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용 연료 세금인하와 기대 효과
홍창의_관동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08년 3월 3일 드디어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 유류세 인하가 결정되었다. 정부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3월부터 연말까지 10개월 동안 탄력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 전체 유류세를 10% 가량 낮추기로 하였다.
본래 휘발유와 경유의 교통세 법정세율은 각각 630원과 454원이고, LPG부탄의 법정세율은 360원이다. 그러나 정부가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탄력세율을 적용해 실제 휘발유와 경유에 붙인 교통세는 각각 505원과 358원이고 LPG부탄에 부과한 특소세는 275원이다. 탄력세율 적용을 시행령에서 허용하고 있는 최대치인 30%로 확대하면 휘발유에 붙는 세금만 보더라도 교통세는 기존보다 33원 내려간 472원, 주행세는 164원에서 37원 내려간 127원, 교육세는 76원에서 5원 내린 71원으로 전체 75원까지 세액이 줄어드는데 부가가치세 등을 감안하면 총 82원정도가 감세되는 셈이다. 결국 기존에는 휘발유에 리터당 745원, 경유에는 582원, LPG부탄가스에는 kg당 316원의 유류세가 부과되었는데 이번 조치로 휘발유 소비자 값은 82원, 경유는 58원,LPG 부탄도 29원 가량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세율 인하가 100% 기름 값에 반영되면 휘발유는 최대 5%, 경유와 LPG부탄은 각각 4%, 1.8% 가량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만 되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유류비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방만하게 경영해 온 정부로선 올해 예산이 이미 확정된 상태고 경상경비, 인건비, 사업비 등을 절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 민간위탁 확대, 민간 자원봉사를 통한 복지사업 확대, 사업타당성 검증 강화, 성과평가를 통해 경상경비를 10% 정도 줄이고 사업비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예산을 대폭 축소하거나 통폐합한다면 유류세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 1조 3천억 원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시장 상황은 어떠한가? 한국석유공사가 전국 천백개 주유소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 유류세 인하 후 첫 주에 휘발유 평균가격은 이전 주보다 29원33전 내린 1,658원54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금 감소분인 82원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정부가 분석한 40원에도 미달한 규모이다. 지역별로는 제주도가 73원7원으로 가장 큰 낙폭을 보였고 경북은 9원78전 인하에 그쳐 가장 낙폭이 적었다고 한다. 아마도 직영 주유소가 아닌 일반 주유소의 경우 저장분이 모두 바닥나야 인하 분을 적용할 것이라고 변명하겠지만 실제로 적용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이렇게 유류세 인하분이 유통 마진으로 흡수되면 세수만 줄어들고 기름값은 그대로 유지될 수 우려도 있다. 그러므로 유류세 인하에 따라 실제로 서민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하는 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유통단계에서 유류세 인하효과가 소멸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여야 하고 이미 공개되고 있는 석유제품 소비자가격정보를 종합해 소비자들이 가격이 싼 주유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인 '주유소 종합정보 제공시스템'을 즉각 가동시켜야 한다.
한편, 새 정부는 2008년 3월 18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갖고 경차에 대해 5월부터 휘발유와 경유는 리터당 300원인 교통에너지환경세, LPG차는 리터당 161원인 개별소비세가 전액 환급되고 연간 환급액 한도는 10만원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 공포 안을 심의·의결했다. 그리고 택시용 LPG 부탄에 부과되던 개별소비세도 올해 5월부터 2010년 4월까지 2년 동안 한시적으로 면제되어 택시업계의 구조조정과 병행해 추진될 예정이라 한다. 이렇게 되니 택시업계는 한 숨 놓게 되었고 경차의 인기는 상한가를 치고 있다. 지난 1991년 대우차인 티코 등장 이후 경차의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기아자동차 뉴 모닝과 GM대우자동차 마티즈의 신차 시장 자체가 커져 판매가 크게 늘고 있고 중고차도 경차의 수요만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물류를 책임지고 있는 화물차는 경유를 사용하고 있는 데, 경유값 인하가 유류세 인하 10% 만큼 시장에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보조금은 그 비율만큼 삭감되어 오히려 손해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고 택시 LPG 면제에 대해 장애인 LPG는 세액 환급이 중단되고 이미 구입한 LPG 차량을 어떻게 처분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대다수 장애인들은 고개를 가로 흔들고 있다. 그리고 경차는 유류세와 각종 혜택이 넘치고 중․대형차는 사업자에게 비용처리가 가능하여 유리하고 일반인들이 몰고 다니는 소형차는 중간에 끼여 가장 인기 없는 차종이 되어 가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즉 모든 사안이 균형 있게 고려되어야 하는 데 단편적 내용으로만 접근하니 형평성이 맞지 않는 부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요지부동이었던 정부가 그나마 조금씩 유류세 인하에 대해 물꼬를 터 주어서 다행이긴 한 데 요즘 들어 세계 경제가 걱정스럽다. 