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단|


한­산유국 협력사업의 성과와 의미


이학노 산업자원부 석유산업팀장

한 ·산유국 국제협력사업이 2006년에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정부는 에너지가 우리경제 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과 원유·가스 등 주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기반 구축, 에너지연관 산업의 해외진출 활성화의 중요성을 감안, 주요 산유국과의 긴밀한 협력채널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아래 ‘한-산유국 국제협력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하에서는 2006년도 동 사업의 성과와 의미를 알아보고,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한-산유국 협력사업 추진 배경

우리나라는 석유·가스가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수급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05년 실적기준으로 전체 에너지중 석유는 44.3%, 천연가스는 13.1%를 차지하고 있으며, 에너지경제연구원의 ’30년 전망치 기준으로 볼 때, 전체 에너지중 석유는 35.5%, 천연가스는 19.6%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에도 석유와 천연가스는 매우 중요한 에너지로서 위치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이 높은 석유·가스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하여 전체에너지의 9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외부적 충격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은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에너지수급의 취약한 구조와 더불어 최근의 국제 에너지시장 환경변화도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이다.
세계석유시장은 심각한 공급여력 부족에 직면하고 있고, ‘03년 이후 고유가 추세가 고착화되어가고 있다. 최근 수년간 고유가 체제에 있었던 OPEC이 과거의 저유가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며, 중장기적으로 OPEC은 소비국의 수요감소를 초래하지 않는 수준까지 고유가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석유시장의 잉여공급능력이 줄어들면서 판매자시장(seller's market)이 도래함에 따라 국제석유시장에서 산유국의 영향력이 크게 증대되고 있으며, 이에 더불어 산유국의 자원통제강화경향과 소비국의 석유자원 확보경쟁 가열이 맞물려서 국제석유시장은 소비국들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수급구조의 취약성과 국제에너지시장의 변화추이를 고려할 때, 산유국에 대해서는 과거와 같은 개별적·단기적 접근보다는 전략적·장기적 접근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산유국 협력사업의 추진방향과 구체적 사업내용


한-산유국 협력사업은 기존의 에너지 구매위주의 단기적·개별적 거래관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동반자적 관계 설정을 위한 장기적·포괄적 협력관계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장기적·포괄적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함과 동시에, 산유국에서 우리 플랜트 업계의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더 나아가 산유국과 공동으로 자원 및 인프라를 개발해 나가는 단계까지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핵심 산유국인 중동지역과 우리나라는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 향후 교역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지역은 우리원유의 80% 이상을 공급하고 있으며, LPG는 거의 100%를, 천연가스는 5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공급하고 있는 주요 에너지 공급원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건설·플랜트 업계의 주요 활동무대로서의 중요성도 매우 큰 지역이다. 2005년도 우리 플랜트 업계의 총 수출액은 151억불인데 그 중 56%인 84억불을 중동지역에 수출하였으며 향후 수출액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산유국 협력사업은 위와 같은 긍정적 신호를 가일층 강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06년도 한-산유국 협력사업은 주요인사 초청사업, 기술협력사업, 국제협력단 파견사업 등으로 나뉘어 추진되었다.

주요인사 초청사업은 산유국의 정부·산업계 고위인사를 초청하여 우리나라 정부·산업계 인사와의 면담 및 주요 에너지산업시설 방문 등을 통해 우리와 산유국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개별 기업의 사업추진을 보다 용이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5월과 11월 2차례에 걸쳐 주요인사 총 20여명을 초청하여, 산유국과 국내 산업계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2007년부터는 현재의 2회에서 3회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한국을 방문한 주요인사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메일 및 연하장 발송 등을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

기술협력사업은 산유국의 기술인력을 한국에 초청하여 생산현장의 기술을 교육시켜 주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우리나라 정유산업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정유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못한 산유국에서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11월과 12월에 걸쳐 15명의 기술인력이 한국을 방문하여 우리나라의 선진기술을 습득하는 기회를 가진 바 있다. 한국을 방문한 기술인력들은 5~10년 뒤에는 산유국내에서 핵심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여, 우리와 산유국간의 장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디딤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협력단 파견사업은 우리나라의 정부·산업계 인사가 산유국을 방문하여 공동 현안을 논의하여 협력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6년도에는 핵심 산유국인 중동지역을 타겟으로 하여 국제협력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2006년도 사업평가 및 향후 추진계획


장기적·포괄적 협력관계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기반으로 하여 구축된다. 즉 경제교역량의 증가를 넘어 서로 win-win 할 수 있는 사업영역이 보다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2006년도 한-산유국 협력사업은 장기적·포괄적 협력관계 구축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진행되었던 개별기업 차원에서의 인사교류는 국별·산업별 시너지 효과 창출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으나, 금번 한-산유국 협력사업은 정부와 에너지유관기업이 공동으로 추진함에 따라 국별·산업별 시너지 효과 향유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한-산유국 협력사업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일반적으로 산유국과의 협력관계 구축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일관성있게 추진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유국과의 협력필요성과 향후 발전가능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사업을 추진하는 자세는 반드시 필요하다. 자원빈국인 우리입장에서 주요 에너지의 공급원이자 우리 플랜트 업계의 주 활동무대인 산유국과의 협력은 더 이상 우리에게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달성해야 할 필수 과제인 것이다.

물론, 효과적인 산유국과의 장기적·실질적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사항들도 있다.
첫째, 동 사업의 대상국가와 지역이 다원화 될 필요성이 있다. 2006년도 협력사업은 주로 중동지역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어 왔다. 석유·가스의 절대량을 우리에게 공급하고 있는 현실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중동지역에 초점을 맞춘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2007년부터는 중동지역과 함께 신흥 에너지 공급원으로 부각되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도 협력사업의 대상국가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아프리카 지역은 중동지역과 함께 우리나라의 주된 에너지공급원으로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동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회사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산유국과의 협력사업은 안정적인 에너지확보와 우리 플랜트 업계의 활동지원이 주된 목적이므로, 기존의 에너지기업 위주의 참여범위를 플랜트 업계까지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동 사업의 철저한 사후관리와 참여사간 정보공유는 동 사업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연도별 사업 내용과 사업을 추진하면서 획득하는 정보들은 참여사간에 공유되어야 한다. 현재 2006년도 사업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가까운 시일내에 유용한 정보를 정부와 민간 참여사가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산유국 국제협력사업은 우리나라 에너지산업 역사상 최초로 시행된 사업이라는 상징적 의미라는 점뿐만이 아니라 산유국과의 협력관계 구축의 토대를 제공한다는 실질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업이다. 향후 동 사업이 확대·발전하여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