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유사휘발유를 보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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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휘발유 근절을 통하여 시장질서 확립을!
국제원유가격이 예상을 벗어나 30불 이상 지속되고 있다. 얼마나 지속될 지도 불투명하다. 우리나라가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에서 고유가는 나라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지우고 자동차 운전자들도 그 영향을 피부에 직접 느끼고 있다. 리터당 1400원에 달하는 현재 휘발유 가격이 버거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차제에 구석구석 자랑스럽게 휘날리는 “청정연료첨가제 - 990원”이라는 광고는 충분히 유혹을 낳는다. 필자가 생활하는 이곳 지방에는 주택가 골목길 구멍가게에서 양철통으로 판매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 바 있다. 휘발성 위험물질이 주택가에서 당당하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정부당국의 무사안일한 직무유기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본 유사휘발유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고 1970년대 석유파동시부터 시시때때로 경험해 온 불법행위이며, 그 원인은 다름 아닌 휘발유 특소세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아닌가. 순전히 제조원가 측면에서 분석할때는 유사휘발유의 원료인 솔벤트나 BTX(벤젠, 톨루엔, 크실렌)의 가격이 오히려 휘발유의 제조가격 보다 높아야 하나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솔벤트나 BTX 제품에 특소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기술적으로 보아도 솔벤트나 BTX 등의 석유화학물질을 휘발유 대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석유화학산업의 젖줄인 나프타(Naphtha)는 바로 정유공장에서 원유를 정제하여 나온 휘발유와 유사한 중간제품이며, BTX는 이러한 납사를 에너지 다소비공정인 고온고압의 첨단 크래킹/분리기술을 거쳐서 생산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석유정제 공정보다도 더 많은 투자를 통해 생산된 고난도의 보다 높은 고부가가치를 위하여 만들어지는 제품인 것이다. 똑같은 원유에서 생산되고, 보다 많은 투자와 노력으로 고부가가치를 위하여 만든 석유화학제품을 휘발유 대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국가적인 자원의 왜곡이자 낭비라 아니할 수 없다.
유사휘발유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그동안 간헐적으로 줄곧 발생된 문제이다. 그러나 금번의 사태는 종전과는 달리 규모 및 방법에 있어서 조직적이며 기존의 법규정을 교묘히 대응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금의 유사휘발유에 의한 연간 세금탈루액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 정상적인 석유판매 사업, 국가 세수 등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문제가 커지고 사회적인 갈등과 혼돈을 초래하게 된 점에 대해 다분히 정부의 초기 관리능력 부족과 늑장 대응, 부처간 협력 부재등 질책을 면키 어렵다. 국가의 제한된 자원과 귀중한 정력을 이처럼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일에 허비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3월 초 불법 유사휘발유 단속 문제와 관련 법 해석상 미비점을 보완한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강력한 단속과 시장질서를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즉, 현재 진행중인 유사휘발유 관련 재판의 결과에 관계없이, 개정안이 발효된 지난 4월 23일 부터는 어떤 형태의 유사석유제품이라도 그 제조·판매행위가 엄격하게 금지되며, 이를 어길 경우 정부는 형사고발과 함께 행정대집행으로 신속하게 관련시설을 철거·폐쇄 할 수 있고, 그 시설이 다른 행정기관으로부터 인·허가 등을 받았을 경우에도 취소할 수 있게 되었다. 철저한 단속과 엄정한 집행으로 시장의 질서를 조속히 확립하여 소비자를 우롱하는 유사휘발유 판매 깃발이 사라지고 정상적인 휘발유 거래 질서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끝으로 유사 휘발유가 대체에너지의 일종이며, 대체 에너지개발에 기여하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억지 주장이 진정한 대체에너지 개발보급에 부정적인 인식을 낳고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참고로 정부는 기존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환경친화적이며 풍부한 미래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하여 2011년 총에너지의 5% 공급목표를 추진 중이며 연료전지, 태양광발전, 풍력등 11개 종류가 정해져 있다. 물론 유사휘발유는 신재생에너지와는 전혀 무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