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유가 환경에서 석유기업의 수익 현황 전망

임지수_SK증권 리서치센터 차장 / 석유·화학 담당

국제유가가 지난해 10 이후 두달만에 배럴당 80 전후(고유가)에서 배럴당 100 이상(초고유가) 수준으로 숨가쁘게 상승했다. 과거 비상사태로 생각하던 유가 환경이 이미 현실이 되어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유가 상승 정제마진 상승이 병행되어 정유기업의 이익이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 급등은 정유기업의 수익을 크게 악화시키면서, 일부 설비의 가동 중단까지 야기시키고 있다. 글에서는 금번 유가 급등이 정유기업의 수익을 악화시키는지, 얼마나 악화됐는지, 그리고 향후 유가 석유기업의 수익은 어떻게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향후 전망에 대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시나리오를 전개하는 것임을 전재한다.

그림 1. 유가 vs. 정제마진 (simple refining margin)
image

자료 : Bloomberg

 

고유가 vs. 석유기업 이익 대한 오해와 진실

최근 년간 지속된 고유가 환경에서 국내외 석유기업의 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고유가 = 석유기업의 이익 증가라는 인식이 고정관념처럼 자리 잡았다. 때문에 최근 개월의 유가급등으로 석유기업 마진이 크게 위축되는 현상을 믿지 못하는 경향까지도 일부 존재한다. 그러면 최근의 고유가 환경은 과거와 반대로 석유기업의 수익을 위축시킨 것일까? 이것은 고유가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의 고유가는 석유제품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해서 야기됐고, 본질적으로 석유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킨 요인은 고유가가 아니라 개도국의 석유제품 수요 급증이다.

그러나 금번 고유가는 원인이 다르다. 석유 수급이 다소 타이트한 상황에서, 미국 달러화 약세와 금융시장 불안이 결합되어 투기자금이 원자재 시장으로 급속하게 유입되어 유가가 급등했다. 이처럼 Market-drive 기반하지 않은 유가 급등은 선진국 경기둔화와 개도국 가격 억제정책 수요대체에 직면하면서, 석유제품의 원가 인상 전가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개도국 수요가 크게 꺾이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 가격 전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간(Time-lag) 상당히 밖에 없고 부분 개선에 머물 밖에 없다. 경제에 부정적 외생변수에 의한 유가 급등은 석유기업의 이익에 악재로 작용한다 것이다.

그림 2. 고유가, 원인에 따른 석유기업의 이익에 미치는 이익 차별화
image

자료 : SK증권 리서치센터

 

석유기업의 이익 얼마나 악화됐나?

석유기업의 이익을 판단하는 기본 지표로 단순정제마진을 보면, ’07 상반기 단순정제마진은 평균 배럴당 4.22(Arab Light, Heavy 평균, Bloomberg)이었으나 4분기 유가 급등과 함께 -0.17불로 하락했고, ’08 1분기 현재까지의 평균은 -1.26불까지 내려왔다. 물론 정유기업의 실질 이익은 단순정제마진에 크랙 마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크랙 마진이 강세이기 때문에 적자를 생각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크랙 마진의 강세도 채산성 악화로 국내외 정유사들이 단순정제 설비 가동률을 낮췄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지속 가능한 긍정적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당사 리서치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집계하는 국내 석유기업 3(SK에너지, S-Oil, GS칼텍스) 정유사업 마진 지표를 보면, ’07 4분기에는 배럴당 5.64불에서 ’08 1분기 3.42불로 전분기 대비 40%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나마 이것도 GS칼텍스가 올해 1분기부터 일산 55천배럴 규모의 중질유 분해설비 가동에 기반한 결과로서, ’07 4분기와 같은 조건의 마진지표는 3.1불로 전분기 대비 46% 감소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정유사업 정제마진 악화의 가장 주범은 단순정제설비에서 40% 이상, 전체 제품에서는 10~15% 정도 생산되는 중유(벙커C) 가격 부진이다.

최근 중유가격은 원유대비 배럴당 -20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과거 원유와 비슷하거나 -5 수준에서 거래되던 것하고는 차이다. 중유가격의 부진 원인은 중국에서 중유를 수입해 고도화 설비를 가동하는 기업들이 원료가 대비 낮은 판가(정부의 가격억제 정책때문) 견디지 못하고 일부 설비가동을 중단하여 수입이 감소한 발전설비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중유 투입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가스 비중을 늘리는 수요처인 선박용 수요 발전용 수요가 계절적으로 12월부터 2월까지 비수기라는 등이다.

그림 3. 유종별 원유와의 가격 spread
image

: 원유는 Dubai, 석유제품 가격은 싱가포르 FOB 가격 기준

자료 : Bloomberg, SK증권

 

향후 유가 석유기업의 정유 마진 전망은?

향후 유가를 전망하는 것은 상당히 Risky 하지만, 단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선진국 경기 위축이 개도국 경기까지 크게 위축시키지 않는다면, 추세적 유가 강세 기조는 유지되지만 투기자금 유입에 따른 버블은 어느 정도 꺼진 후에 다시 대세적 상승세를 것이라는 것이다. 관점에 따라 조정 범위는 배럴당 80불부터 100불까지 상당히 넓은 range 나타내겠지만, 필자는 ’08 89(Dubai 기준, WTI 94), ’09 배럴당 85 수준까지 점진적 조정을 거친 대세적 상승세가 다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전망에는 미국 FRB 추가 금리인하 제한에 따른 달러화 약세의 진정으로 현재 원자재시장에 유입된 투기자본의 상당 부분이 차익실현 다른 자산으로 분산, 자본의 쏠림 현상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가 수준은 ’07 평균 유가 대비 31% 상승한 것으로, 국내 석유기업의 정유마진은 상당히 위축될 밖에 없다. 그러나 ’07년말 GS칼텍스의 HOU 고도화 설비 완공과 ’08 2Q SK에너지의 FCC 고도화 설비 완공이 예정되어 있어, 실제 정유마진 지표는 기업에 따라 5~20% 정도 감소하는 선에서 머물 전망이다.

그림 4. 한국 석유기업 3社의 단순 정제마진 복합 정제마진 지표 전망
image

: * 개별 기업의 고도화 비율을 가중 평균하여 적용한 복합정제설비마진 개념, 1개월 수익인식지연(Time-lag) 기간 적용
자료 : Bloomberg, SK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