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펀드 현황과 투자전략
신삼호_연합뉴스 기자
석유가 또다시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인가?.
서부 텍사스 중질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면서 지난 73-74년의 1차 오일쇼크, 78-80년의 2차 오일쇼크 때 처럼 고유가 때문에 세계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의 고유가 현상은 2-3년 전처럼 투기자본의 유입때문이 아니라 중국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석유수요를 공급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수급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석유위기는 지금이 끝이 아니라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며 이에따라 세계경제는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극심한 침체의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매우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형 유전들이 매장량 고갈 등으로 생산감소기에 들어섰으며 이 정부의 새로운 유전발굴 작업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해 오래지 않아 세계 석유공급이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은 매튜 R 사이먼스(`사우디아라비아 석유의 비밀' 책 저자) 등 몇몇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거론됐던 사안이다. 물론 과거 30년동안 항상 조만간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주장과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OPEC(석유수출국기구) 등 석유공급국가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유생산능력을 과시하며 유가에 따라 공급을 신축적으로 조정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국제유가의 급속한 상승에도 불구, OPEC이 생산량을 기껏 하루 50만 배럴 늘리기로 발표하면서 세계의 석유매장량과 공급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다시 한번 제기됐다. 정말로 세계 석유 공급확대가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가슴 섬뜩한 불안감이 투자자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게 됐다. 고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석유 및 가스채굴 등 에너지 개발을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에너지 개발에 나섰던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공기업, SK에너지 등의 정유회사들은 물론 대우인터내셔널, 삼성물산 등의 종합상사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자원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에너지개발 열풍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감행한 배경에는 석유가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무엇보다 급속한 경제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에너지 블랙홀로 변신한 중국은 에너지를 찾아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깊숙한 지역을 누비고 있으며 러시아, 베네수엘라와 에너지 연대를 맺는 등 전방위적인 에너지 확보 외교를 펼치고 있다. 에너지에 대한 중국의 집착은 장차 영토분쟁을 심화시키는 등 동북아의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제정치학자들의 관측이다.
에너지를 둘러싼 세계 각국 정부 및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자 세계 자산시장에서도 에너지 관련 상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으며 이 상품들에도 자금의 일부가 몰려들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에너지 관련 펀드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펀드 바람은 2004년부터 불었지만 에너지펀드는 자원문제가 심각하게 사안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설정되기 시작했다. 에너지펀드중 가장 대표적인 유전개발펀드는 지난해 11월 설정됐다.이 펀드는 산업자원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결성한 펀드로 설정 첫해 2천억원 규모로 1호펀드가 출범했다. 이 유전개발펀드는 석유공가 보유한 베트남 유전 지분의 일정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며 3개월 단위로 투자자들에게 실적을 배당하고 있다. 투자기간은 5년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의 에너지 펀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데다 투자위험이 큰 유전개발펀드보다는 비교적 사업성과가 눈에 보이고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나 바이오에너지 등의 기업에 투자하는 대체.바이오에너지 펀드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9월11일 현재 국내에서 출시된 대체.바이오에너지펀드는 19개에 이른다. 대표적인 펀드로는 삼성글로벌대체에너지주식펀드, 산은S&P글로벌클린에너지주식펀드, 미래에셋맵스글로벌대체에너지인덱스주식펀드, 우리CS퓨처에너지주식펀드 등이다. 이런 종류의 펀드들로 가장 먼저 설정된 산은S&P글로벌클린에너지주식자클래스C1은 올해 4월16일 첫선을 보였고 이후 195억원의 자금을 모으며 비교적 선전하자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비슷한 유형의 대체 및 친환경에너지 펀드를 내놓았다. 그러나 펀드들의 이름에 붙어있는 대체에너지나 바이오에너지, 친환경에너지는 명확한 구별없이 비슷한 의미로 서로 혼용돼 사용되고 있다.
이 펀드들은 대체로 해외 대체에너지 펀드를 복제하거나 대체에너지 관련 인덱스를 추종하는 것들이다. 다만 펀드별로 조금씩 다른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운용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삼성글로벌에너지펀드와 산은S&P클린글로벌에너지펀드는 에너지 사업의 비중이 높거나 에너지 사업에 특화된 기업을 주요 투자대상으로 하는 데 비해 우리CS퓨처에너지펀드는 회사 전체에서 에너지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더라도 광의의 에너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대기업까지 포트폴리오에 편입한다.
