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유소비 감소와 파급효과 분석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전 재 완

최근 등유의 소비감소는 한마디로 공황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년 동안 거의 반 토막이 되었다. 등유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산제품이고 정유사들이 다른 사업부문에서 이익을 내고 있어 공급을 계속하고는 있지만, 만약 등유 하나의 제품만을 취급한다면 아마 대부분 회사들이 등유의 내수 사업에서 철수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등유의 소비감소에는 어떠한 구조적인 배경이 있고, 이러한 추세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며, 감소한 소비가 다시 회복할 가능성은 없을까? 이를 위해 등유 소비감소의 주요 원인을 면밀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공황상태의 등유소비 감소


먼저, 탈석유라는 시대적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탈석유의 흐름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석유의 한정성, 환경문제, 고유가 등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보편적 에너지 정책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사례로 천연가스 보급 확대를 들 수 있다. 천연가스는 청정성, 편의성, 경제성을 앞세우면서 특히 난방과 발전 부문에서 빠르게 석유를 대체해 나가고 있는 석유의 천적이다. 최근에는 천연가스차량 등을 개발, 보급하면서 수송용 부문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천연가스가 탈석유 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천연가스도 역시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석유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천연가스는 석유를 대신하여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주력 난방연료로서 자리 매김을 하고 사용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체 에너지 개발이 기대만큼 용이하지 않고 경제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는 IMF 이후 심야전력을 난방용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천연가스만큼 은 아니지만 전력의 등유대체 현상도 매우 활발하다. 이러한 맥락에서만 본다면 등유의 소비감소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등유의 소비감소 경향은 비가역적인 흐름으로 이해되어 진다.이러한 동향은 이미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등유의 소비는 실제 많은 나라에서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등유소비의 감소추세가 지나치다는 사실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해도 그렇고 국내에서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슷한 처지의 난방연료라 할 수 있는 프로판에 비해서도 턱없이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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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등유소비 감소는 과도한 세금부담이 원인


이러한 이유는 한마디로 등유에 부과되는 과도한 세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이유로 석유류 제품에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리

고 이러한 현상은 등유에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에너지 이용에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에너지에 대한 조세부과도 다른 조세와 마찬가지로 에너지원간 형평성, 공정성, 객관성 원칙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난방용 에너지에 대한 조세부과는 이러한 원칙이 완전히 실종되어 있다. 수송용 에너지의 경우, 아직 보완할 내용이 남아있기는 해도 두 차례에 걸친 에너지 세제개편

을 통해 어느 정도 원칙이 확립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난방용 에너지의 경우는 최소한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등유의 경우 소비자 가격의 3분의 1이상(35% 정도)이 각종 세금인 반면, 도시가스는 15% 대 수준이고, 지역난방의 경우는 부가세를 제외하고 세금이 아예 없다. 이러한 조세에 의한 가격 격차는 결국 에너지원간 가격 경쟁력 구조에 반영되어 에너지 수급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난방용 에너지에 대한 이러한 차별적 조세부과는 자원배분의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에너지 낭비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심야전력의 경우는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우리나라 전력수급구조의 패턴을 바꾸어 놓을 만큼 전력 수급소비구조의 왜곡과 과소비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력수급구조의 왜곡은 다른 에너지 수급구조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난방용 에너지는 소득 역진적 조세부과


난방용 에너지에 대한 에너지원간 차별적 조세 부과 문제는 자원배분 및 에너지 수급 구조의 왜곡 문제뿐만 아니라 소득재분배와 지역간 균형발전 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의 난방용 에너지 세제는 소득 역진적 구조라 할 수 있다. 즉 가난한 사람이 세금을 많이 부담하고 부유한 사람이 작게 내는 구조다.


먼저 지역난방의 경우 집적도가 높고 소득 수준이 높은 대도시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는 반면, 등유는 소득수준이 낮고 연료 사용의 선택권이 없는 농어촌 지역이나 중소도시, 지역난방이나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대도시 소외지역에서 이용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지역난방에 대해서는 세금 면제는 물론이고 각종 직간접적인 교차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데 비하여 등유에 대해서는 소비자 가격의 3분의 1이 넘는 부분을 조세부과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난방용 에너지의 소득 역진적 조세부과 현상이 정부가 본래 추구한 구도는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현재의 난방용 에너지 세제는 도농간의 격차를 확대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의 장애 요인이 된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등유는 주로 연료의 선택권이 없는 농어촌, 산간지역이나 중소도시에서 이용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등유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지역의 주민들이 부담하는 연간 난방비 규모가 대도시지역보다 두 배가 넘고 그나마도 더 춥게 지내며 보일러 등 각종 설비 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난방비는 세 배가 넘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난방비 부담은 결국 가계의 부담 증가와 기업 경쟁력 약

화의 원인으로 작용하여 도농간 격차확대와 지역간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등유의 특소세는 발열량 기준으로 프로판이나 도시가스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보다

거시적으로는 난방용 에너지에 대한 종합 세제개편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이 구체화될 때

난방용 에너지 가격의 지역간, 소득규모별 부당한 격차가 축소되고 등유가 최소한의

존립 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바에 따르면 등유의 세금부담완화 내지 난방용 에너지 간 조세부과의 형평성 문제는 분명 시정되어야 한다. 시정의 필요성은 소득재분배 문제나 지역간 균형발전 문제 외에도 악 순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등유특소세는 발열량기준으로 도시가스 수준으로 조정필요


등유를 사용하는 지역은 계속 줄어들겠지만 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등유를 사용해 야만 하는 지역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이 지역에 대한 공급 유통비용이 갈수록 더 늘 어날 수밖에 없고 이에 비례하여 소비자의 부담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역에 대해서는 세금 부과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 주민들의 에너지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보조금이 필요한 실정이다.


정부는 등유에 부과되는 특소세를 폐지할 수 없는 이유의 하나로 등유의 불법 경유 전용 우려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우려 때문에 특소세를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은 지난 것 같다.


이는 현재의 상황이 고유가와 특소세 영향으로 앙등된 등유의 소비자 가격에서 유발된 사회적 후생 감소가 등유 불법 전용에 따른 예상 부작용 규모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등유의 불법 전용 가능성 문제는 유사 휘발유 단속, 면세유 불법 유통 등과 함께 별도의 차원에서 추진해야지 특소세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예상되는 것은 등유 특소세 조정에 따른 세수 변동 문제인데 이러한 문제는 공정한 난방용 에너지 세제 개편을 추진한다면 충분히 해결 될 수 있고 오히려 세수가 늘어 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러난 가능성의 배경에는 등유 특소세의 무조건 인하나 폐지보다 다른 난방용 에너지와의 조세부과 형평성 유지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등유의 특소세는 발열량 기준으로 프로판이나 도시가스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보다 거시적으로는 난방용 에너지에 대한 종합 세제개편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이 구체화될 때 난방용 에너지 가격의 지역간, 소득규모별 부당한 격차가 축소되고 등유가 최소한의 존립 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