들이다. 이들은 원유생산에 따른 초과수익 뿐 아니라 수송, 유통, 가공, 판매 등 거의 모든 석유시스템에 걸쳐 수익사업의 범주를 확대하고 있다. 종래에는 생산량에 비례한 세금형태의 로얄티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이제는 NOC기능을 석유관련사업 뿐 아니라 발전사업 등 연관분야진출을 통해 다양한 이윤창출을 기하고 있다. 예컨대 알제리 국영 소나트라쉬(Sonatrach)사는 최근 프랑스 Total사와 공동사업의 연장조건으로 발전사업 공동진출 뿐 아니라 제3국에서 석유/가스자원 공동개발 추진을 포함시켰다. 속칭 “Integrated projects (upstream - downstream)”추진을 통해서만 산유국과 NOC와의 협력을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심지어 NOC와 Partnership구축이 다국적 민간석유회사들의 경영활로라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이에 NOC들은 세계 10대 석유회사의 절반 이상과 세계 10대 거대기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여 전통적 거대민간석유회사(IOC)를 압도하고 있다. 따라서 NOC중심의 새로운 독과점시장 출현과 시장실패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N0C-IOC담합체재 출현 가능성에 유의해야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석유산업구조개편이 요구된다. 여기에다 산유국 국부(國富)활용전략과 유가와의 상관성분석에도 유의해야 한다. 산유국들은 NOC를 통해 그간 막대한 국부를 효과적으로 축적하였고 이제는 이의 지속가능한 활용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하였다. 산유국들은 석유이후를 대비한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 운용효율화에 부합되는 수준의 석유생산전략을 취하고 있다. 예컨대 사우디, 쿠웨이트, 멕시코 등은 자국 석유시설에 대한 외국인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 베네주엘라, 카자흐스탄 등에서는 자원민족주의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자원민족주의 고조와 달러화 불안과 함께 국부펀드를 활용한 산유국들의 “석유 이후 지속가능한”성장전략에 유의한다면 우리는 장기 실질유가는 현 수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짐을 알게 된다.

2, 고유가 대응전략의 범주와 한계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이례적인 장기고유가시대의 특성을 지난 70년대 2차례(1973-74, 1979-80)석유파동과 비교한다면 다음과 같다.

- 장기 지속형 강세시장
- 유가상승속도의 상대적 완화
- 수요증가 요인에 의한 가격상승: 수급장애 발생 극소. 전쟁 등 정치적 요인의 배제. 그러나 일부 지정학적 갈등 요인이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
- 유가상승의 거시경제 차원 파급효과의 구현속도 지연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특별히 유가상승의 거시경제차원 파급효과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전쟁 등 수급 이외 요인에 의해 촉발되었던 지난 7-80년대 오일 파동 시에는 급격한 유가상승과 수급장애를 유발하여 석유수입국의 경우 급격한 경상수지 악화, 전반적인 생산성 악화현상이 진행되어 심각한 불황을 유발하였다. 유가급등은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유발되는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현상을 유발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고유가시대에는 유가가 100불 수준 이하에 머무른 지난 4년 가까운 기간 중 급격한 불황은 유발되지 않았다. 이는 다음과 같은 복합적 요인들에 기인한 것이다, 우선 100불 이하의 실질유가는 사상 최고수준이 아니었다. 또한 에너지절약기술 보급과 에너지공급원 다원화시책의 결과로 세계경제는 7-80년대에 비해 석유의존도가 대폭 저하되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추세확대와 경쟁도 증가, 금융시장의 진화 등에 따라 유가 등 투입요소 가격변화에 대응하는 세계경제의 유연성이 대폭 증가하였다. 이 결과로 각국 정부들은 지난 7-80년대보다 효율적인 고유가 대응전략을 구사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론상 이번 장기 고유가현상은 과거 단기 급등시장과는 매우 다른 거시파급효과를 유발한다. 예컨대 우리나라 수입유가 상승은 약 1개월 이후 제품가격에 반영되고 상승을 유도하고 그 이후 약 2개월 후 요소가격 상승, 생산성 저하 등 우리 경제에 대한 본격적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다 유가인상의 단기와 중장기 파급효과는 경제부문/산업에 따라 차별적일 분 아니라 시간경과에 따라 그 차별수준이 변화된다. 물론 국가별 차별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장기 지속형 고유가의 부정적 효과는 종래 경험과 다른 것일 수 있기에 각국정부는 적절한 대책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다양한 사회구성체와 이해집단들이 정부를 압박하고 고유가문제를 사회적문제로 승화시키고 있다. 특히 소비국 에서 석유관련 세금과 석유 관련기업의 이윤증가현상이 소비자 희생 아래 이루어지는 초과이윤의 그 대표적인 사례이라는 주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따라서 유가상승의 부정적 파급효과를 보정하는 정부전략은 주로 막대한 공공보조(Subsidies)자금배분을 통해 사회갈등을 치유하는 데 집중된다. 그러나 이는 투자자원 배분의 왜곡이라는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한다. 이에 반해 기업은 적절한 대응수단을 보유하지 못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3, 우리나라 석유산업의 대응전략
우리나라의 석유산업 경영환경 역시 글로벌 차원에서 제기되는 것과 유사한 다음과 같은 해결과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석유산업의 초과이윤(Rent) 발생 논란: 독과점 논란 포함
-정부정책의 비효율성에 대한 논란 : 특히 유류세 부과의 효율성과 대체에너지/에너지절약 시책의 유효성 논란 확대
-스테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 확대: 장기 고유가의 파급효과 억제 및 적정 수요증가세 유지
-석유투자재원의 적절 조달 방안 강구: 특히 해외/상류부문 투자
-국영석유회사 역할 강화와 민간기업-공기업 역할분담
-투명경영, 사회책임경영 강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석유/가스산업의 책무 강화
-석유소비증가세의 저하: 석유 대체에너지경쟁력 강화

