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성이 필요한 대체 에너지 정책
글·전재완|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0세기는 ‘석유의 시대’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석유는 경제의 핵심요소일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석유의 안정적 확보는 매우 중요한 국가 현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석유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먼저 석유의 가장 큰 문제는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어 언젠가는 고갈이 날 것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추정하는 기관에 따라 매장량과 사용 가능 기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음으로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은 석유의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다. 최근 관련 기술의 발달로 환경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완전한 해결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러한 한정성과 환경성 문제는 석유만의 문제가 아니고 대부분의 화석 에너지 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속성이지만 석유의 비중과 중요도가 워낙 크기 때문에 특히 석유에 문제가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석유의 물리적 속성에 기인한 문제들 보다 석유확보의 어려움과 장기화되고 있는 고유가 현상이 석유 대체재 개발의 필요성을 더 재촉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고유가는 이러한 필요성을 더 구체화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유가는 우리가 조정할 수 없는 외생변수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필요한 석유를 산유국에서 전량 수입해야하기 때문에 유가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경쟁국들보다 더 크다. 특히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에너지다소비형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고유가의 장기화는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킨다. 가뜩이나 산업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고유가는 설상가상과 같은 악재다.
석유의 한정성, 환경성,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최근의 고유가 현상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은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과 보급 확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2003년 2%에 불과한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2011년까지 5%로 늘리고 계속해서 점점 더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기존 화석에너지의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을 늘리는 것이 고유가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대응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정부의 대응방안은 방향설정이 잘 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는 기후변화협약 등과 같은 환경문제도 동시에 해결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신재생 에너지의 긍정적 측면과는 달리 몇 가지 문제로 신재생 에너지는 기대만큼 보급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로 먼저 신재생 에너지의 낮은 경제성 문제를 들 수 있다. 물론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얼마만큼 반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신재생 에너지의 고비용 생산 구조는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유가가 장기화되면서 화석에너지와의 경제성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에너지 생산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다음으로 기술적 불확실성을 들 수 있다. 불확실성은 신재생 에너지 종류별로 차이가 있지만 향후 주력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는 수소에너지의 경우 본격적인 양산을 위해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불확실한 점들이 많기 때문에 본격적인 보급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경제성, 기술적 불확실성이 신재생 에너지 보급확산의 가장 큰 애로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본격적인 보급 시기를 예상하는 것이 매우 불투명 하며 현재까지 제시되어 있는 각종 로드 맵들도 많은 수정이 요구된다. 요약하면 신재생 에너지는 고유가에 대한 가장 본질적이며 이상적인 대안이지만 경제성, 기술적 문제로 본격적인 보급 확산의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기에 너무 많은 것을 걸기는 곤란하다.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존 화석 에너지의 이용 효율을 제고하는 방안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경제적이며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화석에너지를 대신할 신재생 에너지가 본격 보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은 화석에너지가 상당기간 지금까지와 같이 주력 에너지 역할을 할 것을 의미한다.
화석에너지 이용효율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노력이 신재생에너지 개발만큼이나 중요하고 현실적으로 더 필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자동차 산업의 사례 분석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수소자동차의 경우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자동차라 할 수 있지만 본격적인 보급 시기는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언제가는 주력 차종이 되겠지만 현재로서 전망이 불확실한 수소 자동차보다 현재의 자동차 연비를 개선하는 기술개발과 바로 눈앞에 닥친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나 환경적인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
EU위원회의 관련 자료에 의하면 자동차 배기가스는 자동차와 연료에 의해 결정되는데 자동차 배기가스 원인 제공 비율은 자동차 85%, 연료 15% 라고 한다. 이는 당장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연료 개발이나 현재의 연료의 품질을 개선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연료의 보완재인 자동차의 관련 기술을 발달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임을 시사하고 있다. 즉 장기적으로는 대체 연료 개발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자동차 기술개발이 더 필요하고 강화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신재생 에너지 정책 수립에 있어 불확실한 미래와 현재의 조정, 이상과 현실에 대한 적절한 포토폴리오가 요구된다.