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이덕환_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기름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처음으로 리터당 1,500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경유(디젤)의 소비자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7년 전과 비교하면 휘발유의 소비자 가격은 20퍼센트 정도 올라갔지만,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의 가격은 거의 두 배로 올라버렸다. 경유를 사용하는 화물 자동차, 버스, 승합차, 그리고 최근에 부쩍 늘어난 유틸리티 차량을 운행하는 사람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석유제품의 가격 상승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 때문에 국제 원유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1배럴에 20달러 수준이었던 원유의 가격이 8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행히 가격이 안정된 모양이지만 언제 다시 치솟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실제로 휘발유와 경유의 공장도 가격은 지난 7년 사이에 각각 50퍼센트와 60퍼센트가 인상되었다. 원유의 국제 가격이 그만큼 올랐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7년 동안에 경유와 LPG의 가격이 놀랍게 올라간 것은 우리 정부가 ‘세수 확대’와 ‘에너지 소비절약’을 위해 ‘민생 에너지 가격 합리화’ 정책을 추진했던 결과다.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의 소비자 가격은 휘발유의 47퍼센트와 26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2002년에는 그 비율이 60퍼센트와 47퍼센트로 높아졌고, 2007년 7월에는 85퍼센트와 50퍼센트로 조정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는 각종 유류세를 조정해서 그렇게 할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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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제품의 원가계산은 매우 어려워

도대체 석유제품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석유제품의 가격도 생산비, 유통비용, 세금에 적정한 수준의 이익이 더해져서 결정된다는 점에서는 다른 상품과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석유제품의 생산비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우선 원유의 수입 가격이 결정된 후에 시장에서 실제로 석유제품이 유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정유공장에서 사용하는 원유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그런 정도의 불확실성은 어떤 제품의 경우에도 있기 마련이다.

석유제품의 원가를 계산하기가 어려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정유공장에서 수입한 원유를 증류탑에 넣고 가열하면 액화석유가스, 휘발유, 나프타, 제트유, 등유, 경유, 중유(벙커유) 등이 모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그밖에도 윤활유, 파라핀, 아스팔트도 얻어진다. 물론 소비자가 사용하는 석유제품으로 완성하려면 정부에서 정한 품질규격에 맞도록 만들기 위해 탈황, 개질 등 추가 공정을 거쳐야 하지만 정유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석유제품이 같은 증류탑에서 동시에 생산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생산되는 석유제품의 상대적인 양은 정유공장에서 사용하는 공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결국 정유공장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석유제품을 판매해서 원유의 구입, 운송, 처리, 유통에 필요한 비용과 적정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으면 된다. 품질규격에 맞도록 가공을 하고, 유통에 특별하게 필요한 비용을 제외하면 석유제품에 따라 원가를 구분해서 알아낼 방법이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정유공장의 입장에서는 휘발유에서 모든 비용을 회수하고, 나머지 제품은 거의 공짜로 나눠주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다?

석유제품에도 경제학의 기본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적용된다. 휘발유의 가격이 너무 비싸면 소비가 줄어들게 되고, 자칫하면 휘발유 재고가 잔뜩 쌓이게 될 수도 있다. 결국 정유공장의 입장에서는 석유제품에 따른 생산량과 소비량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생산량이 많고, 소비량이 적은 제품은 싸게 팔고, 생산량이 적고, 소비량이 많은 제품은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연료로 사용하는 석유제품의 경우에는 발열량을 근거로 가격을 책정할 수도 있지만, 그런 방법도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벙커유의 경우에는 발열량이 많기는 하지만 수요가 워낙 적기 때문에 휘발유보다도 싸게 팔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세계화된 세상에서 소비량은 국제적인 규모에서 결정된다. 석유제품의 가격은 대체로 국제 시장에서의 가격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실제로 경유의 공장도 가격은 휘발유의 공장도 가격보다 더 비싸다. 2006년의 경우 휘발유의 공장도 가격은 리터당 534원이었지만, 경유의 공장도 가격은 리터당 606원이나 되었다. 세계적으로 경유의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벙커유의 경우에는 리터당 가격이 440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석유제품의 경우에는 무작정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따라갈 수가 없다. 연료로 사용하는 LPG, 휘발유, 등유, 경유, 벙커유와 같은 석유제품의 가격은 국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경유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가면 트럭, 버스, 소형 선박을 이용한 운송업체와 어민들에게 큰 부담이 생긴다. 벙커유의 가격을 올리면 대형선박이나 발전소의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 나프타의 가격은 섬유, 플라스틱, 의약품을 포함한 수많은 화학제품의 생산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석유제품 소비자가격은 정부정책에 의해 좌우된다

결국 석유제품의 소비자 가격은 정부의 산업과 에너지 정책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경우에는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을 통해서 산업 발전에 필요한 경유와 서민들의 난방에 필요한 등유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싸게 만들었다. 1997년에는 등유와 경유에는 리터당 80원의 세금을 부과했지만, 휘발유에는 무려 8배나 되는 640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휘발유에 부과된 세금은 원가의 3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화학산업의 원료로 사용되는 나프타의 경우에는 거의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지난 7년 동안에 LPG와 경유의 가격이 휘발유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올라간 것은 우리 정부가 LPG와 경유의 상대적인 소비량을 줄이겠다는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에너지 가격 합리화 정책은 세수 확대와 함께 매우 복잡한 정책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는 최근에 갑자기 높아지고 있는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수용하는 것이다. 경유는 휘발유나 LPG에 비해 에너지 함량이 높기는 하지만 대도시의 광화학적 스모그의 원인이 되는 질소 산화물과 미세먼지 등이 많이 배출된다. 경유에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경유에 의한 도시 환경의 오염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LPG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 복잡하다. LPG를 승용차에 사용하면 경유사용 시 발생되는 미세먼지(PM10)가 발생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정유공장에서 LPG의 생산량은 4% 미만으로 매우 낮고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작정 수요를 늘일 수가 없는 형편이다. 이미 우리는 상당한 양의 LPG를 택시의 연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일반 승용차에 LPG 사용을 허용하면 LPG를 추가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교통세를 비롯한 유류세를 과도하게 올리면서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유사석유제품’이 대표적인 경우다. 2005년에 우리 사회에서 유통된 유사휘발유는 7억 리터가 넘고, 제대로 걷지 못한 세금이 6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사경유도 7만 리터나 유통되었고, 330억 원의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했다고 한다. 유사석유제품의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의한 피해까지 고려하면 정부의 ‘에너지 가격 합리화’ 정책으로 우리 사회가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정책이 정말 필요한 것이라면 국민들 더욱 적극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