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개발 인력양성을 위한 제언


- 배 위 섭 세종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



서 언

1970년대 오일쇼크이후 요즘처럼 에너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적은 없다. 최근의 유가급등은 자원시장의 블랙홀로 등장한 중국, 그리고 브라질, 인도와 같은 신흥개도국의 에너지수요증가와 베네주엘라와 같은 산유국의 불안정한 정치, 그리고 세계적인 정유시설 설비부족 등 여러 원인에 기인한다. 석유의 수급이 불안함에 따라, 원자력은 물론, 태양열,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변함없는 사실은 향후 최소 30여 년간 에너지의 주 공급원의 자리는 석유,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가 차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석유는 에너지원 뿐 아니라 플라스틱, 합성섬유를 만드는 원자재로서 중요한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납사는 전체 석유제품의 30%에 달할 만큼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먼 훗날, 새로운 에너지원이 등장할 경우에도 석유는 raw material로 존재할 것이다. 게다가, 석유자원이 고갈되더라도 오일샌드, 오일세일, 오리멀젼과 같은 화석연료는 석유, 가스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이 매장되어 있으므로 이들을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 에너지공급은 현재보다 훨씬 용이하게 될 것이다.
본 고에서는 에너지공급의 98%이상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석유자주공급율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전문인력 양성사업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OECD 국가중 에너지안보가 취약한 대표적인 국가를 말하자면 일본과 우리나라 두 나라를 들 수 있다. 세계 석유시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 4개국이 엑손, 세브론, 토탈 등과 같은 메이저석유회사를 육성하여 19세기부터 세계적으로 독점시장을 구축하였고 현재는 신흥그룹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하여 메이저들 끼리 짝짓기를 하여 엑손모빌, 세브론텍사코와 같은 수퍼메이저를 구성하여 시장지배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선진국들도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빈약한 국가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등과 같은 국가는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토탈(프), ENI(이), 랩솔(스페)과 같은 국영 석유회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여 이 회사들이 국제석유시장의 주요 메이저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순방시 국가간 자원개발협력을 증진하는 협약을 체결하였고 한전,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에서도 나이지리아의 해상유전개발에 자원개발기업과 협력하여 진출하였다는 것은 해외자원개발의 미래에 매우 고무적인 사실이다. 의욕적인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이 부족한 전문인력의 공백을 메우는 신속한 인재양성과 공급이다. 본문에서는 자원개발전문 인력양성의 필요성, 우리나라 자원개발 전문인력의 현황, 국내외 고급인재의 확보방안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석유개발 전문인력양성의 필요성

해외석유개발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자체기술력의 확보, 정보지원, 그리고 이를 수행할 인력양성 등의 사업기반 조성이 필수적이다. 최근 해외석유개발사업의 경우, 점차 극지화 또는 오지화 됨으로써 탐사 및 개발기술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중동, 남미 등 산유국 정부들도 석유개발 사업기업에 대해 기술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 우리나라 석유개발 전문인력은 세계석유개발 50위권인 미국 Unocal사의 전문인력인 6,000여명에 훨씬 못 미치는 500명이 조금 넘는 수이다. 또한, 기업보다는 대학과 연구소에 전문인력이 많이 분포되어서 기업들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저조한 상황이다.

해외자원개발을 촉진하기 위하여 정부는 2004년 12월 제2차 해외자원개발 10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석유를 포함한 8대 광종에 대한 자주 개발률의 목표를 선정한 바 있으며 자주개발률 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향상 및 인력양성 체계구축을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하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과 인력이 소요될 것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현실적으로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
2005년 3월 제 2차 국가에너지자문회의에서는 해외자원개발 시스템 혁신방안을 마련하여 2013년까지 30만 B/D(지역 메이저급)규모의 유전개발전문회사를 설립하고 탐사, 개발, 생산을 위한 독자 기술력을 확보하며 이를 수행할 인력양성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를 완수하기 위하여 석유가스의 경우 물량기준으로 2008년 까지 29만 B/D, 2013년까지 55만 B/D의 수준으로 석유생산을 확대하여야 하며 해외의 사례를 기준으로 할 때 2008년까지 800명, 2013년까지 1950명의 자원개발 전문인력의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었다(2005년, 석유공사혁신 T/F 연구결과). 또한, 탐사, 개발분야의 전문가 뿐 만 아니라, 해외자원개발사업의 효과적인 수행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고급인재인 자원경제, 정책 및 세무, 회계, 법률, 협상분야의 전문가 양성도 전체 소요인력의 20% 범위내에서 공급되어야 할 것이다.


