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석유기업의 정제시설 확충이 주는 시사점

심기은_에너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1993년 이전까지 중국은 국내 석유 수급구조가 자급자족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1, 2차 오일쇼크를 경험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전략적 비축유조차 전무한 상태였다. 이후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 수급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 최 일선에서부터 석유기업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석유확보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의 에너지 확보의 노력은 석유확보를 위한 국가 지도자들의 다자외교와 양자외교의 병행, 국영기업의 전면적 지원을 통한 저우추취(走出去) 전략의 전면적 확대, 전략적 비축유 증대 등의 다각적인 형태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특히 중국 정부는 2005년 범정부적인 에너지문제 대책기구인 ‘국가 에너지 영도소조(領導小組)’를 설립하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국가에너지영도소조 조장을 맡아 에너지문제를 직접 진두지위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의 하나로 중국은 아프리카 에너지외교를 강화를 통해 아프리카 원유수입의존도가 2005년 30%를 넘어섰고 중국 국영석유기업은 활발한 해외 석유개발 및 지분 확보를 해왔다. 세계 9위의 석유기업으로 성장한 CNPC(China National Petroleum Corp.)는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베네수엘라, 수단, 오만, 이라크, 이란, 페루, 태국, 미얀마 등에서 석유개발권 및 지분을 확보했고 Sinopec(China Petroleum and Chemical Corp.)은 카스피해, 북아프리카 등에서 해외 석유확보에 노력을 기울이는 등 중국의 에너지 확보를 위한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석유확보를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과 그 가시적 성과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매스컴을 통해 노출되어온 중국 정부의 정상외교를 통한 석유확보 이면에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그것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가며 세계석유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국영석유기업이다. 게다가 중앙정부의 정치적 의지에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다른 나라의 국영기업들(베네수엘라의 PDVSA, 이란의 NIOC, 러시아의 Gazprom과 Rosneft)과는 달리 중국의 국영기업은 점점 독자적인 운영권을 확보해 가면서 세계석유시장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국영에너지기업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우리의 에너지 전략 수립 시 참조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 여겨진다.

최근, 이러한 중국 국영석유기업들이 중국정부의 계획하에 중국내 석유정제시설의 대대적인 확장계획에 집중을 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온 이들 중국 국영석유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유공장 확장 프로젝트는 근본적으로 석유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함이라는 하는 주된 명분 외에도 양대 석유국영기업(CNPC, Sinopec) 입장에서는 중국내 시장 독점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자사의 덩치를 더욱더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본 글에서 중국 국영석유기업(CNPC, Sinopec)의 간략한 소개와 최근 이들의 중국내 석유정제시설의 대대적인 확장계획과 그에 따른 우리 석유제품의 대중국 수출의 영향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중국 국영기업 (CNPC, Sinopec)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의 국영석유기업들은 사업의 운영에 있어 중국정부의 통제에서 부분적이나마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서 독자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이들 국영기업의 통제가 용이하지 않은 주된 이유는 대부분의 중국 석유회사들의 자회사가 국제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기 때문에 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중국 국영석유기업이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인 사업 결정을 한 일례로, 2005년 12월 , CNOOC Ltd.와 Chevron과 호주에 있는 Chevron Gorgon 프로젝트로부터 LNG를 들여오는 협상이 결렬되었다. 당시 張國寶( NDRC 부주임)은 위 계약의 성사를 원했으나 세계시장가격으로 LNG도입을 원치 않았던 CNOOC Ltd.가 독자적으로 협상을 결렬시켰다.
중국 국영석유기업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 2005년에 CNPC는 PIW(Petroleum Intelligence Weekly)에 의해 세계 제 9위의 석유기업으로, 2006년 Fortune지에 의해 매출액 기준 세계 39위로 선정되었다. 또한 Sinopec은 PIW에 의해 세계 제 28위의 석유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이들 기업의 규모는 더욱더 커지리라 전망되고 해외유전개발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기술적인 면에서도 점차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CNPC, Sinopec의 정제시설 확장