이 중에서도 유류세 부과의 적정성 논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제기된 고유가시대 사회갈등이었다. 이는 소비자후생을 희생하는 가운데 정부와 관련 기업이 공히 고유가시기에도 더 많은 초과이윤을 추구한다는 의혹에서 출발되었다. 따라서 정부정책의 효율성 검증과도 바로 연계된다.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실질 소비자가격(구매력 기준)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희발유의 경우 유류세가 소비자가격의 60% 수준을 점하고 있다, 더구나 이 같은 유류세 수입이 대체에너지개발 등 원론적 정책목표 달성수단으로 활용되기보다는 재정수입 확충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금년 들어 이 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유류세 10% 인하조정이 있었다. 그러나 담합 등 불공정거래지속과 이에 따른 불로소득(?) 수준의 초과이윤 발생가능성에 대한 소비자 의혹은 완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다. 석유업계는 소비자가격 상승의 주요원인이 국제유가 상승과 유류세 부과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석유업계 경영수익의 대종이 원유정제 부문보다도 아로마틱 등 화학부문과 해외유전개발 등 비정유 사업부문에서, 내수가 아니라 수출부문에서 창출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우리 정유업계 전체 매출액 중 수출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어 내수비중을 초과하고 있다. 지난해 경우 석유제품수출은 240억달러 수준을 기록, 3년 연속 수출품목 5위를 기록했다. 평균 수출단가 역시 배럴당 82.2달러를 기록, 원유도입단가(69.4달러) 대비 배럴당 12.8달러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우리 석유업계의 국제경쟁력은 “소비지 정제주의”시책과 관련 업계의 경영효율화 노력에 의한 적정 규모의 투자와 효율적 설비구성 결과이다. 이에 반해 글로벌 차원에서 정제시설투자는 전반적으로 부진(특히 미국)하여 석유제품 수급 불균형우려가 커지고, 관련 제품가격과 정제 마진 인상이 지속되고 있다. 예컨대 2004 - 6년 기간 중 세계 정유산업 투자는 연평균 1.1% 증가에 그쳐 동 기간 중 석유제품 수요증가율 1.3%를 하회하였다. 특히 중국과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과 환경규제강화에 따른 경질제품 수요증가는 우리 수출단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석유산업계 경영성과가 소비자들의 호감 아래 석유산업 미래를 위한 결정적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도 한계가 많다. 이는 우리나라 석유산업은 당분간 고유가시대, 원자재 대란시대의 물가관리와 소비자보호 등 유가급등의 거시적 파급효과 완화를 위한 범국가적 노력에 협조하는 동시에, 장기 국제경쟁력 확보가 긴요한 2중의 해결과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유가시대의 부정적 파급효과를 차단, 경감하려는 정부시책은 석유업계의 오래된 경영관행에 대한 새로운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에너지안보를 위한 과거 정부시책들이 관-산 연계체계로 이해되고 투명성과 경쟁성 저하요인으로 간주될 수 있다. 낮은 석유자주공급도, 복잡한 유통구조, 국제기준 낮은 경영투명성 등을 과거 정부정책실패로 간주하는 과정에서 업계의 책임영역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유류세 인하과정에서 비효율의 근원에 대한 정부 - 정유업계 - 유통업계의 일부 갈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정학적 제약요소들 때문에 불가피하게 요인해온 우리 석유시장에서는 정부실패와 시장실패가 공존하여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2가지 실패 중 어느 쪽 책임이 더 큰지를 논하는 것은 무슨 이득이 있는 것일까?

