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자주개발 확대, 정부·기업 함께 나서야


권 평 오 산업자원부 자원개발총괄팀장


글머리에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배럴당 70달러 돌파에 이어 항간에서는 100달러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언론에서는 연일 고유가 소식과 함께 중동은 물론 러시아·중남미 등 자원부국의 자원보호주의 움직임과 중국·인도 등 대규모 자원소비국들이 자원확보에 혈안이 되고 있는 모습들을 보도하고 있다.
주유소에 갈 때마다 천정부지로 기름 값이 오른 걸 피부로 느낀 시민들은 도대체 얼마까지 기름 값이 오를 건지, 이러다가 ,70년대처럼 기름을 살 수 없는 상황이 오지는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석유 등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그래서 작년 한 해에만 우리나라 전체 수입의 1/4에 달하는 667억 달러를 에너지수입에 썼던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정부와 온 국민들의 고민이 집중되고 있으며, 수요측면에서 에너지 씀씀이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절약과 함께 공급측면에서 우리의 손과 자금으로 개발하여 비상시에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해외자원개발이 新고유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정책이 되고 있다.


에너지를 그냥 사오면 안되나?

해외자원개발을 하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또 전문기술과 인력도 갖춰야 한다. 우리가 기억한대로 수없이 많은 국내 대륙붕개발에서 성과가 없다가 수년전에야 울산 앞바다에서 가스를 생산하는데 성공한 것과 같이 유전을 탐사하고 개발하는 데에는 위험부담도 크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석유나 가스를 그냥 사오면 되지, 왜 큰 위험을 감수하고 막대한 돈을 들이면서까지 우리 스스로 자원을 개발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얼핏 보기에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이는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 해외자원개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생각이다.

◈ 석유확보가 심각해질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의 고유가는 구조적으로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중동 등 지정학적 불안요소와 계절적·심리적 요인이 복합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요소나 계절적·심리적 요인이 해소된다 하더라도 수급상의 불안요인은 쉽게 해결될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문제이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공업국의 수요 증가로 세계 에너지소비는 계속 늘어난 반면, 과거 저유가시대에서 유전개발부문에의 투자가 적어 즉각적인 공급량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고, 게다가 석유생산이 2030년 피크를 전환점으로 그 이후에는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불안요인을 바탕으로 자원보유국의 자원내셔널리즘과 자원소비국의 자원안보론이 국제석유시장에서는 이제 대세가 되고 있다. 작년에 불어 닥쳤던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등 남미국가들의 자원국유화조치에 이어서 러시아·나이지리아·카스피해 연안국가들에서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이에 대응하여 중국·일본·인도 등 대규모 자원소비국들은 국가의 사활을 걸고 자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싼 비용으로 육지에 있는 유전을 살 수 있던 시대는 지나가고, 이젠 심해저(深海底)나 오지(奧地)에 위치한 유전이나 과거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오일샌드·오일쉘·오리멀전 등 비전통적 석유자원이라도 개발하려는 노력이 치열하게 벌어지게 되었다.

◈ 해외자원개발은 에너지안보의 수단인 동시에 경제적 측면도 중요
에너지·자원은 식량과 마찬가지로 수입에만 의존할 수 없는 전략물자이다. 평상시에는 현재처럼 석유를 수입해도 문제가 없지만, 비상시에는 강대국이나 석유메이저들을 중심으로 석유의 선매행위가 급속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몫의 에너지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 안보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해외자원개발을 통하여 우리의 생산유전을 확보해두면 이런 물량을 국내에 우선 반입하거나 타유전과 스왑하여 에너지위기상황을 자체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석유자원을 국내에 비축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이다. 석유자원이 지역적으로 소수지역에 편재되어 있는데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동지역에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더욱 자주개발의 중요성이 커진다.
한편, 해외자원개발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석유를 단순히 수입해올 때는 유가 상승분이 전부 해외로 빠져나가지만, 우리가 스스로 개발한 물량을 들여오면 국제가격이 아닌 생산원가에 반입이 가능하고, 가격이 오르면 해외에서 벌어들인 오일머니가 우리에게 들어올 수 있게 된다. 또한, 해외자원개발을 하다보면 플랜트나 에너지인프라 등 연관산업의 발전도 가져오는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해외유전개발은 참여정부 들어 비약적으로 증가

