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만의 대규모 유전 발견으로 본 국내 대륙붕의 석유부존 가능성과 과제

유인창_경북대학교 지질학과 교수

최근 중국 발해만(보하이만)에서 초대형 유전이 발견되었다는 현지 언론들의 보도에 이어 중국국영석유회사인 중국석유공사(CNPC)는 화북성(허베이성) 당산시(탕산시) 인근 지동남보(지둥난부) 유전에서 약 74억 배럴 규모로 추정되는 신규 매장량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공식 발표가 있은 후 지동남보 유전 현장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동남보 유전 발견은 중국 석유 탐사 50여 년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감격스러운 발견이며 중국의 안정적인 석유 증산과 공급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물론 최근 경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발해만 연안 지역의 발전을 크게 촉진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발해만 연안 지역에서 이와 같은 대규모 유전의 발견은 어찌 보면 아주 놀랄만한 일은 아니며 석유탐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충분히 예상되었던 일이 뒤 늦게 현실화된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면 발해만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위치에 있는 우리나라 서해 대륙붕 지역에는 발해만 지역과 같은 초대형 유전이 발견될 가능성은 있는가? 있다면 어떻게 이를 현실화시킬 것인가? 이러한 문제의 답은 중국 석유 탐사 50여 년의 역사 속에서 찾을 수가 있다.

석유에 대한 중국정부 집념의 결실

돌이켜보면 중국도 50여 년 전 이전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자국 내에서 석유자원이 전혀 생산되지 않는 비산유국이었으나 1959년 중국 동북부 만주 지역에서 대규모 유전을 발견한 이후 지속적으로 탐사를 수행하여 현재는 자국 내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 방위에 걸쳐 공격적인 석유자원 탐사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석유 탐사 역사는 1949년 중국 공산당 정부가 수립되기 전까지는 사실 전무한 실정이었다. 중국 공산당 정부 수립 이전의 중국 근대사를 보면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고 만주를 거쳐 중국 본토와 동남아로 전선을 확대시키면서 대동아전쟁을 일으킨 역사가 있다.
일본이 당시 대동아전쟁을 일으킨 이면에는 한국과 만주에 부존되어 있을 석유자원과 광물자원을 확보하려는 복안이 있었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기 전인 1884년 당시 동경제국대학 지질학과 강사로 근무하는 독일인 Gottsche를 한국에 파견하여 한국과 만주에 걸쳐 지질조사를 수행토록 한 것을 시작으로 1900년 동경제국대학 지질학과 교수인 고토 분지로(小藤 文次郞)의 지질조사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만주에 부존되어 있는 자원에 대한 연구를 끝낸 일본은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대륙 침략을 시작하였으며 한국과 만주는 석유자원 부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결론에 따라 중국 본토와 동남아시아로 전선을 확대시켜 나갔다.

이와 같이 만주와 중국 본토에는 석유자원이 부존되어 있지 않다는 결론에도 불구하고 대동아전쟁이 끝난 후, 1950년대에 들어와 중국정부는 중국 지질학계의 대부로 추앙받고 있는 이사광(李四光)의 조언을 받아들여 중국 동북 3성에 대한 석유자원 탐사를 시작하여 1959년 흑룡강 성의 송요 분지에서 대규모 유전을 발견하였다.

국가의 큰 경사라 '대경유전'으로 명명

이러한 발견은 석유가 첫 번째로 발견되는 곳은 인간의 마음 속(Where oil is first found is in the minds of men)이라고 갈파한 Pratt(1952)의 예언처럼 중국의 석유는 이사광의 마음속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던 것이며, 이사광과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이자 당시 국가 부주석이었던 주은래는 흑룡강 성 송요 분지에서 유전이 발견된 것은 국가의 큰 경사라 하여 발견된 유전을 대경(大慶)으로 명명하였다. 현재까지 약 110억 배럴의 누적 생산량을 기록하는 대경 유전은 오늘날의 중국경제를 일으킨 원동력이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대경 유전의 발견으로 중국은 석유자원 탐사 및 개발에 대해 초보적이지만 자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후 중국정부는 석유자원의 탐사와 개발은 기술력에 달려 있음을 인식하고 기술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중국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s) 산하에 지질 및 지구물리 전문가 집단을 설치하여 연구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한편, 석유개발 기술 인력들을 양성해 내기 위해 유전이 발견된 대경에 석유개발 전문교육기관인 대경석유대학(Daqing University of Petroleum)을 설립하였다. 이후 중국 전역에 걸쳐 인재들을 발굴하여 보다 전문적인 기술 인력들을 양성하고 석유탐사 및 개발, 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력들을 집중시켜야 할 필요성에 따라 중국정부는 북경에 중국석유대학(China University of Petroleum, Beijing)을 설립하여 석유에 관한 종합적인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석유자원 탐사와 개발을 위한 기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육과 연구에 우선적인 투자를 단행한 중국정부의 노력은 1970년대 중반에 들어와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여 중국 남동부 장수 지역(장수 분지)에서 새로운 유전을 추가로 발견하였다. 이를 계기로 석유자원 개발에 관한 전문기업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중국정부는 중국석유공사와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를 설립하여 자국 내에서 적극적인 석유자원 탐사 및 개발 사업을 수행하기 시작하였으며, 결과로 1990년대에 들어와 발해만 지역에서도 새로운 유전들이 추가로 속속 발견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최근에는 중국 서부 신장 지역(타림 분지)에서 대규모의 가스전을 발견하였으며,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현재 전 방위로 해외 석유자원 탐사 사업을 공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석유전문기업으로 성장한 중국의 국영석유회사들이 해외 석유자원 확보에 자신감을 내보이는 것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며, 이러한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은 그 뒤에 중국석유대학, 대경석유대학, 중국과학원 산하의 지질 및 지구물리 전문가 집단 등 탄탄한 교육 및 연구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기초 조사조차 미흡

