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유국 국제교류 협력사업의 성과와 의의


- 김 재 준 산업자원부 석유산업팀 사무관 -

2006년 5월 22일부터 일주일간 중동지역 5개국 9명의 정부·산업계 인사가 대한석유협회초청으로 한국을 방한하여, 산업자원부 방문·관련기업 미팅·에너지 등 주요산업시설 방문의 일정을 소화하였다. 금번 방한은 산유국 주요인사 초청프로그램으로서, 한·산유국 국제교류 협력사업의 세부사업으로 시행된 것으로서, 에너지 산업 역사상 최초라는 의미이외에도 최근 중동지역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향후 중동지역과의 실질적·장기적 협력채널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중동지역의 의미와 특성

중동은 다수가 이슬람교를 믿고 문화적·역사적·지리적으로 아랍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이슬람권, 중동지역, 아랍지역을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이슬람권은 종교적인 동질성을 의미하는 광의의 개념이며, 중동지역은 종교적 동질성과 문화적 동질성 및 지리적 동질성을 의미하는 협의의 개념이며, 아랍지역은 종교적 동질성이외에도 문화적, 지리적 일체감을 의미하는 최협의의 개념이다. 예를 들어, 이란은 중동국가이지만, 아랍국가는 아닌 것이다.
중동국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인사가 3개가 있다. 이 3개의 인사는 흔히 중동국가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된다.

첫 번째 인사는 인샬라(신이 원하신다면)이며, 두 번째 인사는 부크라 (내일), 세 번째 인사는 말리쉬(걱정 말아라)이다. 중동국가들과 비즈니스 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3가지 인사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위와 같은 세 개의 인사가 중동국가들의 무책임하고 핑계를 위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사는 좀 더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불확실한 미래의 일이 알라를 통해 자연스럽게 성취되기를 바라는 소망과 의지의 산물이라는 해석도 개인적으로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동지역과 우리나라와의 관계

중동지역과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는 매우 관련있고 의미있는 파트너이나, 정치적·역사적·사회적으로는 냉소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지역과 우리나라는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 현재 교역도 많고 앞으로도 교역규모가 계속 확대될 수 있는 지역이다.
중동지역은 우리원유의 80% 이상을 공급하고 있으며, LPG는 거의 100%를, LNG는 5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주요 에너지 공급원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건설·플랜트 업체의 주요 활동무대로서의 중요성도 매우 큰 지역이다. 2005년 우리 플랜트 업계의 총 수출액은 151억불인데, 그 중 약 56%인 84억불을 중동지역에 수출하였다. 게다가 향후 대 중동 지역 수출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매우 활성화되어 있고, 향후 활성화가 예상되는 경제관계와는 별개로, 중동지역과 우리나라와의 정치적·역사적·사회적 관계는 매우 소원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그간 중동국가들과 공통된 정치적 입장을 취한 바가 없다. 국제정치무대에서 중동국가와 우리나라는 완전히 별개의 국가들이다. 비록 에너지부문의 협력채널을 통해 산유국-소비국간 대화노력 제고 등의 활동을 벌이고는 있지만 정치적인 공감대 형성까지는 가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는 것은 주어진 조건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사회적 공감대 형성까지 부족한 것은 상호간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우리는 중동국가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며, 중동국가들도 우리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없기 때문에 지금 활성화되고 있는 경제적인 협력은 아무 이해와 공감대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제행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파트너가 나온다면, 중동국가들은 우리나라 보다 다른 나라를 선택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실질적·지속적인 협력관계는 단순히 경제 교역량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지속적인 협력관계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의 기초하에 이루어진다. 특히, 서구자본주의보다는 자기들의 신앙과 믿음, 소망과 의지를 강조하는 중동국가와는 더욱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중동지역을 자주 방문한 기업인이 중동지역을 다음과 같이 비유하는 것을 들은 바 있다. “ 차량임대와 비교해 이야기 하자면, 중동국가에서는 돈을 아무리 줘도 차량 1대 임차하기 어렵지만, 공감대만 형성되면, 100대 아니 1,000대도 무상으로 임차할 수 있다.”
우리가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중동국가들을 보다 진실되게 이해한다면, 거짓과 위선, 게으름과 무책임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대신에 신앙과 믿음, 소망과 의지, 우정과 정열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말로만 또는 구호로만 외쳐서는 될일이 아니다. 자주 왕래하여 만나고 이야기하고 들어야 된다. 같이 호흡하고 생각해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이번에 실시된 주요인사 초청사업의 내용은 서로의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정부방문 및 관련기업들과의 미팅을 통해 실질적인 사업협의를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주요산업시설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우리 문화시설을 탐방케 하여 우리와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만들어 주었다.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매우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작업이다. 또한, 믿음과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작업이다. 금번 초청사업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지만, 이번 한번의 성공에만 만족해서는 안된다. 진정한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에너지의 98%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동은 반드시 잡아야 될 대상이다.


좀 더 해야 될 것들

앞에서도 이야기 한바와 같이 우리나라 원유의 80% 이상을 LPG의 전량을 LNG의 50% 이상을 공급하는 주요 에너지원이자, 우리 플랜트 업계의 주요 활동무대이기도 한 중동지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중동국가들에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문화적·정치적 무관심은 차치하고라도, 중동국가 전문가조차 찾기 힘든 현실은 우리를 우울하게 아니, 소름조차 끼치게 만드는 섬뜩한 일이다.
우리는 중동국가들과 영어로 대화하고 협의한다. 아랍어로 대화하고 협의하는 모습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국내에서 아랍어 통역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중동에 가서도 아랍어 통역을 구하기 매우 어렵다. 한국말을 구사하는 중동인들을 만나는 것 또한 어렵다. 이것이 현실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행하여지는 경제행위 이외의 모든 행위들은 어쩌면 기초없는 구조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우선, 올해 처음으로 추진한 한-산유국 협력사업을 보다 확대하여 추진하여야 한다. 서로간의 이해와 공감대 형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작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보다 아랍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중동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금번에 석유협회가 성공적으로 추진한 주요인사 초청사업이 중동국가와의 협력구축에 큰 기반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며, 보다 활발한 사업추진을 통해 빠른시일내에 중동국가와 실질적·장기적이며 진정한 의미의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