우리나라는 ,70년대에 두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은 이후 소요 석유의 안정적 확보차원에서 해외유전개발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80년 중반부터 ,02년까지는 세계적인 저유가 상황을 바탕으로 저렴한 가격과 안정적인 방법으로 석유를 사오는데 중점이 두어졌고, 자원외교의 대상국가도 주로 중동이나 인도네시아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이뤄져왔다. 그러다보니 해외자원개발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고, 급기야 ,97년말 외환위기 직후에는 과거 8억 달러 수준이던 해외유전개발투자가 5억 달러 이하로 떨어지고 과거에 확보한 유전마저 내다파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러다가 ,03년 참여정부 출범 후에는 유가상승을 배경으로 해외자원개발이 국가적 어젠다로 채택되면서, 자원외교의 중점이 과거 안정적 도입에서 이젠 자주개발로 바뀌고, 대상지역도 중동중심에서 러시아·아프리카 등 모든 자원부국으로 늘어나고 있다. 자원외교의 창구라 할 수 있는 양자간 자원협력위원회 설치국가도 과거 8개 국가에서 새로이 17개국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정상 자원외교의 성과나 해외자원개발투자 등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04년 9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7개국과의 정상 자원외교를 통하여 과거 20년간의 실적
보다 많은 58억 배럴(예상 매장량 기준)의 석유 탐사권을 확보하였고, ,90년대 말부터 ,00년대 초까지 감소하던 해외자원개발투자도 ,05년에는 11억달러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는 22억 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는 27개 국가에서 73개 석유개발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특히 사업규모가 대형화되고 단순한 지분참여 중심에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운영권을 확보한 프로젝트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2013년 18%로 석유·가스의 자주개발율을 높일터

우리나라는 석유, 가스, 유연탄 및 우라늄 등 에너지자원, 동, 철, 아연 등 주요광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광물자원의 수요 증가와 해외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민생활의 안정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데 필수적인 에너지·자원의 경제적·안정적 공급을 위하여 해외자원개발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에너지안보를 확보하기 위하여 ‘해외자원개발사업법’의 규정에 따라 3년 마다 10년 주기의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석유·가스 등 주요 자원별로 2013년까지의 자주개발 목표를 설정하고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하여 자원외교, 재원조달, 인력양성, 기술개발, 지원시스템 등 다양한 대책을 수립·추진해 나가고 있다.
동 계획에서는 석유·가스의 자주개발률을 작년 4.1%에서 ,13년까지 18%로 높이는 것으로 목표가 책정되어 있는데, 이는 ,79년 2차 오일쇼크시의 경험에 비춰볼 때 극단적으로 세계의 석유유통이 전면 중단되어도 우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비축유와 합쳐 6개월 정도는 수급에 문제없이 버틸 수 있는 물량이다.

◈ 범정부 차원의 전략적 자원외교 강화
세계적으로 자원보호주의가 확산되면 될수록 과거 석유메이저들이 시장원리에 따라 막강한 자금과 기술력으로 유전을 매입하던 방식은 효과가 떨어지고, 대신 전략적 자원외교의 중요성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참여정부 들어 정상 자원외교를 통하여 뿌린 씨앗은 차질 없는 후속조치를 통하여 성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올 하반기에도 APEC 및 ASEAN+3 등 정상 자원외교와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13개국과의 자원협력위원회를 통하여 신규 프로젝트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중장기 자원외교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여 내년 이후 보다 효율적인 자원외교 활동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 해외자원개발 재원의 확충
해외자원개발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특히, 2013년까지 석유·가스의 자주개발률을 18%로 높이기 위해서는 16조원의 자금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러한 재원의 확보가 해외자원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 현재는 에특회계를 통하여 매년 2,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해외자원개발기업에게 융자하고 있는데 이 자금의 규모를 계속 확대해 나가면서, 현행 융자제도를 전면 재검토하여 기업의 수요에 맞으면서 지원효과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혁신해 나갈 것이다.
한편, 정부재정만으로 해외자원개발 자금수요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을 유전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금년 하반기부터 유전개발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11월에 2,000억원 규모의 제1호 유전개발펀드 출시를 목표로 현재 법적 근거 마련 등 제반 준비를 충실히 해 나가고 있다. 또한 교통세 재원의 일부를 내년부터는 에너지특별회계에 편입하여 기업들의 수요가 가장 많은 탐사사업 지원예산으로 우선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