2006년 기준 중국은 3,600만 톤의 석유제품을 수입했다. 이는 5년 전인 2001년의 2,137만 톤에 비해 70%가량 상승한 수치이고 중국의 석유소비량을 석유정제능력이 현격한 격차를 두고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석유제품은 주로 교통운송에 사용되는데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최근 연 2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중국이 정제능력을 확장하지 않을 시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석유제품시장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비싼 가격의 수입제품에 의존도를 높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심각성을 느낀 중국 당국(NDRC)은 2010년 까지 20여개의 1,000만 톤급 원유가공 기지를 구축한다는 기존 계획에 이어 2015년 까지 1,000만 톤 규모의 정유공장 31개와 100만 톤 규모의 에틸렌 공장 30개를 확보한다는 추가계획을 지난 8월 30일 발표했다. 이러한 계획에 발맞춰 중국의 국영석유기업인 CNPC와 Sinopec은 신규 정유공장 건설 또는 개축·확장에 집중을 하고 있다. 이들 두국영기업의 정제량이 2005년 기준 중국 전체석유정제량의 86%를 담당했고 NDRC의 정제시설 확충계획은 주로 이 두 기업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중국내 정제비중은 더욱더 상승해 향후중국의 석유제품 생산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전망된다. 따라서 이 두 기업의 정제시설 확충 계획을 파악함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Sinopec

Sinopec이 현재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1,000만 톤급 정유공장 20개 확충)는 주로 개축·확장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며, 신규 정유공장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신규 정유공장 건설 시 NDRC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등 진행에 어려움이 있어 개축·확장쪽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Sinopec의 개축·확장 프로젝트는 화동(華東), 화남(華南)지역, 특히 석유 부족을 겪고 있는 화남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동북지역으로의 확장 가능성은 크지 않은데 왜냐하면 이 지역의 정유능력은 이미 과잉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신규정유공장 건설은 이미 기본적으로 확정된 '차오페이디엔(曹妃甸) 프로젝트’ 이외에 신규 1,000만 톤 석유정제와 석유화학 공장 건설을 어디로 선정할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CNPC

CNPC의 증축사업은 주로 동북과 서북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 9월3일자 경제관찰보(经济观察报)에 따르면, CNPC가 10개 이상의 1,000만 톤급 정유공장 증축사업을 이미 계획하였으며, 이들은 각각 다칭(大庆) 2개, 우순(抚顺) 1개, 진저우(锦州) 1개, 후루다오(葫芦岛) 1개, 다리엔(大连) 2개, 란저우(兰州) 2개, 신장(新疆) 3개 등이다. CNPC의 신규정유공장 건설 또한 Sinopec과 같이 차오페이디엔 이외에 건설장소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CNPC와 Sinopec의 신규 정유시설 승인 진행 상황

 

프로젝트

CNPC와 Sinopec 두 회사가 건설 승인 받은 프

로젝트

·하이난(海南)(800만 톤)

·칭다오(青岛)(1000만 톤)

·저장성(浙江)의 전하이(镇海) (2,000만 톤)

CNPC와 Sinopec 두 회사의 건설에 대한 사업

이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광시(广西)성의 친저우(钦州)(1000만 톤)

·광저우(广州) 1,000만 톤

·우순(抚顺)석유화학 1,000만 톤

·우한(武汉) 1,000만 톤

중국의 정제시설 확충이 우리의 석유제품 수출에 미치는 영향

중국의 정제시설의 확충은 우리 정유사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중국의 석유제품 수입의 32%(2006년 기준)의 비중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중국 국내 석유제품의 자급률을 향상시킬 대대적인 중국의 정유시설 확충은 우리의 대중 수출의 입지를 좁게 만들 것이라 예상된다. 물론 중국의 빠른 석유소비 증가 때문에 중국의 석유 소비량과 정제량의 차이(일일정제량 기준 1.29백 만 배럴: 2006년, 0.66백만 배럴: 2001년)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번 계획이 중국 전체 석유 소비의 전체를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확장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로 인해 중국의 전체 석유제품 소비량에서 수입제품의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된다. 그 근거로서 기존의 정제량 외에 2010년 까지 증축 또는 신규 건설되는 정유공장에서 생산되는 신규 원유 가공능력이 전체 가공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정제시설확장이 우리의 대중 석유제품 수출뿐만이 아니라 정제산업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로, 첫째 중국은 한국 석유제품 수출의 23.2%를 차지하는 우리의 제1석유제품 교역국으로 우리의 석유제품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이다. 둘째, 2002년에 급격히 감소한 우리의 대중 석유제품 수출량이 고유가와 더불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제시설확충에 따른 우리의 수출감소는 우리 정제산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중국으로의 석유제품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된다면 이는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정제산업은 석유제품 수출이 반도체, 자동차, 핸드폰, 선박에 이어 수출품목 5위에 해당하는 우리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국내 정제시설 확충에 따른 우리의 석유제품의 수출은 어느 정도의 타격은 피할수 없을 전망이다. 그에 따른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해, 우리로서는 석유제품 수출국의 다변화와 중국 석유제품시장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중국 석유제품 수입의 우리제품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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