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석유산업 현황

정우진_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북한의 석유정책 및 수급현황

북한의 석유산업은 2천만이 넘는 인구규모에 비하면 매우 소규모이다. 정제규모가 7.2만 b/d로 우리나라의 3% 수준에 불과하며, 그나마 최근의 원유수입량은 1만 b/d 내외에 불과한 실정이다. 석유산업 규모가 작은 것은 외국산 에너지의 수입억제 정책 때문이다. 산업과 과학, 기술이 발전해도 수입연료나 원료를 사용하게 되면 그 위력을 충분히 발양시킬 수 없다는 것이 북한 당국의 에너지정책 기조였다. 따라서 수입연료를 사용하는 생산공정들을 지양하고 북한에 풍부한 석탄 중심의 에너지수급체계를 구성해 왔다. 그 결과 전체 에너지에서 석탄이 70%. 수력이 19%인 반면 석유의 공급비중은 5∼7%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산업용 석유소비를 억제하여 대부분의 공장에서는 석탄을 사용하고 있으며, 시멘트산업 등 극히 일부에서 보조연료로 소량의 석유만 사용하고 있다. 평안북도에 청년석유화학단지가 유일하게 납사 등 석유제품을 사용하지만 화학산업도 거의 석탄체계화되어 있다. 석유소비 억제에도 불구하고 수송용은 석탄으로의 대체가 어려워 석유소비의 많은 부분을 수송용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석유제품소비 구성을 보면 수송용으로 사용되는 휘발유나 경유의 비중이 큰 것이 특징이다. 한편 철도수송의 경우 80% 이상이 전철화되어 있어 철도수송 부문에서의 석유제품 소비는 거의 없다. 북한은 화물수송체계가 철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도로수송 규모가 작기 때문에 석유제품의 수송용 소비비중이 높다해도 그 양은 크지 않다.

발전용으로는 20만 kW의 선봉석유발전소가 북한의 유일한 석유전용 발전소이며 나머지 화력발전소는 모두 석탄발전소이다. 그러나 석탄화력도 설계기준에 따라 착화용 중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석탄발전소에서 중유가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지난번 KEDO가 지원한 중유는 선봉석유화력이외에 청진, 북창, 평양, 동평양, 순천, 영변, 황해 등 6곳의 석탄발전소에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북한의 발전 전원이 대부분 석탄과 수력으로 구성되었다 해도 중유가 부족하면 전력부문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시사하고 있다. 이번 6자회담의 2.13합의 조치에 따른 100만톤 규모의 대북 중유지원과정에서 나타난 한가지 특이한 사실은 북한의 중유저장규모가 5만톤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월 5만톤씩 나누어 중유를 공급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북한의 석유수급 현황(2003년)(단위: 천 b/d)

 

수 입

정 제

소 비

제품구성

원 유

11.32

 

 

 

석유제품 계

12.73

11.79

24.53

100%

- 정제유

 

0.14

 

 

- 휘발유

0.70

4.32

5.02

20.56%

- 등 유

0.06

0.78

0.85

3.5%

- 경 유

1.71

4.12

5.83

23.8%

- 중 유

10.25

2.27

12.52

51.0%

- LPG

 

0.02

0.02

0.1%

- 기 타

 

0.29

0.29

1.2%

자료: 미 에너지성 정보국, 2007

2. 정제설비 및 원유공급 현황

북한의 정제설비는 두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하나는 함경북도 나진-선봉지역에 있는 승리화학공장이며 또 하나는 평안북도 피현군 백마리에 위치한 봉화화학 공장이다. 양 정유소의 위치에서 파악되듯이 승리화학은 러시아와의 접경지역에, 봉화화학은 중국과의 접경지역에 있으며, 정유설비도 구소련산과 중국산 원유에 맞게 각각 설계되었다. 두 정유소가 모두 ‘70년대에 건설된 것이지만, 먼저 북한에 정유설비를 지원한 것은 구 소련으로 북한과 구소련은 「조ㆍ소 경제과학기술원조협정」에 의거 1973년과 1976년에 걸쳐 연산 200만톤 규모(4만b/d)의 정유설비가 완공 가동되었다. 이때 이 발전소에서 정제한 중유를 사용하기 위해 인근에 선봉석유발전소도 같이 건설된 것으로 전해진다. 1990년까지 이곳 정유소에서 사용된 원유는 비교적 경질원유로 알려진 구소련산으로 나홋카항에서 유조선에 선적하여 북한 선봉항의 직경 53cm의 해저파이프라인을 통해 항구의 저장탱크에 송유되었다. 그러나 구소련 붕괴이후 러시아산의 원유는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이후 리비아산과 이란, 예멘 등 중동의 주로 반미 국가에서 원유가 간헐적으로 공급되었으나 그나마 2000년이후에는 원유가 거의 도입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현재 승리화학의 정유설비는 가동이 멈추어있거나, 극히 제한된 가동율만 보일 것으로 보이며 오랜 기간의 가동중단으로 설비의 유지보수가 안되어 정상가동에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승리화학 정유소는 2002년경 남한의 한 중소 석유수입업체가 개보수를 통한 임가공을 시도하였으나 그 후 더 이상 사업이 진척되지는 못했다. 금년 3월에는 북ㆍ러경제협력위원회를 통해 러시아 최대의 국영가스기업인 가즈프롬이 승리화학의 개보수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정유설비가 부족한 극동 지역의 원유정제 처리를 위해서 승리화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나, 장기적으로는 동 아시아지역 석유하류부문 진출방안의 하나로 승리화학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도 짐작된다.