◈ 해외자원개발 지원시스템의 확충
산업자원부는 지난 6월 중순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에너지·자원개발본부’ 를 신설하여 해외자원개발정책, 유전·가스전 개발, 일반광물자원 개발, 신재생에너지 개발·보급 등의 업무를 수행토록 함으로써 해외자원개발 정책조직을 대폭 보강하였다. 앞으로 동 본부가 관련 기업과 손을 맞잡고 우리나라 에너지·자원의 자주공급 역량을 키우는데 첨병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자원개발 전문인력의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 하반기중에 ‘자원개발아카데미’를 설치 운영하여 현장 전문가를 양성해 나갈 계획이다. 커리큘럼은 자원공학·자원경제·국제계약 등 다학제적 이론교육과 함께 해외유전 현장을 활용한 실습교육도 병행하게 되며, 8월중 공모를 통하여 교육기관을 선정하고 9월 교육대상자를 선발하여 6개월간 집중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자원개발 R&D 제도를 개편하여 업계의 수요에 맞는 기술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인데, 현재 연구기관 중심의 R&D를 내년부터는 탐사기술과 설비의 개발 등 업계의 수요에 맞는 과제를 발굴하고 산학연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또한, ,04년말 수립된 제2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2004~2013년)의 성과평가와 세계 에너지환경의 변화전망 등을 고려하여 「제3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수립·제시할 것이다. 올해 10월까지는 자주개발 목표 및 전략을 수립하고 연말에 산업계 등과 함께 공청회를 거쳐 내년 1월에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 자원개발과 관련 산업간 동반진출 활성화
자원부국은 주로 개도국으로서 보유자원의 해외매각 보다는 산업발전 및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에 관심이 많고, 올해 초 나이지리아와의 정상외교시 나이지리아 정부가 보였던 것처럼 유전탐사권을 외국에 팔 때에는 이러한 자국경제에의 발전문제를 연계시켜 조건화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자원확보와 SOC 건설을 연계한 Package 방식의 ‘한국형 자원개발 모델’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모델이 성공하면 우리의 입장에서는 자원을 확보하면서, 한편으로는 관련산업의 해외진출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자원보유국의 입장에서도 경제발전의 계기로 활용함으로써 윈-윈게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18개 에너지공기업, 자원개발전문기업, 지원기관 등이 참여하는 ‘에너지산업해외진출협의회’를 구성하였으며, 아프리카 및 CIS에 조사단을 파견하며 지역별 진출전략을 수립하는 등 프로젝트 발굴 및 플랜트수주 등 입체적 자원개발활동을 펴나갈 계획이다.

맺음말

하루 220만 배럴, 연간 8억 배럴 이상의 석유를 소비하는 우리나라에게 해외자원의 개발은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 차원을 넘어 국가안보와 국민생활의 안정, 지속적인 산업발전의 관건이 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자원전쟁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국가적 과제이다.
정부로서는 재원 마련, 제도 개선 등 자원개발투자의 환경을 조성하고 전략적 자원외교 활동 등을 통하여 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사업 참여를 적극 지원할 것이다. 기업들 역시 그 동안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더 큰 성과를 이루어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