아뫃든 우리 석유업계가 처할 미래 경영환경은 소비 감축, 투자요구 증대, 사회적 비용부담 급증, 시장개방에 따른 대내외 경쟁 증가 등 악재요인들이 중첩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영압박 요인들을 극복하고도 소비자 신뢰회복이라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 석유업계가 주종 에너지사업자로서의 민간 독자적 역할수행 능력을 소비자에게 증명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여기에다 에너지안보라는 공익적 역할과 기후변화대응 등 사회적 책임 역시 수행가능하다는 점도 역시 증명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더 이상의 정부지원이나 불투명한 경영관행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러한 막중한 경영압박에 대한 해답은 국제석유업계의 성공사례에서 일부나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BP사의 “BP(Beyond Petroleum:석유를 넘어서)”전략이 대표적일 것이다. 국제석유업계 성공사례는 대략 다음과 같은 전략기반을 가지고 있다.

- 기술혁신능력 확보 우선: 원유생산원가 적정수준 통제, 대체자원 공급능력 확대, 유통, 정제 등 석유시스템 전반의 비용저감/효율성 제고 등을 통한 자원보유국, 국영석유회사 등과의 경쟁력 제고.
- 국내외 NOC(국영석유회사)와의 상생 협력체계 구성
- Integrated projects (upstream - downstream)추진 등 새로운 사업영역 개발
- 기업성장 비전의 명확한 제시:
- SRI(사회책임경영) 강화로 존경받는 기업상 구축

우리나라의 석유산업은 국제적 차원에서 수익의 대종(70% 이상)을 이루는 원유탐사, 생산 등 상류부문이 미흡하여 수익구조면에서 국제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 기술개발투자 실적이나 성과 역시 한계가 있다. 좁은 국내시장에서의 석유제품 공급안정성 제고에 주력해온 과거 경영관행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경험과 능력에 제약을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석유산업의 위치와 역할 변화, 대상 시장의 확대, 민간기업 중심 에너지전략 구성 등 창조적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막강한 기술기반을 보유한 정유산업을 기반으로 IT(정보), BT(바이오), NT(나노), ET(환경) 등 차세대성장산업 부문에 진출이 가능할 것이며, 이를 통해 해외 Integrated projects 진출기반을 주도적으로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유산업과 차세대성장산업 결합체는 기후변화대응 미래 성장산업창출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요인의 80%를 배출하는 에너지부문을 잘 아는 민간기업 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간 축적해온 국제적 경영관행과 문제해결능력 역시 우리 석유업계의 새로운 성장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에너지문제는 해외시장개척과 글로벌 수준 산업경쟁력 확보로서만 해결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 민간기업들이 많은 사업영역에서 공공부문의 글로벌 차원 대외연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시장영역 넘는, 최소한 동북아 통합에너지시장, 비전의 구현도 민간부문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석유업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가시적인 기존추세 연장선상에 있는 투입요소인 자본, 천연자원, 정부지원이 아니다. 민간기업이 공공부문에 비해 지금까지 더 많이 축적하였거나 혹은 지금은 부족하지만 더 유연하게 획득할 수 있는 기술과 경영관리 혁신능력을 중시하는 글로벌 차원의 발상의 전환과 비전의 정립이다. 기존 관행과의 이별을 당연시하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