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WTI 유가역전의 배경과 하반기 유가전망
이문배_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시장동향과 논점
원유가격이 1월 하순 이후 최근까지도 꾸준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두바이 원유가격이 배럴당 66달러 내외로 올라 작년 8월의 배럴당 72달러로 사상최고 기록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격수준이었다. 올해 상반기 동안 꾸준히 이어졌던 원유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대체로 다음의 3가지를 지적할 수 있겠다. 우선은 하루 170만 배럴에 달하는 OPEC의 감산에 따른 수급에 대한 영향이고, 다음이 중동지역 등의 지정학적 불안요인의 지속 및 확대로 인한 리스크의 유가 반영, 그리고 특히 4월 이후에 휘발유 재고 감소와 공급부족에 대한 수급차질 우려감이 유가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현물유가 추이(2007년) (단위: USD/bbl)
세계 석유공급의 약 35%를 담당하고 있는 OPEC은 작년 11월과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쳐서 각각 120만 배럴과 50만 배럴의 감산을 단행하였다. OPEC의 2월 추가 감산은 현실적으로는 계절적 비수기인 2/4분기의 수급조절을 겨냥한 것 이었다. 그러나 OPEC은 최근에 6월로 예정되었던 임시총회 개최를 포기하고, 당분간 현재의 생산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원유공급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최근 주요 소비국들과의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즉 4월 이후 원유가 급등 상황에 대하여 IEA를 중심으로 소비국들은 원유공급을 늘려 원유와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하여 OPEC은 4월 하순 이후의 유가는 제품시장의 휘발유 수급차질에 대한 우려 상황이 반영된 것이고 그 위에 이란 등의 지정학적 요인이 가세된 결과라며 세계적으로 원유의 공급물량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휘발유 수급차질의 문제는 정제능력 부족과 하류부문 투자의 문제라며 원유공급의 증가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OPEC은 증산의 요건이 원유가격 수준이 아니라 원유수급 상황의 변화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금년에 OECD의 휘발유 재고가 크게 줄어들고 있고, 특히 미국의 휘발유재고 수준이 5월 중순 현재 16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특이 상황이 발생되지 않는 한 올 여름철에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휘발유가격의 강세 행진이 불가피하며다는 점과 그 여파로 인하여 원유가격도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해 볼 수 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은 정유회사 정제마진을 높여서 설비가동 여력이 있는 정유사들의 정제 수요를 유발시키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정제로 인한 원유수요 증가와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만일 OPEC이 3/4분기까지 원유 공급물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에 세계적으로 원유 수급이 타이트해져 유가 강세 상황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란의 핵개발 문제와 이라크의 정정불안 지속, 나이지리아에서의 민병세력의 준동 등 주요 원유생산국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위험 요인들은 더 이상 새로운 상황의 변화가 아니다. 석유시장에서 이미 2년 가까이 아니 훨씬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들어나 있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나 사태의 방향 예측이 쉽지 않으며 사안별 진전에 따라서 각 시점마다 그때그때 시장에 영향을 가져와 유가의 등락을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유가에 반영되는 리스크 요인에 대한 프리미엄을 분석해보면, 잠재적 상황에서 배럴당 2-3달러 수준이고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면 5-7달러 수준까지 형성되고 있다.
WTI 가격 약세 현상의 배경과 전망
세계 석유시장의 지역별 기준원유인 WTI, 브렌트, 두바이의 유종별 가격 차이는 원유의 고유 성상과 해당 지역의 석유수급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WTI-브렌트 간 스프레드(W-B)는 1.5~2.5 달러, WTI-두바이 간 스프레드(W-D)는 3~5 달러의 수준이었다. 브렌트와 두바이 원유대비 프리미엄을 형성하던 WTI 가격이 2007년 초부터 약세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3월 이후부터는 할인가격을 형성하며 가격차도 커지고 있다. 5월 하순 현재 WTI 가격은 63달러로 두바이 대비 -2달러, 브렌트 대비 -5달러의 디스카운트 가격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 브렌트-WTI의 가격역전 현상은 서유럽과 북미지역간의 단기적인 수급차이 및 기술적 요인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기간이 길어지고 있고 4월 이후부터는 WTI-두바이 간에도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림> 기준원유 가격 스프레드 추이
WTI의 브랜트 및 두바이 가격대비 가격역전 현상은 기본적으로 북미시장에서 WTI 원유의 불가피한 약세 현상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석유재고 상황이 2005년 이후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고 특히 원유재고의 경우 약 3.4억 배럴 수준으로 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7억 배럴까지 늘린 전략비축유(SPR)까지 포함할 경우, 미국의 원유재고 규모는 10억 배럴을 넘는다. 반면 2월 이후 미국내 정유소 가동률이 정비 및 화재 등 사고여파로 예년 수준인 반면 원유 수입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어서 공급초과 상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중서부지역 오클라호마주에 위치한 NYMEX의 WTI 현물인수도 지점인 쿠싱(Cushing)의 원유저장 능력과 파이프라인 수송이 한계상황에 이르면서 WTI 가격의 약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림> 미국 정제 가동률 추이
쿠싱 지점의 원유 최대 저장능력은 약 27백만 배럴로 이미 한계에 이르렀지만 유입은 늘어나고 있고 원유의 현물인수는 부진한 실정이다. 이는 지난 2월 발레로(Valero)사가 정제능력 18만 b/d인 텍사스주 소재 Mckee 정유소의 화재로 인한 가동중단 이후 WTI 인수 물량을 쿠싱으로 돌린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게다가 캐나다 서부지역 원유의 수송물량이 4월 이후 쿠싱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도 파이프라인 적체현상을 가져오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당초 5월 이후 정유소 가동률이 상승되어 정제수요가 점차 늘어나면 가격 왜곡 상황이 해소되리라고 예상하였다. 그러나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정제수요 증가에도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어려워 보이며, 쿠싱 지점의 저장능력과 파이프라인 적체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 때까지 WTI 가격 왜곡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유가 전망
하반기에도 이란 핵개발 관련 사태의 악화 가능성 등의 지정학적 요인과 미국 멕시코 만에서의 허리케인 발생으로 인한 생산시설 피해 가능성 등 예측할 수 없는 원유공급 저해 요인들이 산재되어 있다. 세계 석유수요 물량이 전년대비 연간 약 150만 b/d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었고 3/4분기까지 OPEC의 감산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올 여름동안 미국 휘발유시장의 강세 여파 등으로 하반기 세계 석유수급 상황은 더욱 타이트할 전망이다. 그러나 4/4분기에는 공급물량 증가 가능성으로 수급상황이 개선되면서 유가는 다소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적 수준의 리스크 요인과 수급여건을 감안하면, 하반기 두바이 원유가격 기준 전망은 배럴당 63.50 ~ 65.00 달러 수준이다.
비관적 상황의 고유가 시나리오는 중동에서의 전쟁이나 대규모 테러, 멕시코 만에서 허리케인과 같은 대형 자연재난 발생으로 수급여건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되면 유가는 단기간에 10달러 이상 급등하며 작년에 기록된 사상최고치 유가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 반면 고유가와 주택경기 침체로 우려되고 있는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세계경제 침체로 이어질 경우 석유수요 위축의 영향으로 유가는 연말에 50달러대 전반수준으로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두바이 유가는 고유가 시나리오에서 67.00~70.00 달러, 저유가 시나리오에서 56.00~59.00 달러 수준으로 전망된다.
※본 원고는 필자의 개인적 견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