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유가시대 정유산업의 역할과 과제
김철경_목원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국제유가동향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재앙이 다가 오고 있다. 지난 5월 초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유가가 나이지리아, 이란, 이라크, 터키 등 산유국들의 정정불안과 멕시코, 러시아로부터의 공급부족 우려 확산 등으로 인해서 2008년 10월경에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 그룹이 국제유가가 10월경 150달러를 돌파하고 향후 200달러까지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공급부족이 현실화됨으로써 에너지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믿는다.”며 향후 6개월에서 24개월 사이를 장기 급등 사이클인 super-spike 단계의 일부로 규정해 이 기간 내에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그룹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가 될 경우 미국의 소비자가 주유하는 휘발유 가격은 현재 갤런 당 3.46달러에서 갤런 당 4.50달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는 1년 전 보다 약 20% 이상 오른 것이다.
국제유가 급등과 관련하여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 경제의 상황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엇갈린 진단을 하고 있다. 퀀텀펀드 조지 소로스라는 경제전문가는 본격적인 금융 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평가한 반면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과 에드워드 라지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등의 경제 관료들은 낙관론을 펴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경기후퇴 우려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메릴린치는 올해와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0.8%. 0.5%에 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휘발유 가격은 갤런 당 2.82달러로 미국보다 훨씬 싸지만 중국도 지난해에 비해서는 15.5% 인상한 것이다. 브라질은 갤런 당 5.94달러로 지난해보다 21.5% 올랐고 영국은 8.38달러(26.1% 인상), 노르웨이는 8.73달러(34.8% 인상)를 마크했다. 현재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800원으로 감안하고 환율을 1050원/달러로 볼 경우, 우리나라의 현재 휘발유 가경은 갤런 당 6.49달러에 해당된다.
국내 정유사의 실태
메릴린치는 최근 원화 가치의 가파른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연말까지 달러/원 환율이 930원대로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급등하는 국제유가의 상황 속에서 원유 확보에 달라가 작용하게 되므로 결코 환율도 안정적이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결국 한국경제위기는 정유사의 위기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은 최근 정유업계가 고유가 상황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유사 속사정을 보면 결코 편안하지 않다. 그나마 수출에 의존하면서 이익을 남기고 있는 실정이다. 정유사들은 여러 가지로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정유사 나름대로 석유안정 공급, 유가안정, 국가세수 기여 및 수출효자 산업으로의 성장 등 국가경제에 많은 기여도를 보여 주고 있다. 일부 산유국의 감산, 국제유가 급등으로 원유 수급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안정적인 국내 유가 유지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며, 경제 파급 효과가 크므로 이에 따른 국내 수요 침체로 연계 되는 상황 속에서는 고유가가 정유사들에게 유리하게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유사들은 최근 여러가지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는것 같다. B-C유가격이 급락하면서 판매를 하면 할수록 이익을 얻지 못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B-C유감산을 시작한 것이다. B-C유 국제가격은 최근 싱가포르 현물시장(MOPS 기준)에서 지난 5월 23일 현재 배럴당 100.54달러로 두바이 원유 가격 126.44달러에 비해 25.90달러나 밑돌고 있다. 물론 석유 정제 자체가 연산품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다른 제품에서는 일정 이익을 얻게 되지만 생산 수율 상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벙커-C유 부분에서는 그렇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국내 정유사들이 벙커-C유의 역마진을 감당하지 못해 본격적인 감산에 돌입한 것이다. 감산을 하게 되면 감산 폭 만큼 종전에 얻었던 이윤 몫이 줄어들게 되며 정유사의 수익성도 악화되리라 본다.
이에 따라 벙커-C유를 많이 사용하는 해운업계 회사 등 산업계에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며 물가 연결고리 속에서 이러한 여파가 전체 국내 경제에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한편, 일부 정유사에서는 미흡하지만은 연료전지 개발 등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유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유업계의 향후 사활이 걸린 대체에너지에 대해서 심도 깊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 향후 에너지원의 이동
국제유가가 폭등하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정부가 인위적으로 국내석유제품 가격을 관리 대상 항목에 포함시켜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시행착오가 될 것으로 본다.