우선 국제유가가 불안하다. 본래 국제유가는 뉴욕과 영국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데 중동 두바이유, 서부텍사스 중질유, 유럽 북해산 브렌트유가 언론에 자주 거론되고 있다. 국제유가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에 모든 나라가 기름을 소비하는 마당에 이를 공급해주는 나라와 공급량은 제한적이니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올해 들어 보여주고 있는 기록적인 국제유가 폭등은 불황속의 미국 영향도 큰 것 같다. 특히 달러화 가치의 추락은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원유 수요가 단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 사태’로 하락하고 미국정부는 금리인하를 하여 증시를 살릴 수밖에 없고 그러면 달러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서부 텍사스 중질유는 이미 100달러를 넘어섰고 국제 유가 강세 속에 부정적인 경제 지표가 겹치면서 미국 증시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결국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인플레 위험에 대한 회피수단으로 석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유가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 더 위험한 것은 미 달러화가 지난 1년 동안 세계 주요국 모든 통화에 대해 가치가 떨어졌는데 유독 한국의 원화에 대해서만 강세라는 것이다. 결국 원화약세가 덧붙여진 원유가격 상승으로 유류세 인하 효과는 상쇄되어 버릴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의 높은 기름 값은 ‘세금’과 ‘원유가 상승’이 주된 원인이라고 많이 거론되어 왔는 데, 세금인하는 한시적이고 생색내기 식으로 소폭 인하되었고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어려움까지 겹쳐 본래 정책이 의도하는 목적은 상당히 희석된 셈이다. 과거부터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세제 정책은 동문서답 식이었다. 소위 제1차 에너지 세제 개편으로 LPG차량 이용자들의 비용 지출계획을 망가뜨려 놓았고 제2차 에너지 세제 개편으로 경유차량 이용자들을 혼란과 피폐 속으로 몰아넣었다. 시민들이 언제 휘발유 값에 맞추어 경유 값 인상해달라고 했었는가? IMF 기간 동안에 은근슬쩍 교통세와 교육세 명목으로 휘발유 세금을 대폭 인상해 놓아서 그것 좀 내려달라고 주장했더니 휘발유 세금에 비해 LPG와 경유 세금이 너무 낮으니 그것마저 세금을 인상하겠다는 것이 그동안의 에너지 세제 개편의 주요골자다. 혹 떼려다 혹을 더 붙인 셈이다. 작년에는 또 어떠했는가? 정부가 수입 석유제품에 대해서 관세율을 낮춰주는 할당관세 적용을 추진하지 않았는가? 수입 휘발유나 등유에 적용되는 기본관세 5% 대신 할당관세 3%를 적용하는 방안으로 국내외 여건에 유동성 있게 대처하기 위해 관세를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수입 석유제품 값의 인하를 유도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지만 시장에 나타난 효과는 미미했고 시민들한테는 아무런 호응도 못 받았다. 매번 정부의 대책에 대해 국민의 반응은 늘 싸늘하고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그것은 유류세 인하 요구에 대한 그동안 정부의 대응이 매번 엇나갔기 때문이다.
우선 ‘유류세 인하’는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임시방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즉, 시행령을 개정할 것이 아니라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탄력세율이란 차후에 원상 복귀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국제유가 폭등과 환율로 상쇄되어서 유류세 인하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데, “봐라! 유류세 인하해봐야 별로 소용없지 않느냐?” 하고 다시 올릴 명분을 찾는다면 큰 오산이다.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유류세를 “내릴 필요 없다가 아니라 더 내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경유 세금과 LPG 세금을 ‘에너지 세제 개편’ 이전 상태로 돌려놓으라는 것이 민심이다. 4월 9일 총선용으로 유류세 10% 인하로 올해만 생색을 내놓고 정작 내년에 다시 더 인상할 속셈이라면 과거 잘못된 유류세 정책들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기에 걱정이 태산이다.
그리고 비록 국제유가 상승으로 최종소비자 가격은 영향을 받겠지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10% 유류세 인하마저 유통마진으로 흡수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유류세 인하분 1조 3천억원을 1,600만 자동차 소유주에게 직접 환급해 주든지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든지 하는 방법 등을 동원하여 아이디어를 모아야 할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국민의 기대가 크다. 참여정부와 달리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경제 원리’가 제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세금인하정책’이 발표되고 살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탄이 울리고 있는 데 과거 정부들의 아픈 기억 때문에 쓸데없는 기우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쪼록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 잘못된 유류세 구조를 조정하고 합리적이고 사용자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유류세가 인하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