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에너지의 국가 어젠다

박중구_서울산업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촉진하는 과정에서 첨단기술, 융・복합 기술개발 및 산업화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에너지의 역할 또한 강화되고 있다. 에너지산업 자체도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다음으로, 에너지 자원이 경제의 바탕으로서, 급변하는 세계시장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급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003년 이후 세계 에너지시장은 고유가 시대로 고착화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석유의 공급능력은 제약받는 반면, 세계적인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실제로 석유개발협력기구(OPEC)의 생산능력은 1979년 3,800만 b/d에서 2005년에는 3,400만 b/d로 축소되고 있다. 여기에 선진국을 포함하여 개도국의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높은 에너지소비 성향 등으로 인해 고유가로 인한 수요억제 효과는 크지 않다.

이러한 세계 에너지 수급구조는 에너지 확보를 둘러싸고 세계 에너지 안전보장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OPEC를 중심으로 한 석유동맹,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가스동맹 등이 나타나고 있으며, 에너지 민족주의가 다시 창궐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통한 수급에서 애로요인을 해소하고 에너지 안보도 도모하는 전략이 매우 필요하게 되고 있다.

이러한 수급구조로 인한 문제 외에 에너지를 둘러싸고 기후변화협약 이후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이산화탄소(CO2) 절감은 국가 에너지 원의 구성(mixture)에 매우 긴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에너지 절약 노력도 중요하지만 CO2 절감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여기서 새로운 대응정책으로서 에너지를 산업, 제조업으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에너지 위기를 끝낼 수 있는” 에너지산업의 육성이 중요하다고 하겠다(Ballonoff, P., 1997).

1. 에너지 기업의 대형화 유도

에너지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그 계기를 제공할 수 있는 에너지 특유의 기술혁신체계를 마련하여야 한다. 현재 통합에너지자원 기술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15년 까지 석유 자주개발률 18% 달성, 에너지소비량 5% 절감, 이산화탄소 발생량 10% 감축 등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성과가 미흡하고, 특히 산업화의 성과가 낮은 것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특히 에너지 기술개발이 원천기술, 융・복합 기술 등 첨단기술화해 가는데 대응이 미흡하다. 또한 이러한 에너지 기술개발을 위한 산・학・연 연계가 아직 단선적 구조, 즉 기초연구는 대학이, 응용연구는 연이, 개발연구는 산이 담당하는 체제를 이루고 있어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에너지 인력 교육 역시 전통적인 분야인 자원공학, 전기, 원자력, 화공, 기계 등을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어 전문인력의 양성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전력기반,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기술분야별로 다양한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나, 기술진보와 국제화 추세에 부응하는 인력은 부족하고 에너지 기업의 수요에 부합되는 인력의 수급 대응체계가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에너지산업에서 효율과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기술개발 프로젝트의 대형화, 융・복합, 그리고 산업화 까지를 고려한 시스템이 모색되어야 한다. 에너지 효율향상, 온실가스처리, 자원기술, 신재생에너지, 전력기술 등 에너지기술 등을 상호 연계한 종합프로그램의 추진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 복합체(complexity)를 구성하고 산이 주도하고 학・연이 협력하는 체제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가 에너지자원 기술개발 로드맵 등과 연계하여 인력 수급계획을 마련하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융・복합형 엔지니어링 능력을 갖춘 인력, 글로벌 연구개발 및 사업화 인력 등을 양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2. 기술기반 에너지 해결체제로 전환

이와 같이 융·복합형 에너지 기술개발과 산업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련된 이해관계 당사자들 간에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생태계는 산・학・연・관을 포함한 기술개발 공급자와 수요자, 기술 및 사업화 가치평가자, 금융기관과 벤처 캐피털 등 파이낸싱 관련자 등으로 구성되며, 생태계 내에서 이들 간 경쟁과 협력을 통해 가장 적격자가 탄생하는 시스템이다.

현재까지 한국의 에너지 기술개발 시스템은 이해관계 당사자 간 협력이 아니라 갈등만 심화되어 있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기술개발이 산업화로 연계되어 있지도 않다.

따라서 현재까지 에너지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각 기능, 또는 활동인자(actors) 들의 활성화에 기여해온 정책기조를 전환하여, 이들이 생태계 내에서 Value-chain에 걸친 콘소시엄(consortium)을 형성하고 콘소시엄 간 경쟁을 통해 종합・체계화되는 governance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 고효율화, 온실가스 감축, 신재생 에너지 관련기술 등이 제조업에서의 산업구조 첨단화와 수출 증대, 환경문제의 해결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에너지 정책을 중심으로 산업정책과 무역정책, 환경정책 등을 연계시켜 종합적인 정책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92년 리우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은 에너지 및 환경정책이 경제정책과 대등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기술로드맵을 통해 기술개발의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충실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 즉 기술개발 로드맵에 맞추어, 국내 자체개발이 가능한 분야를 추출하고, 이러한 기술개발기반과 관련된 인력양성, 산·학·연 협력, 지역기술혁신체제, 표준 등 인프라 등에 대한 로드맵 등을 패키지로 작성함으로써 기술개발 포트폴리오의 다각화와 효율성 제고를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국내 자체개발이 어려운 분야에 대해서는 국제 공동연구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개발 노력과 함께 개발된 기술에 대한 시장형성과 수익성을 창출하는데 기여하는 정책을 빼놓아서는 안된다.

