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작은 실천으로 고유가를 넘고, 지구온난화를 막아내자
이기명_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
지난해 8월 22일 제4회 에너지의 날, 필자가 속한 단체[에너지시민연대]에서는 낮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 에어컨 끄기 캠페인과 밤9시부터 5분간 소등행사와 더불어,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행사를 기획했다. "CO2 Break! Ginness Break!" 2020년까지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20%를 염원하는 통기타 합주 기네스 기록 도전 행사였다. 전기를 쓰지 않아도 되는 언플러그드 시민참여 문화 행사의 일환이었고, 도전곡인 한대수 씨의 ‘행복의 나라로’를 미리 연습해서 행사당일 완주할 수 있는 사람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에너지절약을 위한 에너지의 날 행사이면서 온실가스 감축 염원이라는 취지와 통기타연주라는 재미에 많은 시민들이 호응해 주었지만 홍보기간이 턱없이 짧았던 터라, 서울광장에서의 세계신기록 갱신 도전에는 실패하였다. 물론 이 행사에 참여한 1천 여 명의 통기타참여자들에게는 크고 작은 경품이 있었고, 도전행사를 마친 후 1등상도 뽑았다. 어느 대학생이 행운의 주인공이었고 시상내역은, 남태평양 작은 섬 [투발루]로의 3박4일 여행상품권이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에너지의 날 행사를 준비하고 치르는 한 달 남짓 사이에 그 섬으로 가던 정기 비행기 편이 아예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 굳이 가려면 전세기를 빌려 타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아름다운 휴양섬 투발루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언론지상에서도 여러 차례 취재기사가 나갔지만, 투발루는 심각해진 지구온난화로 금세기 들어 가장 먼저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남태평양의 작고 아름다운 섬나라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이미 국토의 3분의 1 이상이 물에 잠겼고, 지난해 급기야 지구상에서 국가 포기 선언을 한 최초의 나라가 되었다. 이대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 된다면 금세기 안에 지구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는 첫 나라로 기록될 비운의 나라이기도 하다. 그 나라 대부분의 부자들은 이민을 떠났고, 가난한 사람들과 잠겨가는 조국과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애국자들만 남아 섬을 지키고 있지만, 갈수록 물에 잠기는 가구들이 늘어가고 있다. TV 다큐 프로그램에 비춰진 천진한 그 섬나라 어린 아이들 표정과 달리, 부모들의 얼굴에는 눈물과 수심이 가득하였다. 가족, 특히 아이들의 미래가 없는 현실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휴양지로서의 투발루는 이제 비행기도 뜨고 내릴 수 없는 고립무원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멀잖아 바다 속으로 영영 잠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구온난화의 심각한 재난 가운데 하나의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심각한 이상기후와 더불어 태풍, 사이클론,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등의 바람은 가공할 만한 위력으로 지구촌 곳곳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다. 몇 년전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사태와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홍수사태에 이어 최근 사이클론으로 인한 미얀마의 재난은 지구온난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심각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고 대륙 곳곳의 만년설들은 예외 없이 녹아내려 그 크기가 10여 년 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일례로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만년설에 의지해 식수와 농업용수를 공급받던 아시아 인구의 40% 이상이 수자원고갈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지구온난화는 우리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면서, 우리의 먹고 쓰고 자는 문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에너지를 근간으로 한 지구촌의 도시화와 대량생산 및 대량의 소비활동은 이산화탄소를 필두로 한 온실가스를 급증시켰고, 그 결과 지구촌에 심각한 재난을 초래하고 있다. 지구자원의 80%를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에서 써왔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가난한 이웃들에게 더욱 심각한 현실이다.
석유자원을 근간으로 한 눈부신 20세기 석유화학은 우리들의 의/식/주와 수송체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질기고 편리한 화학섬유제품이 천연섬유제품을 밀아내고 우리의 옷과 신발, 가방, 일회용기저귀 등을 비롯한 의생활 전반을 변화시켰다. 비닐봉투를 비롯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제품도 넘쳐나고 있다. 포장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값싸고 보기 좋고 맛 좋고 향기 좋은 인스턴트식품이 넘쳐나게 되어 서구식 육식문화와 더불어 전 세계의 식탁이 변화되었다.