중국이 석유부존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었던 만주 지역에서 대규모의 유전을 발견함으로서 국가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중국 국내에서 석유를 찾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자체적으로 석유개발 기술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image근래에 들어와 우리나라도 석유자원 부존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어 왔던 국내 동남 대륙붕 울릉분지 제3기 퇴적층 내에서 경제성 있는 규모의 탄화수소 가스층이 발견되어 생산이 시작됨에 따라 국내 대륙붕 석유부존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발견은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20여 년 동안 국내 대륙붕에 대해 집중적인 석유자원 탐사작업을 수행한 노력의 결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1995년 이후 국내 대륙붕 석유부존 가능성 평가에 대한 개념을 기존의 유망 구조별 또는 광구별 평가에서 퇴적분지별 평가로 탐사개념의 일대 전환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 대륙붕과 육상퇴적분지의 석유부존 가능성 평가를 위한 체계적인 연구가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는 석유자원 탐사에 있어서 첫 번째 단계에 해당되는 국내의 자원탐사를 위한 정밀지질조사가 일본인 지질학자들에 의해 시작되었고 이들로부터 비롯된 석유부존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사고가 아직까지 학계에 잔존해 있어 국내 대륙붕 및 육상퇴적분지의 석유자원 부존가능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만주의 송요 분지나 발해만 분지와 규모면에서나 형성시기 등 분지특성이 매우 흡사한 퇴적분지가 국내에 존재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기초층서시추나 기초물리탐사가 실시되지 않고 있으며, 더욱이 최근 미국 Wyoming 지역에서 발견된 분지중심가스전(basin-centered gas)이나 Texas 지역에서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셰일가스전(shale gas)에 대한 유망성이 국내 대륙붕 및 육상퇴적분지 내에서도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경우처럼 우리나라 국내 대륙붕 및 육상에 분포하는 퇴적분지에 대한 석유자원 부존 가능성의 연구와 개발을 바탕으로 석유자원 탐사에 성공할 경우 매장량의 규모가 작더라도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을 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 석유개발에 관한 자체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정부와 국내 석유개발 관련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원유 자주개발 제고를 위한 과제

image2004년 국가 에너지자문회의는 오는 2013년까지 석유의 자주개발원유 도입율을 1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자주개발원유 도입율이 2006년 말을 기준으로 3.8%에서 3%로 오히려 하락하였다는 최근의 보도는 우리나라의 석유자원 탐사에 있어 현실과 이상이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석유자원을 찾기 위한 탐사의 노력 없이는 신규 매장량의 추가는 절대적으로 불가능 하며 신규 매장량의 추가 없이는 2013년 이후라도 자주개발원유 도입율을 15%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불가능을 가능케 하기 위한 석유자원에 관한 우리의 명제는 석유자원 탐사를 국내 대륙붕을 포함 전 세계적으로 전 방위에 걸쳐 지속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을 통한 양질의 석유자원 탐사 전문가들을 양성해 내야 한다. 그러나 석유자원 탐사 전문가를 양성해 내는 현재의 우리나라 석유지질학계의 교육 현실은 양질의 인적자원 확보와 수급에 있어서 그다지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데에 더 큰 문제점이 있다.

필자가 지난 20여 년간 석유업계와 학계에 교차로 근무하면서 느끼는 바로는 이러한 양질의 인적자원 확보와 수급의 문제는 학계와 업계가 공히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풀어 나가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즉, 학계는 국내 대륙붕 석유자원 탐사를 위한 기술력을 가진 적절한 사람(right person)들을 교육시켜 배출해 내고, 업계는 적절한 사람들을 적절한 장소(right position)에 배치하여 정보력과 교섭력을 갖추게 함으로써 적절한 결정(right decision)을 내릴 수 있도록 하여야 만이 국내 대륙붕 석유자원 발견의 지속가능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울러 정부는 당장에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는 연구개발만을 선택하여 여기에 연구비를 집중 투자하는 정책만을 선호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경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국내 대륙붕 석유자원 탐사의 기술력 확보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