3. 에너지 수요관리와 공급체계 간 에너지 체인 활성화 필요

에너지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가운데 현재 수요관리와 공급체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에너지 수요측면에서,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 「에너지원단위개선3개년계획」 등을 수립하여 전력, 열, 가스, 석유 등 에너지원을 통합한 수요관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하여 달성하여야 할 저감목표가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은 채 단순한 프로그램의 나열에 그치고 있다. 또한 에너지 기술개발을 통한 에너지 기기 및 설비 등 에너지 하드웨어의 효율화와 산업, 수송, 가정・상업용 등 부문별 보급 및 확대가 미흡하다. 그리고 정책별 평가를 통한 feed-back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에너지 원간 수요가 효율적으로 구성되지 못하고 갈등을 빚고 있다.

선진국의 에너지 수요관리는 효율 향상과 수요 대응 프로그램으로 구분하여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효율자원표준(Energy Efficiency Resource Standard)을 통해 에너지 공급자의 효율향상 의무화를 시행하여 공급자별 절감목표를 지정하고 시장경제에 거래시스템을 도입하여 목표 달성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효율적이지 못한 수요 구성은 다시 공급에서 에너지 원간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현재 전력, 석유, 가스, 집단에너지 사업 등은 관련 법률에 따라 사업허가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자격요건을 갖춘 모든 잠재적 사업자에게 사업권을 부여하는 형태가 아니다. 2000년 이후 전력, 가스, 열에너지 등 망 에너지산업에 대한 구조개편을 추진하였으나, 현재 중단된 상태이다.

따라서 이러한 수급에 있어서 갈등은 에너지 수요에 맞춤형 공급 시스템을 연계하는 에너지 생태계, 즉 에너지 체인(energy chain)을 평가하고 최적의 에너지 네트워크를 선택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에너지산업 구조개편 역시 이해관계자간 논란이 많은 민영화보다는 시장별 자유화에 초점을 맞추어 실행가능하고 확고한 에너지 체인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에너지・경제・생태(환경)를 종합한 지속가능 시스템 형성

21세기 들어 강조되고 있는 바와 같이, 경제발전과 에너지 확보, 환경보호 등 상호 모순된 목표들을 동시에 달성함으로써 지속가능 발전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에너지 저소비형 또는 환경친화적 산업구조의 형성을 위해 EU는 통합제품정책(integrated product policy)을, 미・EU・일・캐나다 등은 지속가능한 생산기술개발 및 자원순환형 경제시스템의 구축을, 미・일・독・덴마크 등은 생태・경제적 산업공단(eco-industrial park)를 조성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저감과 에너지 절약 신기술 개발, 청정개발체제(CDM)사업과 공동이행(JI)사업 진출, 원자력 발전의 새로운 역할 논의, 미국의 Advanced Energy Initiative, 일본의 New Sunshine계획, EU의 Joule-Thermie와 SAVE Program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에너지원단위저감3개년계획」, 「청정생산기술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경제・생태・에너지의 통합성, 체계성, 추진력 등의 측면에서 아직 취약한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극복하기 위하여 산업의 발전과 환경보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통합산업환경정책이 추진되어야 하며, 친환경 에너지 결합(mixture) 등 중장기적으로 온실가스 저배출형 사회 및 경제구조로 전환이 촉진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지속가능 시스템의 형성을 위해 현재 선진국의 에너지 체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기조를 국내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 즉 앞에서 설정한 에너지 체인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일정한 범위의 지역을 대상으로 형성해 보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 지역을 지지하고 있는 경제의 발전을 동시에 추진하는데 에너지 수급의 활성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5. 해외 에너지・자원 개발 확대

앞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국내에서 에너지의 제조업화를 통해 생산된 에너지자원이 아직 불안전하고 이에 따라 에너지 수급에서 불균형이 발생될 수 있는데 대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즉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해외 화석연료의 개발과 해외조달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고 자원보유국의 자원민족주의와 소비국의 자원확보 경쟁에 대응하여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자국내 석유생산 감소로 석유의 대외의존도가 확대되는데 대응하여 에너지 안보를 우선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석유의 자주개발률을 '05년 9.8%에서 '30년 40% 까지 확대할 계호기이다. 중국 역시 자원확보를 위해 공격적 투자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융자, 채무보증, 자원외교 등을 통해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나 목표 대비 자주개발율의 실적은 미흡하다. 그리고 자본,기술, 광구정보 등 자원개발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외 에너지자원개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해외자원의 탐사-개발-생산-유통에 이르는 부가가치창출망에서 경쟁력을 가진 분야로 특화하면서 전체를 통합조정할 수 있는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자원보유국과 상품뿐만 아니라 기술에 대한 국제분업을 확대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또한 지역적으로는 남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내 에너지자원을 둘러싼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여 공동번영을 위한 상호 협력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에너지자원을 둘러싸고 자원보유국과 미보유국간, 다소비국가와 저소비국가간, 그리고 국가 내의 계층간 에너지 접근성에 대한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국제회의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