풍부한 휘발유 덕분에 승용차로 비행기로 전국은 물론 전 세계의 어디든 빠르게 갈 수 있고, 어떤 물건이든 거리를 불문하고 신속히 운송할 수 있게 되었다. 천연가스의 도입으로 우리의 도시아파트는 추운 겨울철에도 반소매를 입고 창문을 열고 지낼 수 있는 곳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성인들뿐 아니라 도시의 아이들 사이에선 아토피다, 소아암이다, 비만이다, 독감이다, 천식이다 하면서 예전에는 없던 각종 성인병과 바이러스질환을 앓는 이들이 속출하게 되었다. 그뿐인가? 그런 제품들을 먹고, 마시고, 쓰고 버리고 태우는 사이에 거기서 배출된 온실가스로 지구는 너무 뜨거워졌고 이대로 가면 정말 미래가 없다고 지구촌 사회 곳곳이 떠들썩이다. 그런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려온 미국의 전부통령 엘 고어는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지구온난화 원인의 90% 이상이 생산과 소비활동을 영위하는 인간활동 탓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의 평균온도가 3도에서 6도까지도 올라가게 되며 이로 인해 지구생물종의 50% 이상이 멸종되어 간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해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도 노벨평화상의 공동수상자가 되었다. 그만큼 우리 인간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활동으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지구의 평화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떠올랐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를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수입해서 7번째로 많이 쓰는 나라다. 천연가스수입도 세계 2위라고 한다. 에너지소비량은 세계에서 10위 안에 들고,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순위도 10위 안에 든다. 인구규모 세계25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나라인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 해온 결과이다.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4분의 1은 교통수단에서 배출된다.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건거로,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야하는 이유이다. 대형승용차보다 경차를 이용하는 것도 고유가를 나는 지혜로운 선택이다. 여름에는 넥타이를 풀고 반소매를 입고, 겨울에는 내복을 입고, 적정냉난방온도를 지키면 매년 대기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 500톤 이상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부채나 선풍기로 만족하면 더할 나위 없다. 에너지절약형 전구로 우리집 전구를 4개만 교체해도, 이를 백만 가구가 동참한다면 9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안 쓰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고, 어쩔 수 없는 경우 대기전력차단 똑딱이 멀티탭을 설치하면 가정전기소비량의 10% 이상을 줄일 수 있고, 이를 백만가구가 실천하면 매년 15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발생을 줄일 수 있다. 쇼핑용 비닐봉투 9장에는 승용차 한 대를 1km 운행할 수 있는 석유에너지가 포합되어 있다. 만약 백만명의 사람들이 장바구니를 이용한다면 10억개의 비닐봉투를 줄일 수 있다. 수입식품 대신, 제철에 우리지역에서 난 식품을 선택한다면, 62만5천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석유화학제품이 만연해 있는 세상에서 우리들이 살고 있다. 의식주와 수송의 모든 부문에 석유를 중심으로 한 화석에너지가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사상 초유의 고유가 상황을 겪고 있다. 배럴당 130달러를 오르내리는 유가는 앞으로 더 오를지 모른다는 전망이다. 고갈되어가는 석유자원에 대한 수요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개도국들의 산업화 도시화로,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유가가 잦아들기는 어려울 듯하다. 절약과 효율은 제2의 에너지 생산이라고 했다. 생활 속에서 에너지절약 실천에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에너지시민연대에서는 현재의 고유가 위기 상황을 국민 모두가 나서서 함께 타개해 나가기 위한 10리터 석유 모으기 국민 참여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동참 하려면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할 3가지가 있다. 석유 10리터는 우선 15km거리 출퇴근 자가용 이용을 일주일만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모을 수 있는 양이다. 또한 여름철 적정 냉방온도(26-28도)를 한 달간만 유지해주면 역시 10리터를 모을 수 있다. 혹은 하루 한 시간씩 에어컨을 덜 켜도 한 달이면 10리터분의 석유를 모을 수 있다. 다음으로 가정에서 안 쓰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만 다 뽑아도 두 달이면 석유 10리터를 모을 수 있다. 대중교통이용하기, 적정냉방온도 지키기, 대기전력 차단하기 등 3가지를 다 실천한다면 석유 30리터 모으기가 된다. 온 국민이 IMF의 국난시기에 금을 모아주었던 것처럼, 생활 속의 3가지 쉬운 실천 중 단 한 가지만이라도 약속하여 석유 10리터를 모으는 국민행동에 동참하기를 권하고 싶다. 온라인 주소 www.100.or.kr에 접속하여 서약하고 실천하면 된다. 에너지절약실천이 곧 석유 모으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