자원개발 전문인력양성 현황

국내의 해외자원개발 전문기술인력은 지난 20년간 저유가와 정부, 기업의 무관심으로 최소수준의 교육투자에 머물러 중국의 국영석유회사나 국제 메이저급 석유회사의 전문인력 규모에 못 미침은 물론, 비슷한 처지인 일본의 3,000명 규모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500여명이 겨우 넘는 실정이다. 석사이상의 고급 전문인력은 연간 5명 정도 배출되며 대학이외의 인재양성 및 재교육 프로그램도 미미한 상황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재교육프로그램은 대한석유협회가 연간 2회 실시하고 있는 기초강좌(40~50명 배출), 석유공사의 사내 재교육 프로그램이 전부이다. 학부제 실시이전에는 전국에 12개의 자원공학과에서 자원개발 전문인력을 배출하였으나, 2006년 현재 자원공학과를 유지하고 있는 대학은 5개에 불과하다. 자원개발 관련분야의 담당교수인력도 타학과로 전과하여 교수인력자체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기술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R&D 분야도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자원개발 인재양성의 인프라가 붕괴된 현실이다. 인재양성에 대한 투자도 부족하여 석유개발기술인력 양성을 위하여 사용되었던 석유개발 교육기금이 고갈되었으며 국가의 R&D 지원자금 예산에도 자원개발 인재양성을 위한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다.
인재육성을 시행할 인력인 대학교 및 국책연구원의 R&D 인력 역시 130명 규모로 줄어들었으며, 취업률이 낮은 자원개발 관련학과의 입학률저조로 인하여 우수학생의 확보가 어려움은 물론 자원개발 관련학과가 토목, 환경 등 타 분야의 학과로 점차 변이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제2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투자되어야 할 분야로 석유회수증진기술 등 석유공학 분야와 프로젝트 경제성 평가기술 등이 지적되었다. 석유개발을 위하여 시급히 보완되어야 할 분야는 이들 분야의 인력양성을 위한 교수인원확충이며 자원경제 그리고 자원정책 분야의 교수인력도 또한 부족한 상황이다. 학교교육을 통한 인력보강은 시간상 제약이 있으므로 단기교육을 통한 기술인력 확보가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전문인재 양성기관인 해외자원개발 전문대학원의 설치나 정부에서 자원대학(Mining school)을 설립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자원개발 고급인력 양성방안

해외자원개발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한 인재양성 프로그램은 자원개발분야 대학교육의 정상화, 현장중심의 인재양성 체제 구축, 그리고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연구 인프라 구축의 3개 기본개념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우선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자원개발 관련학과를 부활하여 탐사에서 시추, 개발, 생산 및 평가에 이르는 자원개발의 전과정에 걸쳐 필요한 인재를 골고루 확보하고 이를 현장에 배치하여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인력의 빠른 양성을 위하여 이공계 관련학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단기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인력을 배출하고 산학연계 교육을 위한 기업의 인턴쉽제도를 도입하며 제도적으로 인력양성을 지원하기 위한 기구를 정부차원에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전공학위를 통한 인력배출에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공계 관련학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자원개발분야 단기교육프로그램의 지원확대를 통하여 기술인력의 활용과 인재확보라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이론과 실제 현장경험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교육하기 위하여 산학연계교육을 위한 기업 인턴쉽 제도를 활성화하여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대학과 연구기관 인력에 적극적인 현장학습과 공동연구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 연구소, 대학간의 상호 인력교류를 실시하여 기존의 제도와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종합적인 사업으로서 기술인력 뿐 아니라 국제법과 해당국가의 언어와 문화에 능통한 전문인재의 양성이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할 것이다.
현재 자원개발, 탐사, 시추, 자원경제와 정책분야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모두 갖춘 대학은 소수에 불과하므로 대규모 전문인력배출이 가능한 교육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시급하며 필요한 경우, 기술선진국으로 전문인력을 파견, 교육시키는 해외국비유학제도를 활성화하고 신규 전임교수들이 양질의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본부의 지원이 가속되어야 할 것이다. 중동국가들과 중국은 국가가 운영하는 석유대학을 보유하고 있으며 구미국가들도 많은 대학에서 석유개발과 석유산업관련 전문가들을 배출하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Colorado School of Mines), 러시아(Mining University, Oil & Gas University), 프랑스(Ecole de Mine) 등은 오랜 역사를 가진 세계유수의 자원개발 전문대학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석유개발 전문 교육시설인 석유아카데미나 자원개발 특성화 대학을 설립하여 전문가들을 배출해야겠다. 행정적 지원이 필요할 경우, 인재양성 프로그램의 가동을 모니터링하는 “자원개발사업단”을 발족하여 인재의 교육과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전문조직으로 육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들 기관들은 정보수집을 위한 기구들과 유기적인 활동으로 민간의 해외진출을 도울 수 있다. 일본의 경우 1992년에 석유개발분야 전문연구기능을 갖춘 석유정보센타(ICEP)를 설립하여 산유국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기업에 제공하였으며 이곳에서는 수많은 자원개발 전문인력들이 활동하였다. 프랑스의 경우에 토탈(Total)과 같은 세계적인 메이저 석유개발 전문회사를 보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석유전문가들이 일하는 프랑스 석유연구소(IFP)를 통하여 산유국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여 정부의 정책수립에 활용하였다.


결 언

에너지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석유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해외사업개발 진출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하여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인력양성이라는 사실에 많은 자원에너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현재 자원개발기술인력은 수요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석탄합리화정책으로 석탄개발 기술인력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지속적인 자원개발에 대한 무관심으로 전문기술 인력공급이 중단되었다. 이후 기술진들이 노령화되고 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최근 해외 자원개발에 진출하고 있는 기업들은 해외 현지에서 기술인력들을 관리할 최소한의 우리 기술진들도 조차도 없다고 아우성이다. 우리와 비슷한 사정의 일본은 국내의 자원개발산업이 붕괴되었지만 전략적으로 기술인력을 꾸준히 배출하여왔다. 일본은 세계대전을 경험하여서인지 자원에너지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비단 경제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안보적 차원에서 자원확보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종합상사들을 중심으로 세계 전지역에 걸쳐 광물자원확보에도 열중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에너지안보를 확고하게 하지 않고는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 잡을 수 없을 것이며 이를 위하여 가장 시급한 인력양성에 정부와 학계, 기업, 연구소들은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