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산업의 현황과 발전 전략


김 명 환 GS칼텍스(주) 전무


최근 석유산업은 물론 세계경제의 최대 화두는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국제 에너지시장의 신고유가 시대가 고착화되었다는 점이다.
과거 1, 2차 오일쇼크는 중동지역의 정치불안에 따른 일시적인 공급제약으로 인해 발생하였지만, 최근의 고유가는 중국·인도 등 신흥국가들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팽창, 유전개발 및 원유정제시설 증설 부진으로 인한 공급 부족과 최근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갈등으로 촉발된 정세불안 등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한 것이다.
늘어난 수요에 비해 산유국의 증산여력과 정제시설이 부족하여 생산시설의 테러나 파업, 수리 등의 작은 충격에도 전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여 유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여기에 국제적인 투기자금까지 가세하여 시장을 복잡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는 향후 상당기간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신고유가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석유산업이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고도화 시설 확충

향후 석유제품 시장은 경질유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되고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반면, OPEC 등 산유국에서의 추가 공급은 고유황, 중질원유의 비중이 높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정유사들은 벙커C유를 재처리해서 휘발유, 경유 등의 경질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고도화 시설에 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 그나마 유일하게 조(兆) 단위의 투자가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은 석유산업뿐이라고들 말한다. 그만큼 석유산업의 입장에서는 고도화시설이 절박하고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투자라는 증거다.

현재 예정되어 있는 각 정유사의 투자들이 종료되면 우리나라 정유시설의 고도화비율은 현재의 22%에서 31% 정도로 증가될 전망인데, 세계 주요국 평균인 48%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므로 지속적인 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도화시설은 규모에 비해 대규모 자본이 소요되는 사업이므로 두말할 나위 없이 경제성에 대한 관리가 우선이다.


Upstream 진출 확대

세계 석유소비 7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 석유산업은 Downstream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세계 유수의 메이저들은 이익의 70% 이상을 Upstream에서 창출하지만, 국내 석유기업들의 이익은 Downstream 및 석유화학 부문에서 시현되고 있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실정으로는 어쩔 수 없겠으나, 원유수입 규모가 세계 4위이면서도 Upstream이 취약하다는 것은 국가 에너지 안보나 석유산업의 장기적인 지속성장을 위해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와 관련 기업은 Upstream의 비중을 확대시키기 위해 2003년부터 민관이 함께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확보한 실적은 ’05년 말 기준으로 원유 7.4억 배럴, LNG 1.3억 톤으로서, 원유·가스의 자주개발율은 4.1%에 불과해 아직은 요원한 실정이다. 이것은 이 분야의 사업이 오랜 기간에 걸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부는 이를 2008년까지 10%, 2013년까지 18%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자원외교 강화, 투융자 지원의 확대, 유전개발 펀드의 조성, 자원개발 전문기업 육성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도 원유의 안정적 조달 및 새로운 수익원의 창출을 위해 유전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선진 메이저는 물론 중국·일본에 비해서도 미미한 규모이다.

그런데, 숫자로 표현되는 투자규모나 자주개발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적으로 따져보면 어느 지역에서 개발하느냐도 중요하다. 즉, 분쟁지역이 아닌 곳, 채굴원가 및 수송비가 저렴한 곳을 찾아야 국내 수급 안정과 경제성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처럼 경제성이 있는 곳은 이미 메이저들이 선점을 한 상태이고, 지금은 오지, 심해 등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서 기회를 찾을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후발주자가 겪는 핸디캡이라 하겠다.
또한 유전개발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 만큼이나 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겠다. 요컨대, 원유·가스의 자주개발율이 높아지면 국내 수급안정은 확보되지만 그렇다고 국내 유가 안정과 곧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국제유가가 60불이면 산유국 소비자도 60불짜리 기름을 쓰게 된다. 다만 정부가 세금감면 등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예외지만 고유가로 인한 고통은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유전개발 이익을 향유하는 석유공사나 해당 정유사의 이익이 늘어나지만 유가는 국제시세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확한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신재생에너지 개발

최근, 대중교통수단의 연료로 바이오연료, CNG 등 보급이 확대되고 있으며, 기타 석유대체연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럼에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아직도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당장은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유에너지는 유한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해야 하는 것은 석유업계의 또 하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GS칼텍스㈜는 연료전지 개발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은 국제환경규제에 대비할 수 있으며,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지속가능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기술주도형 미래에너지원으로서 성장할 것이 때문에 정부는 2011년까지 총1차 에너지의 5%를 신재생에너지로 보급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새로운 에너지가 개발되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자금융자나 세금감면 등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엄밀한 원칙과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세금을 제외한 제품의 원가 측면에서 석유대체연료가 석유제품에 비해 경제성이 있는지를 비교하고, 다음으로 환경개선에 기여하는 정도, 국산 원재료인 경우 국내 농가수익 증대 등 부수적 효과를 고려하여 장?단기 경제효과 분석을 거쳐 재정적 지원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석유를 대체한다는 명분만으로 재정적 지원정책을 시행한다면 결국 에너지 믹스를 왜곡하게 되고 그로 인한 폐해는 시장참여자와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수출 및 운영 효율성 제고

석유가 아무리 생활필수품으로서 가격탄력성이 작다고는 하지만,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점진적으로 줄어들기 마련이다. 정유사는 공급초과 부분을 수출로 전환함으로써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고유가 상황에서 정유사의 수출은 연간 150억불 이상으로서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조선에 이어 품목별 5위를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유회사는 메이저들은 물론, 아시아의 주요 석유회사들에 비해서도 그 규모가 상당히 작은 편이다. 그러나, 단일 Site당 시설규모나 효율성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공장 운영성과를 국제적으로 측정하는 Solomon지수를 볼 때, GS칼텍스의 정유공장은 능력면에서 메이저들의 공장과 비교해서 전혀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에 따라 2003년 GS칼텍스의 오만 소하르 공장 위탁운영 등의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여타 중동 및 중앙아시아의 많은 기업들이 정유 및 석유화학 부문의 기술제휴 및 공동사업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데, 우리 석유산업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적극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신고유가 시대를 비롯한 국제 에너지시장의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우리 석유산업의 현황 및 발전전략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고유가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의 고유가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또 배럴당 100불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반대로 일정기간이 지나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없지 않다.

지금의 고유가는 지난 1980~90년대 지속된 저유가로 말미암아 석유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가 저조했기 때문이므로, 지금과 같은 고유가 시대가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역으로 투자와 기술발전을 촉진시켜 유가를 하락시킬 요인으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공급분야에서는 심해나 오지의 석유개발을 통해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중질유분해 설비가 확대되고 있으며, 수요 측면에서는 연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하이브리드 자동자의 개발 등에 따라 지금의 고유가를 가져온 원인들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러한 측면에서 작금에 논의되고 있는 주제들에 대하여 깊이 있게 음미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예상되는 시나리오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가 내부의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분야에 투자를 할 것인지는 투자자의 판단에 맡기는 게 이치에 맞다. 국가를 축으로 시장참여자들의 몫은 변화무쌍한 시나리오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여 에너지 수급안정 기조 하에 최소의 비용으로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특히 무조건 석유대체연료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