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의 확산과 기업의 대응


성 백 서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혹은 줄여서 사회적 책임(SR), 또는 다른 말로 지속가능발전(SD: Sustainable Development)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와 이를 구체적으로 제도화하는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윤리, 환경, 노동, 투명성, 인권 등의 다양한 경제, 사회, 환경 이슈가 기업경영의 중요 과제로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다. UNEP(United Nations Environmental Program)가 중심이 되어 추진된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가이드라인은 이미 2006년 7월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되어 전 세계의 유수한 많은 기업들이 이를 기반으로 작성한 지속가능보고서를 내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도 대략 20곳에 가까운 기업들이 이미 발간하고 있는가 하면, 추가로 많은 기업들이 이의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최근 국제표준기구 ISO가 기업뿐만이 아니라 경제사회에서 활동 중인 모든 기구(organization)들의 사회적 책임(SR)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서 ISO26000이라는 이름의 국제표준을 2008년 3월 시행할 목적으로 작업 중에 있다. 여기에는 환경, 노동, 인권, 지배구조, 지역사회참여 및 사회개발, 공정관행실천, 소비자 이슈 등의 세부 내용에 대한 기구들의 책임을 정의하여, 정식 발효될 경우 국제 비즈니스에서의 거래 요건으로 등장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와 경제 일각에서는 이것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함께, 국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세계적으로는 IFAC(International Federation of Accountants)의 ISAE3000, OECD의 다국적기업(MNE: Multinational Enterprise)들을 위한 가이드라인, ISO14001, SA8000, Responsible Care 등 수많은 강령, 표준, 가이드라인 들이 직간접으로 CSR 측면에서 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세계의 모든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영향을 받지 않고 피해갈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본래 CSR에 관한 윤리강령이나 표준들이 다양한 까닭은 이산화탄소 방출 및 재생불가능자원의 고갈 문제로 인하여 끊이지 않고 제기될 환경 이슈를 필두로 하여, 노동인권 문제, 회계투명성 문제 등등의 다양한 사회적 사건사고에 따라 제각각의 이슈들이 등장한 때문이다. 이들 문제들의 기본적인 성격도 규제 당국의 규제법규에서부터 일부 선도 기업들의 자발적 노력에 근거를 둔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단순히 법으로 규정된 것이라면 준수하지 않을 방법이 없을 것이나, 자발적인 노력들에 대한 경우 대응의 방법도 다양하며, 기업의 대응 태세에 따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반응도 다양하여 비즈니스 리스크관리가 한층 복잡하고 어려운 것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쉽게 기대할 수 있는 점 하나는 이들 다양한 CSR의 도구들이 향후 시간이 감에 따라 통합된 하나의 글로벌 가이드라인의 형태로 점차 수렴되어 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이들이 하나의 틀로 통합되던, 현 체계를 유지하던 간에 우리 기업들에게 있어서 이를 연구하고 대응책을 모색하여야 함은 불문가지이다. 왜냐하면, 기업이 활동중인 전체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속가능발전의 명분 아래 이루어지는 이러한 움직임에는 누구도 거부나 반대의 명분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관심은 이것에 관심을 가져야하는가, 혹은 적당히 피해갈 수 있는가와 같은 당위성의 문제는 이미 선을 넘어갔고, 언제, 어느 정도로, 어떻게, 어떤 범위로 대응할 것인가 혹은 그렇게 하기 위하여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가와 같은 방법론이 핵심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최근 정부가 ISO26000을 준비하기 위한 포럼이나 여러 기관에서 체크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해당 이해관계자 그룹들의 생각을 조사한 자료들에 의하면, 우리 기업 혹은 산업계에도 점차 조직적인 압력이 커질 것이 예상된다. 즉, 소비자, 투자자, 지역사회, 노조, NGO 단체, 환경단체, 규제당국 등 대부분의 이해관계자 그룹들의 사고도 우리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지속가능개발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준에 대하여는 매우 낮은 점수를 주고 있으며, 더욱 분발하여야 하되 본질적으로 내실 있게 노력하는 틀로 발전하는 방향으로 갈 것을 냉엄하게 요구하며 점차 그 기대 수준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산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기업이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나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기본 철학을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국제 무역거래에서의 불이익을 최소하화기 위해서는 최대한 우리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드높은 상황이다. 이들을 종합하면 우리 기업들이 경제상황이 어렵더라도 CSR에 대한 학습과 이를 내부 경영실천에 반영하여 변화해가는 작업은 아무리 빨리 시작해도 늦다는 감이 없지 않다.

기업 자체의 지속가능성에서 제일 원칙은 이익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장기적으로도 지속적인 이윤창출이 없이는 사회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과거로부터 기업은 이윤창출을 위한 전략을 추구하고 노력해왔다. 이제 이러한 이윤창출 노력은 CSR의 틀 아래에서만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다. 기업이 준비가 되었든 미처 준비하지 못하였든 간에 이러한 대세를 거스를 수 없게 되어 감을 통감하여, 전략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전략적 대응을 하여야 한다는 것은 지금부터 기업이 행하는 모든 활동 즉, 투자, 생산, 판매, 회계, 기술개발, 마케팅 등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날 의사결정에서 CSR의 원리가 살아있도록 조직을 교육하고 훈련함은 물론, 이러한 기업의 노력이 타의가 아닌 자발적인 차원에서 계획되고, 노력하여 실질적인 성과로서 전체 사회에 기여하고 있음을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바꾸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기존 관행으로 볼 때 이러한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 예상된다. 이미 품질경영, 정보경영, 신제품개발경영과 같은 전략적 노력들에는 익숙한 기업들도 윤리경영,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이라고 하면 누가 담당하여, 어떠한 고유 업무로서, 기존의 다양한 기업기능들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가며, 조직 내에 어떠한 구조로 구현하여야 하는지 많은 면에서 연구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단순히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사회적 공헌의 차원에서 연례행사로 하는 불우이웃 돕기, 강이나 산 가꾸기, 대민 지원 봉사 등등의 미봉책으로 이해하면 CSR의 본질에서 거리가 먼 대응으로 올바른 위험관리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이해관계자들도 문제의 본질을 연구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압력을 가해올 것이다. 방어는 항상 어렵다. 그러나 상대가 요구하는 것보다 조금 더 적극적이며, 마지못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한다는 것은 이해관계자와의 전략적 유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모든 사회 조직이 지켜보고 있는 투명한 유리 안에 있다고 스스로 믿으려고 하는 어리석음이 향후 기업의 존망에 큰 기여를 할 지혜가 될 지 누가 알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