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와 LPG

윤인섭_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지금 소형차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 틈새 시장에 불과해 간과했던 소형차에 대해 기존 입장을 바꾸어 본격적인 신차개발에 나서고 있다. 신흥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성장 잠재국인 인도를 대상으로 선진 자동차 업계는 소형차 제조 공장을 설립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에너지 위기와 새로운 자동차 판매시장의 개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이다. 일본 토요다와 혼다가 이러한 전략에 가장 적극적이며, 미국 자동차 업계도 그 뒤를 이어 적극적인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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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휘발유 1갤론은 그 비용이 약 3불에 이르고 있고 이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가격이다. 이러한 고유가 시대에 연비가 낮은 소형차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원유수입국인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가운데서 경차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을 목적으로 경차 보급을 확대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일환으로 경차에 LPG 연료 사용을 허가함으로써 경차보급을 확대하려는 방안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부분이 있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개괄적으로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의 측면 그리고 정부의 역할에 대해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로, 경차에 LPG 허용시 경제적인 측면에 대해 전문가들의 정확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국내 자동차의 소비구조는 경·소형 자동차에 비해 지나치게 중·대형차의 비중이 높다. 경차의 비율이 10%를 넘지 못하는 국내 경차 소비구조는 경차 비율이 전체 판매차량의 30%인 일본과 비교하면 심각한 에너지 손실을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왜곡된 자동차 시장구조 하에서 경차의 보급은 분명히 에너지 절약, 대기오염 개선 그리고 교통혼잡 완화 효과를 노려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경차 연료로 LPG를 사용한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LPG의 경우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연비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누적되는 세수감소와 수입에 의존하는 LPG 수급에 관해서도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제조자 측면에서 보았을때, LPG 경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의 시간과 2천억 이상의 개발비가 소요된다는 점은 LPG 경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둘째로, 경차에 LPG 허용시 환경적인 측면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으며, 지구를 살리기 위해 많은 국제협약들의 이행되면서 환경적인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결국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하면서 배기가스 등 환경오염물질을 줄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그 일환으로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통제와 검사가 강화되고 있고, 배출가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연구개발 못지않게, 오염물질의 배출을 최소로 하는 연료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부의 발표 자료를 토대로, 자동차 연료별 배출계수(주로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과 분진)를 비교해 보면 종합적으로 휘발유가 LPG보다 오염물질의 배출이 적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대기환경보전에 따라 곧 ULEV(초저공해자동차) 배출허용 기준이 LPG 자동차에 허용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환경적인 측면에서 경차에 LPG 허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연구개발 없이 경차 연료로서 LPG를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작게는 국민 개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크게는 국가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LPG 경차의 보급에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바로 안전성의 확보이다. 경차 불만족과 보완 희망사항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본적이 있다.

설문 결과에서 나타난 것은 경차의 안전성 문제 때문에 경차 구매를 보류하고 있으며, 경차 안전성이 보완된다면 경차 구매를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경차보급 확대를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일이 경차의 안전성 확보일 것이다. 만약, 경차에 LPG가 허용된다면 이는 소비자에게 연료비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지만, 기존 경차에 비해 LPG 경차가 갖는 위험성을 생각해 보았을 때, 경차 보급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경차에 에너지 절약을 목적으로 LPG를 사용할 경우, 정유업계와 관련 연구기관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폭발위험성은 안전성에 가장 치명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차에 대해 안전성이 가장 문제시 되어 구매를 보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움직이는 화약고라 할 수 있는 LPG 경차를 허용한다는 것은 소비자가 경차를 구매할 의지를 더욱 약하게 하고, 이는 경차 보급 활성화라는 목적에 맞지 않는 결과를 내어 관련 기관은 많은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경차에 LPG 허용은 본질적으로 경차 구매를 회피하는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성급한 제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자동차를 사용하는 것으로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경차의 안전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LPG 경차 허용방안과 경차의 안전성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충분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경차임에도 불구하고 차체 프레임 재질을 강화하고, 에어백을 필수화하며, 회전 시 야기될 수 있는 차량전복 방지 기능을 강화하는 등의 안전기술을 확보한다면, 경차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불신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투자 및 개발에 자동차 업계나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만약 이러한 지원이 전제되지 않으면, 경차 보급 확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부연하지만, 어느 누구도 제 목숨을 담보로 운전하고자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기에 안전성 확보는 필수이다.

마지막으로, 전문가공동체의 협력과 경쟁을 지향하며, 갈등을 조정하는 공간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싶다.

그럼으로써 각각의 이해집단에 관련된 전문가 공동체가 열린 마음으로 연구결과를 가지고 토론하며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이러한 협력과정이 전제되는 상황 속에서 더 나은 대안을 개발하여 상호 경쟁하는 제도를 정부는 만들어 주며, 정부도 이 제도 속에서 나온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만약 경차 보급과 관련된 정책 결정이 형식적인 대화 및 의견수렴이라는 구색 맞추기로 변한다면, 이 또한 엄청난 예산낭비며 시간 낭비이다. 결론적으로 이미 정부가 정책을 결정해 놓은 상태라면, 다양한 이익집단간의 정책 및 대안 대결은 조정이 불가능한 정책 갈등과정에 머물며 이는 종국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만 깊게 만들 것이다. 그러기에 경차 보급확대라는 대의에 동의하는 다양한 이익집단의 참여 하에 전문가 공동체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정책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그리고 민주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역할을 정부가 성실하게 담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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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LPG 경차 보급 확대 방안에 대한 경제적, 환경적, 안전적 측면 그리고 정부의 역할에 대해 분석해 보았다. 그 분석의 결과, LPG 경차 보급 정책은 경제적 효용, 환경적 효과 그리고 안전성에 있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경차 보급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연구개발 없이 경차 연료로써 LPG를 허용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결정이 될 것이다. 이는 작게는 정책실패일 뿐 아니라, 크게는 국가 경제에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디젤 경차나 하이브리드 경차 등 경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에 대해서 시간을 가지고 정부와 산·학·연이 합심하여 연구를 통해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이고 세계 기술 동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이는 멀지 않은 미래에 외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국제 경쟁력을 갖춘 에너지 절약 기술과 산업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