봉화화학 정유소는 1975년부터 백마정유공장이라는 이름아래 중국의 지원으로 건설하기 시작하여 1979년 9월에 연 1백만톤에 달하는 제 1기 사업을 완료, 가동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승리화학 건설을 지원한 러시아와 북한이 가까워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이 지원했다는 설도 있다. 이후 당시 중국의 주석인 화국봉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50만톤 설비를 더 증설하여 총 정제규모가 150만톤(3만 b/d)에 달하고 있다. 봉화화학의 원유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 유전에서 원유를 공급받고 있는데 다칭에서 요녕성 다롄(大連)을 연결하는 파이프 라인과 랴오닝성 북부 철령(鐵嶺)에서 갈라져 국경지대에 있는 단동 북부 교외에서 압록강을 건너 북한 신의주에서 안주 부근까지 이어져 있으며 다칭에서 북한까지의 파이프라인 연장은 약 800㎞이다. 압록강은 강 지하로 파이프라인이 매설되어 있다고 한다. 1976년에 완공된 이 송유관은 직경 40㎝ 정도로 연간 최대 400만톤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다.

러시아와는 달리 중국은 비록 양은 크게 줄었고 매년 불규칙하지만 대체로 30∼50만톤 규모의 원유를 북한에 지속적으로 공급해 오고 있다. 그러나 원유공급량이 봉화화학의 연산 정제규모인 150만톤에는 크게 밑돌고 특별히 다른 나라에서의 원유수입 실적도 없어 설비가동율이 저조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칭산 원유는 API 비중 32.2도의 중질(Medium-gravity)원유이며 황함량 0.11%의 저유황원유(sweet crude)이다.

한편 북한은 50년대부터 원유탐사를 실시하였으나 상업적발견에는 실패했다. 최근에는 스웨덴의 Tauru Petroleum, 영국의 Soco, 말레이시아의 Petonas 등이 서해지역을 탐사했으나 유전을 찾지는 못했다. 2003년 싱가폴의 한 회사가 중국접경지역인 태천-라진 육상지역에서 일부 시추를 한 것으로 발표하였으나 그 후 전해지는 소식이 없다. 2005년 말 북한과 중국은 북한 서해유전에 대한 개발협약을 맺었으나 그 내용은 아직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서해지역은 원유생산이 활발한 중국의 보하이만과 연결되어 있어 비교적 원유생산 가능성이 높은 평가된다.

3. 석유시장 잠재력

북한의 석유산업은 현재 그 규모가 매우 작지만, 역설적으로 향후 성장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주 에너지인 석탄은 오랜 가행으로 인한 탄광심부화로 자본과 기술을 투자한다 해도 그 증산효과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만약 북한이 경제성장 국면에 들어선다면 석탄은 주 에너지로서의 역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의 주 에너지인 수력은 계절변화에 따른 불안정성으로 북한의 본격적인 산업발전에 필요한 에너지로 사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중장기적으로는 석탄과 수력체계에서 벗어나 석유공급을 크게 늘릴 수 밖에 없다.
현재 국제 석유시장이나 동 아시아 시장에서 정유설비가 부족한 상황에 있다. 북한은 중국과 동 시베리아, 동남아시아를 향한 지정학적 위치와 낮은 부지비용, 그리고 환경저항이 작다는 점에서 신규 정유설비로서의 입지도 좋은 편이다. 이러한 여건을 살려, 남한은 석유산업의 고도화 및 수출확대를 위해, 북은 낮은 비용에 의한 석유공급 확대를 위해, 전향적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