정부는 단기적인 차원에서의 유가 관리 보다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그동안 추진해 왔던 석유 비축 정책, 해외 유전 개발과 같은 에너지원 확보정책, 대체 에너지 개발 등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중장기적인 에너지 확보에 대한 기획, 연구와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유가 폭등에 따른 대혼란이 사이클론 같이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자구책으로 에너지원의 이동을 시도할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느 에너지원이 가장 적절하다고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태양광, 수력, 풍력 및 지열을 이용한 재생가능에너지원과 핵융합, 수소에너지, 바이오에너지 등과 같은 화학반응을 통한 대체에너지가 향후 인류가 확보 가능한 에너지가 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한 국가차원에서의 에너지 정책이 좀 더 빠르게 연구 및 개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 원유 비축 정책은 고유가 시대를 맞이하면서 오히려 비축물량 한정 속에서 별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꼴이 되고 있으며, 유전 개발도 수 십 년간 큰 성과 없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와 같은 에너지원 확보는 미래를 보장하기 어려운 에너지원이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한 집약적 기술 축적의 에너지원 확보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전력해야 한다.
정유사의 향후 전략
그동안 국내 정유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과 동시에 지상유전이라고 불리는 고도화설비 증설에 많은 자금을 투입,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 왔었다.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논리로 벙커-C유 크래킹센터를 운전하여 휘발유 등 경질유 생산을 도모해 왔고, 생산제품의 절반 이상인 벙커-C유는 수출을 해 왔다. 정유업계의 석유수출 산업화 등 국가기여도 등에 일익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고유가 시대에 고도화 설비 확충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재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의 정유업계의 시설 양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향후 원유의 안정적 확보라는 과제를 염두에 둔다면 고도화시설 확충 계획의 수정 등 장기적인 전략 수정이 필수적일 것으로 본다.
분명한 것은 향후 에너지원의 형태가 지금의 화석연료 중심에서 다른 에너지원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것을 정유사들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참 후의 일이 아니다. 곧 거세게 불어 닥칠 에너지원의 이동의 물결에 정유사는 거대한 정제시설을 고철화 시켜야만 할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시작되고 있는 전 세계의 자원전쟁과 석유자원의 고갈, 급등하는 국제유가, 국제 정세 등을 감안해 본다면 대체 에너지 확보에 가장 노력해야 할 업체는 바로 정유업체인 것이다. 특히 부존자원이 빈곤한 우리나라에서는 기술 집약적인 대체 에너지 개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일을 이제 정유사들이 본격적으로 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한다.
“에너지 전쟁”의 저자 벵제르는 석유 생산의 정점을 2015년으로 보고 있다. 매년 새로운 유전이 발견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석유 사용이 급증하면서 소비 속도가 훨씬 빨라졌기 때문에 실제로 대부분 에너지 전문가들은 2020년이 오기 전에 석유 대란이 닥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 대란은 정유사에게도 당연히 위기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정유사들의 향후 생존 전략은 명백해 지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고유가와 지속적인 석유 소비와 일부 제품들의 수출로 인하여 일정 부분 재무구조가 좋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결코 정유사의 미래는 장밋빛은 아니다.
타월 생산은 종전에 섬유산업에 속하였다. 그러나 이제 타월산업은 온풍 건조기를 제조하는 전자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자동차산업도 기계산업에서 전자산업,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을 생산하는 화학산업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정유사는 목도하고, 에너지원 이동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맺는 말
경제학자들이 예견하는 것 이상으로 향후 국제유가는 급등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가 상승의 여러 요인 중에서 자원제한, 국제정치 등의 요소들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전 세계는 에너지 전쟁을 시작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유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서로 다른 견해를 내 놓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인류는 에너지라는 큰 명제 하에 숨 막히는 21세기를 지나가고 있으며, 이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석유자원이 40년 내에 고갈할 것이며 석유생산 정점이 불과 몇 년 남지 않았다는 현실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자멸할 것이다. 특히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 더욱 유가 폭등은 경제에 큰 치명타를 던질 것이며 이 여파가 정유사에 직접 미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는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종합적인 에너지원 확보 정책을 수립하고 연구 개발에 국가적인 투자를 감행해야 하며, 정유사들은 그 대체에너지 개발 중심에 정유업계가 놓여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