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너무 높다

고유가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나
고유가·세금인상 등 반영해 수수료율 재검토되어야



양 재 억 한국주유소협회 전무


올해 상반기 전체 카드사의 업종별 매출비중에서 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9.28%로 대형할인점(4.41%)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부동의 1위를 고수해온 대형할인점의 경우 2004년도 8.63%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4.41%로 4.22%p감소한 반면 주유소는 2004년 3.36%에서 올해 상반기 9.28%로 5.92%p나 증가한 것이다.
주유소에서의 카드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고유가와 세금인상으로 인하여 휘발유와 경유의 1회 주유금액이 5~7만원대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체 신용카드사의 주유소 매출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주유소에서의 카드매출 역시 높아져 대도시 주유소에서의 신용카드매출비율은 전체 매출의 90%를 넘어섰고, 전국적으로도 8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주유소가 부담해야 하는 신용카드가맹점수수료 역시 큰폭으로 상승해 판매관리비에서 신용카드가맹점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16.3%로 영업이익 대비 70%에 육박하면서 주유소 경영을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주유소 신용카드가맹점수수료율은 지난 1980년 2월부터 2%를 부과한 이래로 1985년 8월 1.5%로 하향 조정된 이후 현재까지 한차례도 변경되지 않고 있다.
20년 전인 지난 1987년 당시 주유소 판매가격은 휘발유가 리터당 515원, 경유는 210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부는 세수확보를 위해 휘발유 교통세를 인상하였고, 에너지세제개편을 통해 경유세금도 인상함에 따라 주유소 판매가격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중동지역의 정세불안까지 겹치면서 국제원유가격 역시 급등, 설상가상으로 주유소판매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2006.8월 휘발유는 리터당 1,545원으로 87년 대비 283% 증가하였으며, 경유는 리터당 1,298원으로 87년 대비 618%상승했다.
주유소 판매가격의 상승에 따라 정률제로 부과되는 신용카드가맹점수수료 역시 상승해 지난 1987년 신용카드가맹점수수료는 휘발유가 7.7원, 경유는 3.15원이었으나 20년간 변경없이 유지되어온 신용카드가맹점수수료는 2006년 8월기준 휘발유는 23.2원, 경유는 19원으로 증가했다.
주유소의 가맹점수수료는 명목상으로는 1.5%로 전체 업종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전체 매출액의 40~60%가 세금인 휘발유와 경유의 실효수수료율은 약 4%의 고율의 수수료율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에 대한 수수료까지 부담


특히 휘발유와 경유에는 각각 56.2%, 46.7%의 고율의 세금이 부과되는 제품으로, 최근의 고유가와 맞물려 신용카드가맹점수수료가 상승함에 따라 교통세와 교육세, 주행세 등 간접세에 대한 수수료까지 정부를 대신해 납부해야 하는 주유소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주유소가 석유류에 부과된 세금에 대한 가맹점수수료까지 부담하는 동안 정부는 교통세와 교육세, 주행세 등 기름에 부과된 세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세수부족분을 메워왔다.
지난 1997년 대비 2005년도 정부 세수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휘발유는 1997년도 476.1원에서 2005년도에는 743.79원으로 56.2%인상되었으며, 등유는 48.75원에서 200.65원으로 311.6%인상, 경유는 55.2원에서 419.79원으로 660.5%인상되어 석유관련 정부의 세수 증가분이 무려 10조원 가량 늘어났다.
정부는 석유류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해 세수 증대라는 혜택을 입고 있지만 막상 정부를 대신해 세금을 징수하는 주유소들은 아무런 혜택없이 신용카드가맹점수수료를 정부를 대신해 부담하고 있다.
더욱이 주유소는 석유제품 구매시 구매단가에 포함된 고율의 세금을 선지급한 후 소비자와의 거래관계에서 이를 회수하고 있으며, 나아가 정부를 대신해 세금을 징수한 주유소는 세금이 포함된 매출액에 따라 소득세나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유소 사업자들 사이에 “주유소는 세금걷는 세무서”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고율의 세금에 대한 신용카드수수료를 주유소가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함을 지적하기 위한 불평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세금인상과 고유가로 인하여 주유소 가맹점수수료가 상승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앉은자리에서 정부의 고유가정책 덕에 수수료수익이 크게 증가한 카드사들은 주유소의 신용카드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요구에 대해 “역마진”을 운운하며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신용카드사들의 과당경쟁을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 당국은 소비자의 혜택이라는 미명하에 세금을 징수하는 주유소야 망하거나 상관없다는 식으로 수수방관하고 있다.

카드매출 비율 증가 할수록 부담 증가

결국 주유소로서는 카드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수수료 또한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카드매출비율이 증가할수록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한국주유소협회가 전국 평균판매량(1,071드럼) 주유소의 손익분석 결과 서울의 경우 신용카드 매출비율은 전체 매출의 82%로 한 주유소당 가맹점수수료로 4,0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방 도지역의 경우 신용카드매출비율은 전체 매출의 50%로 한 주유소당 가맹점수수료로 1,700만원을 지출해 서울 주유소들이 지방 주유소보다 2,300만원의 비용을 더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지방의 가격차이 모두를 신용카드가맹점수수료에 의한 격차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방의 주유소에 비해 서울지역 주유소들이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폭은 신용카드가맹점수수료의 부담만큼 적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들어 고유가와 고율의 세금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사들은 정률제인 신용카드가맹점수수료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주유소판매가격이 인상되는 만큼의 수수료 증가분을 고스란히 수익으로 챙기고 있다.
하지만 주유소는 1995년 주유소 거리제한 철폐로 주유소수가 급격히 증가했고, 1997년 가격자율화 이후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인해 판매량 감소와 수익률 악화로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
정부는 주유소에서의 신용카드매출비율이 80~90%에 육박하는 등 신용카드사용이 일반화 되어 세원이 거의 노출되어 있음을 반영해 타 업종 대비 과중한 소득세와 법인세 부담을 완화해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카드사들은 주유소의 경영실태를 고려하여 지난 20년 동안 유지해온 1.5%의 가맹점수수료율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가맹점수수료율에 대한 비용분석을 통해 고유가와 세금인상 등 원가요인 변동분을 반영하여 주유소 신용카드가맹점수수료율을 현행 1.5%에서 1% 이하로 인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