따라서 우리CS퓨처에너지펀드에는 GE나 도요타 자동차럼 에너지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고 에너지개발보다는 에너지효율이나 신개념 에너지 적용방식 등에 몰두하는 기업도 투자대상에 넣는다. 한편 삼성글로벌대체에너지펀드와 산은S&P글로벌에너지편드는 편입대상 기업수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삼성글로벌대체에너지펀드는 약 80개 기업을 편입하는 데 비해 산은S&P는 약 30개 종목으로 `소수정예'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점이 다르다.
참고로 복제펀드인 삼성글로벌대체에너지펀드는 풍력발전으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스페인의 가메사, 덴마크의 베스타스풍력시스템 등을 주요 편입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이 세계 풍력발전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대체에너지펀드들의 수익률이 아직 그다지 높지 못하고 이에따라 자금유입도 기대만큼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다. 9월 11일 기준으로 산은S&P글로벌클린에너지펀드들의 3개월 수익률이 3.69-4.1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1개월 및 1주일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에 따른 신용경색 위기로 최근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인게 주요 원인이지만 아직 대체에너지 등의 사업성이 그다지 크지 않아 해당기업들의 주가도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시말해 풍력, 바이오 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 산업들이 이제 막 산업화 초기단계여서 물류 등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아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아직 석유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며 석유값이 지금보다 크게 오르지 않는 한 경쟁우위를 갖기가 쉽지 않다는 경제현실이 그대로 수익률에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익률이 부진을 면치 못해서인지 자금유입도 그다지 활발하지 못하다. 물펀드니 인프라 펀드니 하는 테마펀드들에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들었지만 대체.클린에너지 펀드들은 판매액이 대부분 1천억원 미만에 그치고 있다. 물론 펀드 연륜이 여타 테마 펀드에 비해 짧아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자금유입속도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가장 자금이 많이 몰린 삼성글로벌대체에너지주식종류형자1A는 11일 현재 995억원의 자금이 들어왔으며 그 다음은 삼성글로벌대체에너지주식종류형자1C1(258억원), 산은S&P글로벌클린에너지주식자클래스C1(195억원) 등의 순이며 설정액이 1억원 수준이거나 그 이하인 것도 6개에 달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 뿐 아니라 증시 전문가들의 상당수가 고유가가 지속되면 이러한 에너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이런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가가 비싸질수록 바이오에너지나 대체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가 이 기대감 밑에 깔려있다. 이 때문에 사상 유래없는 고유가 행진이 지속되고 있는 최근 에너지관련 펀드에 가입하려거나 투자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에너지 개발이나 바이오.대체에너지 산업 등에 대한 정확한 지식없이 막연히 유가가 오르면 바이오.대체에너지 산업이 뜨지 않겠느냐는 생각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무엇보다도 유전개발 뿐 아니라 바이오에너지나 대체에너지 산업 자체가 상당히 고위험-고수익사업이어서 개별업체의 성패여부는 유가와 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아울러 바이오.대체에너지의 경우 아직까지는 석유의 보조적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있을 뿐 본격적으로 석유를 대체할만한 경제성이나 규모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삼성글로벌대체에너지펀드의 경우 유가(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와의 상관관계는 0.28로 매우 낮았으며 산은S&P글로벌클린에너지펀드도 0.32로 낮아 유가와 대체.바이오에너지 기업들의 수익성과는 큰 연관관계가 없는게 현실이다. 세계경제 전망이나 수급구도 등을 감안하면 고유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현재의 고유가 현상이 본격적인 석유위기로 악화될 것인지는 불투명하지만 유전을 확보하거나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계속 가속화될 것이며 바이오.대체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세제 및 자금지원 등의 정책적 배려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따라서 에너지개발 펀드나 바이오.대체에너지펀드 투자 전망은 갈수록 밝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고위험-고수익 사업인데다 적지않은 자금이 소요되고 자금회수 기간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린다는 등의 에너지개발이나 바이오.대체에너지 사업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 특히 바이오나 대체 에너지의 경우 어떤 품목을 에너지원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업성 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해당품목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자금회수 기간이 긴 에너지 사업의 특성상 무리한 욕심을 삼가고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가입하려는 펀드들이 어떤 기업이나 업종에 투자하는 지를 꼼꼼히 따져야 하는 것은 펀드투자의 기본중에서도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